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관치금융 백태ⵈ거꾸로 가는 '관치 역행'
‘관치금융 철폐-투쟁-극적 합의’로 이어지는 낙하산 인사 악순환
시기에 맞지 않는 과도한 제재도 관치금융의 일종

IBK기업은행 윤종원 행장 취임식(IBK기업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IBK기업은행 윤종원 행장 취임식(IBK기업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2020년에도 시장원리가 아닌 당국이 금융을 지배하는 ‘관치금융(官治金融)’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뇌관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위 ‘낙하산 인사’부터 금융사를 향한 ‘시기 제멋대로 제재’까지 관치금융의 그 형태가 진화하고 있다.

◇ 또다시 시작된 국책은행 ‘낙하산 인사’

국책은행의 특성상 ‘연임이 없는’ IBK기업은행은 전임 김도진 행장의 마지막 출근과 신임 윤종원 행장의 첫 출근 사이 공백이 꽤나 길었다. 바로 내부에서의 극렬한 반대 때문이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장 인사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를 초래하게 했다. 바로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는 은행장 인사 절차상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부터 기업은행장 인선 과정의 ‘낙하산 인사 배제 원칙 적용’을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설명서를 통해 ‘정권의 보은 인사는 물론 관료나 정치권 출신 외부 인사, 그 어떤 낙하산 인사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한 그 어떤 투쟁도 마다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2010년 이후 내부 출신 행장 경영으로 외형적 성장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목적 실현에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는 것'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1월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윤종원 행장이 차기 기업은행 수장으로 결정됐다. 현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의 큰 뿌리인 ‘포용적 성장’, ‘사람 중심 경제’, ‘혁신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IBK기업은행의 선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적임자라는 게 선정 이유였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경제수석비서관 등의 요직의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을 두고 낙하산 행장 임명 강행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은행 내부의 반대는 격렬했다. 선임일인 1월 3일부터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특히, 22일에는 기업은행지부 조합원은 물론 금융노조까지 합쳐 약 200여 명이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발암물질 관치금융 반대한다!’, ‘돌려막기 보은인사 반대한다’ 등의 피켓을 앞세워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윤 행장은 당초 취임 예정일이었던 1월 3일을 훌쩍 넘긴 29일 되어서야 제26대 중소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설 연휴 지속된 대화 끝에 극적인 노사 합의를 이뤄, 28일 출근 저지 투쟁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관치금융 철폐-투쟁-극적 합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2020년에도 반복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우리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우리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시중은행, 또다른 관치금융에 발목 잡히다

국책은행이 아닌 시중 금융사 역시 2020년 또 다른 ‘관치’에 발목이 잡혔다.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며 지주 전환 첫 회장의 테이프를 끊은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의 이야기다.

손 회장에 대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물론 임직원이 확고한 지지 의견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과도한 제재가 ‘관치금융’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지주 회장, 우리은행장 각각 올해 3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 회장은 유력하게 연임이 예상됐었다. 우수한 실적과 지주 전환 조기 정착을 이끌어 냈다는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DLF 사태’로 우리은행장 수장을 겸하고 있는 손 회장 역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의 결정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상황은 예상할 수 없게 급변했다.

일단 우리금융은 지주와 은행의 겸직 체제를 끝내겠다고 선언, 우리은행장의 선발 절차가 이뤄졌다. 결국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가 차기 우리은행장에 내정되면서 손 행장은 오는 3월 은행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거취가 불분명하게 됐다.

이렇게 지주 회장직이 남았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해 12월 30일 차기 회장 후보로 현 손태승 회장을 단독 추천했다.

임추위는 만장일치로 ‘손태승 후보’를 결정지었다. ‘성공적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검증된 경영능력과 안정적인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주추 갖춘 점을 높게 평가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시현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는 평이었다.

DLF 사태와 관련된 제재심이 남아 있었지만, 지주 체제 2대 회장으로도 손 회장을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굳건한 지지는 ‘문책경고’라는 금감원의 제재심 처벌 수위 발표 이후에도 이어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2월 6일 이사회 간담회에서 다시 한 번 ‘연임 지지’로 뜻을 모았음을 밝힌 것이다.

그 사이 2018년 ‘우리은행 휴면고객 비밀번호 도용 건’이 다시 ‘제재심’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우리은행이 자체 감사를 통해 확인하고 금감원에 보고를 마친 건이었지만, 해를 넘겨 다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해묵은 사건에 내려진 제재심 카드는 탄탄한 연임 지지를 받고 있는 손 회장의 견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물론 임직원에게까지 ‘연임 지지’를 받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이하 ‘노조’)는 ‘우리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임추위의 결정을 훼손하는 외부의 움직임을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관치금융’이라고 표현하며 손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에서는 외부에서 새로운 인사가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은행 직원들의 대표로서 임추위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손 회장이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경영성과와 직원 및 시장과 소통했던 리더십을 들며, 종합금융그룹의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가 이렇게 한뜻으로 의견을 모으는 동안 양 금융당국은 불협화음의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와 금감원 조차 '우리은행'에 대한 시선을 달리한 것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내린 기관에 대한 제재에 대해 '과도하다'고 판단해 과태료 감경을 결정했다. 무려 40여 억원의 차이다. 금감원의 '금융기관 좌지우지를 위한 흔들기'가 금융위와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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