8년 동안 남극에서 펭귄만 연구한 '펭덕'이 한국에 돌아왔다
8년 동안 남극에서 펭귄만 연구한 '펭덕'이 한국에 돌아왔다
  • 김도담 기자
  • 승인 2020.0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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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사는 아델리펭귄이 뱃속에 먹이를 가득 품고 새끼들이 있는 둥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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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서만 보던 남극 펭귄의 일거수일투족이 올라오는 SNS 계정이 있다. 2월 기준 인스타그램, 트위터 팔로워가 각각 1만2000명을 돌파했다. 취미가 '탐조'라 조류번식생태연구자가 됐고, 남극으로 떠나 8년간 펭귄을 연구한 '펭덕' 정진우(38) 박사가 계정주다.

정 박사는 대학원 박사 과정 중이던 2011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만 8년 동안 국내 유일의 극지 연구 전문 기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극지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속해 있다. 그는 극지연구소에서 동료들이 찍은 사진을 모아 SNS에 공유하고 있다. 

(사진 정진우 제공) / 뉴스펭귄
남극에서 펭귄을 만난 조류번식생태연구자 정진우 박사 (사진 정진우 제공) / 뉴스펭귄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은 어떤 일을 할까? 그가 아름답고 위대하며 경이로운 남극 이야기를 전했다. 

한여름 백야로 밤이 낮처럼 환한 남극, 쇄빙선 위에서 본 오로라, 부모 잃은 새끼 펭귄 둥지를 돌보다 어른 펭귄에게 입양 보내던 날, 위치기록계를 부착해 바다로 보낸 펭귄이 돌아오지 않아 맘고생하던 시절도 있었다. 정진우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는데 극지연구소 근무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새를 연구하고 싶어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를 마치고, 2011년 박사 과정을 시작하던 무렵이었습니다.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가 당시 다니던 대학원 선배였는데 저에게 남극에서 펭귄 연구를 해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후로 만 8년간 세종기지 5번, 장보고기지에 4번 다녀왔습니다.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에서 일을 했고, 펭귄을 비롯한 남극 조류의 번식생태연구가 주 업무였습니다. 매년 남극에 갈 준비를 하고, 11월부터 짧게는 10일, 길게는 5개월간 남극에 체류하며 펭귄을 만났습니다. 

Q. 펭귄들의 번식 생태를 연구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일과는요?

기지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연구를 준비하거나, 기지에서 가까운 펭귄 번식지를 당일로 조사했습니다. 장보고기지의 여름은 백야 기간이기 때문에 밤에도 낮처럼 환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과시간이 정해져있어 아침 7시에 식사를 합니다. 9시부터 6시까지 연구활동을 하고, 이후는 자유시간입니다. 

기지 체류 중에는 주방장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캠프 기간에는 직접 텐트도 치고, 의식주를 직접 해결해야 하니 힘들기도 했습니다. 캠프 중에는 아침을 먹고 나면 펭귄 번식지로 이동해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11월은 아델리펭귄이 포란을 하는 시기여서 둥지수를 세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과거에는 눈으로 직접 펭귄의 둥지수를 세고, GPS를 활용해 번식지 지도를 그려 둥지수만 세는데도 일주일가량 걸렸습니다. 최근에는 드론으로 항공사진을 촬영해 둥지수를 세는 것으로 방법을 바꿔 수월한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12월은 새끼가 부화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주로 펭귄 추적 연구를 합니다. 펭귄의 등 부위에 위치기록계를 부착해 바다로 보낸 후 복귀하는 펭귄에게서 데이터를 회수하는 연구입니다. 펭귄이 어디까지 이동하는지, 잠수는 얼마나 깊게, 오래 하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1월 말부터는 펭귄 새끼들이 다 자라 털갈이를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는 새끼수를 세어 그해의 번식 성공률을 구합니다. 

연구원 텐트 주변에 몰려든 황제펭귄
연구원 텐트 주변으로 몰려든 황제펭귄 무리 (사진 정진우 제공) / 뉴스펭귄

Q. 결혼 직후 남극으로 떠났어요. 가장으로서 극지연구소 근무 어떠셨나요?

결혼식을 앞두고 남극 극지연구소 근무를 결정했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일주일 후 남극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4개월을 세종기지에서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매년 한국의 겨울마다 남극으로 향하는 남편을 이해해준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특히 2014년에는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이후로는 남극을 갈 때마다 공항에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Q. 펭귄과의 에피소드 전해주세요

부모가 없는 펭귄 둥지를 보게돼 다른 펭귄에게 입양을 보냈던 날도 기억에 남고, 위치기록계를 부착해 바다에 보낸 펭귄이 돌아오지 않아 맘고생했던 날도 기억납니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다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금광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사람에게 잡혔던 기억이 남았는지 저희 연구원들을 보고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더라고요. 어렵게 펭귄을 붙잡아 둥지로 데려가 짝과 새끼의 소리를 들려주니 정신을 차리고 새끼에게 먹이를 먹였습니다.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습니다. 

Q. 남극에서의 연구,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남극이다 보니 많은 위험이 상주합니다. 펭귄 번식지에서 캠프하던 도중이었는데, 밤새 강한 블리자드가 불었습니다. 잠을 설치다 아침에 나왔는데, 텐트 바로 앞에 200kg도 넘는 커다란 나무상자가 강한 바람에 밀려와 있었습니다. 만약 텐트까지 밀려와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아찔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그 나무상자의 뚜껑은 바람에 날아가 300미터도 넘게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Q. 극지연구소에서 국립생태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2019년 8월부터 자리를 옮겨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불과 20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주변의 새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체감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가령, 2000년 초반에는 고향마을 앞 논에 붉은배새매와 청호반새를 여름이면 여러 마리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보기가 어렵습니다. 봄철이면 논에서 밤마다 울어대서 잠을 설치게 만들던 그 많던 산개구리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렇게 줄어드는 국내 동물들을 위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매년 남극을 찾고, 펭귄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아했지만, 매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간의 미안함과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마침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지가 어디인지 찾아내고,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펭덕'이 펭귄과 이별하게 됐네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8년간 남극과 펭귄만 생각하며 지내다가 멸종위기종 서식지 연구를 시작하니 공부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퇴근후에 틈틈이 써오던 펭귄과 남극에 관한 에세이를 정리해 '착한펭귄 사나운펭귄 이상한펭귄'이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출간했습니다. 이후에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복원되는 종들의 생태연구와 서식지를 복원하는 일에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dodam210@newspengu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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