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해외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뉴스핌 자료사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해외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뉴스핌 자료사진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대형악재를 만난 항공·여행업계는 1·2위 할것 없이 초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일본 불매와 중국 사드 등으로 한번 큰 타격을 입은 이후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코로나 사태가 대형 결정타를 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바닥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79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이달 수송량은 더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모든 항공사가 중국 노선의 대부분을 접은 데 이어 일부는 지역 감염이 확인된 동남아 일부 노선에 대해서도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국내 항공사의 한중 노선 운항 횟수는 약 77% 감소한 상태다. 이달 1∼10일 중국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64.2% 감소했고, 동남아는 19.9% 감소했다.

항공권 예약 취소·환불이 급증하며 최근 3주간 항공사 환불금액은 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코로나19 슈퍼전파자로 의심되는 31번 환자의 확진 판정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 등을 중심으로 무더기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국내선마저 수요가 급감하는 등 항공업계의 위기의식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별로 위기경영을 선포하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돌입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또 사장 40%, 임원 30%, 조직장 20% 등 모든 임원진이 직책에 따라 급여를 반납하기로 하고, 모든 직종의 직원을 상대로 무급휴직 10일을 실시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역시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하며 경영진이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기로 했다. 무급휴가도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이스타항공도 상무보 이상의 임원은 임금(급여) 30%를, 임원을 제외한 본부장 직책자는 직책 수당을 자진 반납하고, 운항·객실 승무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상대로 근무일·근무시간 단축 신청을 받기로 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등도 희망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심각하다. 바로 위 담당자도 저번주에 강제 무급 휴직 공지가 내려와서 이번주 부터 출근을 안한다. 언제 나까지 내려올지 모르는 긴장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일본불매랑 중국 사드, 홍콩 시위 등에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 수위를 넘어 섰다. 앞으로 분위기가 조금 진정 된다고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같다. 이쪽 업계는 더욱 더 힘들어 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직접 만난 데 이어 17일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 최대 3천억원 내에서 필요한 유동성을 수혈하기로 했다.

공항시설 사용료 최대 3개월 납부 유예, 6월부터 2개월간 착륙료 10% 감면, 1년간 과징금 납부 유예 등의 지원책도 제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악재를 겪으며 내성이 생기기는 했어도 일본 노선의 수요가 미처 회복되기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터라 충격이 더 크다"며 "단거리 노선 위주인 LCC의 경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못 버티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달 신규예약이 80∼90% 폭감하는 등 여행업계 역시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주요 여행사들은 주3일제·전직원 유급휴가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중소여행사들은 휴업이나 폐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1∼3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은 이번 달 신규 예약이 전년 대비 80%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는 다음 달부터 2개월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모두투어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최대 2개월간 유급 휴직 제도를 시작한다.

노랑풍선도 다음 달부터 2개월간 전 직원 유급 휴가에 돌입한다.

하지만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이 업계 1∼3위를 차지하는 대형 업체임을 고려할 때 이런 자구책을 낼 수 없는 중소여행사들은 무급 휴가에서 나아가 휴업이나 폐업까지 고려해야 할 처지다.

전세계 호텔 예약 서비스업체인 호텔엔조이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 대표적으로, 10인 이하 소규모 여행사들은 아예 휴업한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여행업계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아예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중소업체의 줄도산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분위기가 좀 나아진다고 해도 업계 분위기는 더 안좋아 지면 안좋아 졌지 좋아질 것같지는 않다"며 "중구 사드와 일본 불매, 홍콩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터져도 알음알음 버티고 있었는데.. 어찌할 줄 모르겠다. 직원들의 생계도 문제지만, 당장 사업을 이어 갈 수 있는 돈이 없다. 99% 취소에 취소만 물어줘도..."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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