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원인 꼽히지만 1인가구 증가・온라인쇼핑 확대 등도 영향

한산한 한 대형마트 매장의 모습 (김형수 기자) 2020.2.26/그린포스트코리아
한산한 한 대형마트 매장의 모습 (김형수 기자) 2020.2.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대형마트 업체들의 실적은 지난해 나란히 곤두박질쳤다. 의무휴업제도는 대형마트가 침체에 빠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의무휴업이 대형마트 실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유일한 이유라고 하기도 어렵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6조33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0.2% 늘어났으나 248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도 1조47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데다 227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이마트도 지난해 적자로 전환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19조629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1.8%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507억원으로 작년보다 67.4% 급감했다. 4분기 실적만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4조833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6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지난해 4분기와 달리 올해 4분기에는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홈플러스가 마주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6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3월1일부터 2019년2월28일까지 홈플러스가 올린 매출은 6조4101억원으로 전기 대비 3.8%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99억원에서 1510억원으로 44%가 감소했다. 

매출은 늘어나거나 소폭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쪼그라든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2012년 의무휴업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형마트 업체들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당시 정부는 유통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와 SSM의 업무시간 제한(자정~오전 10시) 및 휴무일 지정(월 2일)을 의무화했다. 그해 3월에는 전국에 걸쳐서 대형마트와 SSM이 해당 제도를 시행하게 했다.  

전경련은 2015년 공개한 리포트 '대형마트 영업규제 3년의 효과와 바람직한 대안은?’에서 “대형마트 매출액과 영업규제 여부, 대형마트 점포수, 소득・경기 대리변수 등으로 회귀분석 결과 의무휴업에 의해 대형마트 매출액이 월평균 1700억원 감소해 연(年) 환산 시 약 2조8000억원의 매출피해 발생”이라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대형마트의 경우 일요일 매출이 평일매출의 2배에 육박하기 때문에 일요일 휴업이 가져오는 매출타격은 상당할 것이라 예상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개선방안도 내놨다. 해당 리포트에서 전경련은 “의무휴업의 사회적 비용이 과다해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전통시장에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으므로 평일 의무휴업을 통한 과도기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연말 정부에 △대형마트 내 입점점포 의무휴업 대상 제외 △지자체와의 협의 통한 의무휴업일 평일 조정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내놓은 주장을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없앴다고해도 대형마트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형마트가 침체에 빠진 원인은 의무휴업 규제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무휴업제도가 시작된 다음달인 2012년 5월, 그해 4월 대형마트 매출이 2.4% 감소한 것을 두고 의무휴업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온라인 쇼핑 확대에 따라 달라진 소비행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대형마트의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27.2%였던 1인 가구 구성비는 2025년 31.9%, 2035년 34.6%, 2045년 36.3%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대형마트의 주요 고객층으로 꼽히는 4인 가구 구성비는 2015년 18.8%에서 2045년 7.4%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숙경, 구진경 산업연구원 연구진은 2017년 12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가 유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서 “1인 가구의 경우 전통시장, 동네슈퍼, 대형마트 이용빈도가 타 가구에 비해 낮았으며 편의점 이용빈도는 높았다”고 분석했다. 또 “식료품・생활용품 구매행태를 살펴보면 1인 가구의 편의점 선호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1인 가구의 경우도 향후 가구원 수가 증가할 경우 대형마트 이용의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편의점을 즐겨 찾는 1인 가구가 늘어난 데 따라 생긴 유통업계의 지형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요유통업체 매출’을 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이 하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편의점 매출은 12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7년 1분기 이후 매분기 전년 동월대비 매출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전년 동월 대비 대형마트 매출이 늘어난 시기는 2017년 4분기, 2018년 3분기 두 번밖에 없다. 

지난해 GS25는 2565억원, CU는 19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대형마트 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앞질렀다. 2018년 GS25와 CU의 영업이익은 1900억원 안팎으로 4628억웍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이마트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SSG닷컴 네오003에 주차된 배송 차량 (SSG닷컴 제공) 2020.2.26/그린포스트코리아
SSG닷컴 네오003에 주차된 배송 차량 (SSG닷컴 제공) 2020.2.26/그린포스트코리아

온라인 쇼핑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며 대형마트를 찾던 소비자들을 끌어왔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온라인쇼핑동향’ 통계에 따르면 2017년1월 7조3105억원에 불과했던 온라인쇼핑거래액은 지난해 12월 12조5856원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통계청이 이달 초 공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음식서비스(67.2%), 음・식료품(25.5%), 농축수산물(24.9%) 등의 온라인쇼핑 거래액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런 먹거리 관련 상품은 대형마트의 주력 판매 품목과 겹치는 제품이다. 식료품은 2016년 기준 가계의 총 재화 소비지출액에서 30.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으로 꼽혔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새벽에 배달해주는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하며 이 지점을 파고 들었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30억원에 그쳤던 마켓컬리 매출은 2018년 157억원으로 다섯배 높게 폭증했다. 

신세계의 SSG닷컴은 지난해 6월에서야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온라인과 온라인을 융합한 ‘올라인’ 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몰 배송기지로 탈바꿈시켰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대응에 들어가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마켓컬리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경험이 축적되면서 온라인 채널에서 신선식품을 사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형마트 업체가 내놓은 해석도 궤를 같이한다. 롯데마트는 26일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는 요즘 몇 년동안 이어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비의 다채널화,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전에 없던 위기를 겪고 있는 반면 이커머스 시장은 지속적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매장의 물류 거점화를 통한 옴니(Omni)매장 구현’을 제시했다. 롯데마트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를 선보이는 배경이다. 롯데마트는 풀필먼트 스토어에서의 주문 배송에선 점포 5㎞반경의 핵심 상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바로배송’이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바로배송’은 배송준비까지 총 30분 내에 이뤄진다. 롯데마트는 고객주문이 시작된 시점부터 고객에게 주문 상품이 배달되는 시점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로배송’이 가능한 풀필먼트 구축 점포는 다음달 말 중계점과 광교점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중계점과 광교점이 위치한 지역은 20~40대의 인구 비중이 높으며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이 많아 ‘바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정확하고 빠르게 배송한다는 것이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놓게 된 취지”라면서 “앞으로 풀필먼트 스토어를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9개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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