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참가자가 새끼 펭귄에게 하고싶은 말을 쓴 메모지를 붙이고 있다.  2019.7.4/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각성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사진은 지난해 7월 개최된 지구온난화 방지 캠페인 ‘펭귄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새끼 펭귄에게 하고싶은 말을 쓴 메모지를 붙이는 모습 (본사DB)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실천은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귀찮고 게을러서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현실, 지금 당장의 일이 아니라고 느껴서다. 때로는 관심이 생기지만 평소에는 ‘무관심’하다는 얘기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각성’시킬만한 책을 소개한다. 오염되었거나 파괴된 장면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전문 서적보다는 의외의 지점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떠올릴 수 있는 책 위주로 골랐다. 흥미롭게 읽기만 해도 잔잔하고도 묵직한 여운이 남을테니까. 대신, 환경 관련 도서의 클래식으로 꼽을만한 책 한권을 함께 소개한다.

 

#1 무분별한 소비·소유 습관 줄이고 싶다면...
부칠 짐은 없습니다
(꿈의 지도. 주오일여행자 지음)

환경 관련 책이 아니라 여행 에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다 보면 환경에 대한 마음을 되새길만한 지점이 있다. 작가는 ‘배낭 없이 세계 여행하기’에 도전한다. 불필요한 짐을 최대한 줄이고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긴다. 부피 등을 줄이기 위해 샴푸나 세제등은 작은 고체 제품을 골랐다. 작가의 여행 가방은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작가는 책에서 “인생에서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 전까지는 이 물건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나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는 이 물건이 내 삶에 진짜 필요한지, 내가 소비하는 물건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하고 소비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2 플라스틱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궁금하면...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웨일북. 오후 지음)

생활 속 9가지 소재를 과학의 시선으로 알기 쉽게 풀어쓴 책. 3번째 챕터 ‘지금은 플라스틱 시대’에서 플라스틱의 개발 과정과 역사, 환경적인 문제 등을 다뤘다. 다만 무조건 ‘플라스틱을 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이슈를 둘러싼 여러 시선과 관점을 폭넓게 소개한다. 환경이나 과학 관련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

저자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난다면 2050년에는 플라스틱 사용량의 현재의 3배가 될 전망”이라고 밝히면서도. “합성섬유 없이 자연소재로만 옷을 만들어 입는다면 77억 인구에게 필요한 목화 등을 재배하느라 물과 비료, 살충제 등이 어마어마하게 쓰일 것”이라는 것도 함께 소개한다.

 

#3 펭귄의 일상, 인간과 동물 공존에 관심 많다면...
펭귄의 여름
(생각의 힘. 이원영 지음)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동물행동학자가 쓴 책. 40여일간의 남극생활을 기록하면서 펭귄의 성장과정 등을 관찰했다. 환경을 보호하고 극지 동물의 생태를 지켜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주장하는 책은 아니지만, 펭귄의 일상을 읽다보면 스스로 그런 마음이 들게 된다.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의무와, 펭귄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는 한 인간으로서의 마음이 솔직하게 함께 담겨있다.

책에는 관광객에게 자주 노출된 펭귄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번식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 과학적인 목적을 위해 동물을 괴롭혔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모순을 느낀다는 고백 등이 담겼다.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동물을 향한 애정과 그들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한 연구자의 기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4 의식 있는 개인이 사회를 바꾼 과정을 보고 싶다면...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지음)

20세기 환경 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으로 대표적인 환경 고전으로 꼽히는 책. 저자 레이첼 카슨은 생태학 시대의 어머니로 꼽히는 인물로 타임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가운데 한 명이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1907년생이라는 점, 환경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던 시대에 이미 저자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저자가 던진 문제의식은 이 문장으로 대변된다. “숲속에서 재잘거리던 새들의 노래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주요 내용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미국 상원의원이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고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됐다.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는 이 책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한 바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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