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벤츠 페라리...럭셔리 브랜드, 전기 모터 시대 앞당긴다
배터리 모터로 기존 도로 달리는 친환경 카레이싱 개최 예정
전기차 잘 달리나? 가속력 퍼포먼스와 최고 속력 장점 꼽혀
충전 인프라 확대는 숙제, ‘세컨카’ 꼬리표 언제 떼어낼까

지난해 '포뮬러 E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전기차 Gen 2. 기존 모델에 비해 배터리 저장공간이 두배 증가해 주행거리가 늘었다. (Seoul E-Prix 2020 조직위원회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포뮬러 E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전기차 Gen 2. 기존 모델에 비해 배터리 저장공간이 두배 증가해 주행거리가 늘었다. (Seoul E-Prix 2020 조직위원회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전기차는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미래 자동차’로 주목 받는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 등 해결 과제가 많아 아직은 ‘세컨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포르쉐와 벤츠, 재규어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전기로 달리는 차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조만간 전기차 레이싱 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슈퍼전기차’ 시대는 곧 열릴까? 

프리미엄 브랜드 또는 이른바 ‘슈퍼카’ 브랜드에서 앞다퉈 전기차를 발표했다. 지난해 재규어가 자사 최초 가상 순수 전기 레이싱카 ‘재규어 비전 그란 투리스모 쿠페’를 공개했다. 전기차로 레이싱 서킷을 달린다는 목표다. 기존 스포츠카 특유의 웅장한 엔진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사운드를 특별히 제작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화제가 됐다. 단순히 친환경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자동차 본연의 멋도 전기차로 누리라는 취지다.

◇ 포르쉐 벤츠 페라리...전기 모터 시대 앞당긴다

페라리는 지난해 브랜드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공개했다.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 환산 220마력 힘을 내는 3개의 전기모터를 더한 모델이다. 지난해를 ‘전기차의 해’로 선언했던 벤츠도 국내 시장에 전기차를 내놓았다.

포르쉐도 최근 순수 전기차 모델 ‘타이탄’을 공개했다. 포르쉐는 타이탄을 국내 공개하기 앞서 자사 매거진을 통해 올리버 블루메 CEO와의 인터뷰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컬럼에는 “배터리셀에서 동력을 얻는 자동차도 진정한 포르쉐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CEO가 내놓은 답은 “타이칸을 경험해보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기름을 태우든 배터리로 모터를 돌리든, 슈퍼카로서의 성능에서도 똑같이 자신만만하다는 의미였다.

포르쉐가 공개한 기능을 살펴보면, 타이칸 터보는 최대 680마력으로 ‘제로백’이 3.2초다. 제로백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100Km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말한다. 3.2초는 포르쉐 911 카레라 4S모델보다 빠른 속도다.

포르쉐 디자인 총괄 미하엘 마우어 역시 “우리는 순수 전기차를 새롭게 정의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라며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내놓았다. 게다가 포르쉐는 타이칸 등을 앞세운 전동화 프로젝트에 60억 유로, 한화 기준 약 7조 9000억원을 투자했다.

아우디 역시 전기차 출시 계획 '로드맵 E'를 공개하고 고성능 전기차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쉽게 말하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거의 모두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다.

◇ 배터리 모터에 기존 도로 달리는 친환경 카레이싱

전기차와 슈퍼카의 조합은 사실 최근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전기차 레이싱 대회도 이미 열리고 있으며, 올해 5월에는 서울 잠실에서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진 F1(Fomula-1)이 아니라, Formula E 챔피언십이다.

이희범 대회운영위원장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포뮬라1은 교외에 대형 서킷을 건설해 경기를 치르지만, 포뮬러E는 기존 시설을 사용하고 기존 도로를 달리는 친환경 레이스”라고 말했다. 포뮬러E 창립자 알레한드로 아각은 “전기차 경주대회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목표를 가진 매우 의미 있는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당시 자동차 매체 관련 기자들이 “사회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경주 자체의 재미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의 경쟁력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최측에서는 ‘고요한 폭풍’이 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 5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포뮬러E 2018-2019 10라운드에서는 아우디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레이스에 나선 아우디 e-트론 FE05는 성능을 효율적으로 높인 순수 전기 레이스카로 유명하다. 아우디는 모로코에서 열린 해당 대회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우승하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친환경 전기차 포뮬러 E(사진 KEB하나은행 제공)
친환경 전기차 포뮬러 E (KEB하나은행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기모터의 장점. 가속력 퍼포먼스와 최고속력

럭셔리 브랜드가 만드는 전기차, 전기차를 타고 겨루는 카레이싱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경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반드시 환경적인 고려 때문에만 기획된 이벤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토크나 가속력 등에서만 보면 전기차가 기존 휘발유나 경유차와 비교해 오히려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자동차 경주에 어울릴만한 속도로 빠르게 달리려면 최고속도와 강력한 토크가 중요하다. 물론 서스펜션이나 구성능력, 안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성능을 평가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저 두 가지다. 그런데 최고속도와 토크 면에서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보다 오히려 더 나은 부분도 있다.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모터와 배터리로 구동되는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이 일반 내연기관에 비해 강력한 토크 등에서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속력 퍼포먼스 부분만 보면 일반 내연기관보다 좋고, 모터 용량 등을 감안한 최고속력 역시 전기차가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근 교수는 “초기 전기차는 주로 연비에 신경을 써서 직경이 크고 폭이 좁은 타이어로 만들었는데, 요즘은 타이어 업체들이 전기차 타이어를 오히려 더 딱딱하고 마모가 덜 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타이어가 바닥을 훨씬 더 잘 밀기 때문인데, 이 부분을 감안하면 최고속도 등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있다는 것이 이 교수 설명이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포르쉐 타이칸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다.

◇ 충전 인프라 확대는 숙제, ‘세컨카’ 꼬리표 벗고 ‘슈퍼전기차’ 시대 열까

‘슈퍼전기차’의 퍼포먼스가 곧 전기차 시장의 빠른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여전히 큰 숙제를 가지고 있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문제, 이른바 ‘일 충전 주행거리’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레이싱용 서킷에서 짧은 거리를 빠른 가속력과 최고 속도로 달리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매일 주행하는 일반 업무용 차량이나 자가용의 경우 이 숙제가 좀 더 해결되어야 한다.

초반 가속력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충전이 상대적인 약점이라고 보면, 사용자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약점 극복이 더 중요한 문제다. 이것은 전기차 상당수가 여전히 ‘세컨카’에 머물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과제는 분명하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도 쉽고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할부지원금과 보조금 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충전시설 확대 등이 필수다. 최근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통신망처럼 도로 아래 충전망을 깔아 전기차가 주행 중에 실시간으로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BMW, 다임러, 포드, 그리고 아우디와 포르쉐의 폭스바겐 그룹은 조인트 벤처 ‘아이오니티’를 통해 유럽에 전기차 고속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유럽 전 지역에 평균 120Km마다 충전시설을 세우는 것이다. 포르쉐는 타이칸 공개 당시 급속충전 관련 기능을 소개한 바 있다.

SK네트웍스가 당사 15개 직영주유소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 15기를 설치하고 27일부터 본격 상업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기차 충전기와 함께 위치한 맥도날드, CU 매장 모습. (SK네트웍스 제공) 2019.8.27/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 '일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전기차 충전기와 함께 위치한 맥도날드, CU 매장 모습. (SK네트웍스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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