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내 확진 막아라, 각 기업 총력 대응 중
공장을 지켜라, 첨단산업 생산라인 멈추면 큰 피해 예상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결국 정부의 숙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방역 담당 직원들이 방역용 살균소독제를 이용하여 소독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2020.1.28/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 기업들이 총력 대응 중이다. 사진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방역 담당 직원들이 방역용 살균소독제를 이용하여 소독작업을 실시하는 모습.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 없음. (인천공항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진정 기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던 코로나19가 지역사회 등을 중심으로 다시 급속히 퍼지면서 기업들이 긴장 상태다. 저마다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개별 기업에서 근본적인 봉쇄 계획을 수립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다시 늘어나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직원의 감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에 사내 방역망이 뚫리면 사업장을 폐쇄하는 등 적잖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GS홈쇼핑과 SK하이닉스는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거나 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다른 직원들도 재택근무 조치하거나 자가격리한 바 있다.

당시 GS홈쇼핑 직원은 영등포구 사옥에서 방송지원업무를 맡은 사무직으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배송 상품과 접촉할 일이 없어 배송 등에는 문제가 없었다. SK하이닉스 직원은 신입사원으로, 이천캠퍼스 교육장에서 교육받은 교육생 280여명을 귀가조치 후 교육장을 폐쇄했다. 이후 공장 가동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례는 생산이나 배송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최근 대구를 중심으로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기업들도 각자 대책을 점검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사업장내 확진 막아라, 각 기업 총력 대응

주요 기업들은 설 연휴 즈음부터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힘써왔다. SK그룹은 본사가 위치한 서린 사옥에 열감시 카메라를 배치했고 설 연휴 직후 시점부터, 이미 중국 방문 이력이 있는 임직원은 귀국 시점후 바로 재택근무 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 등 중국 사업장에서 최근 귀국한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현대자동차도 국내 사업장에서의 단체 활동을 제한하는 등 사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확진자가 손님으로 다녀갔던 GGV는 임시휴업에 돌입했던 부천역, 성신여대점 일부 직원들을 자가격리 조치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직원 출근시에는 체온을 확인하고 발열 증세가 발견되면 의료기관을 바로 방문한다. 아울러 전 고객이 마스크를 쓴 채 고객을 응대한다.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는 극장의 경우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기침 에티켓 등 예방수칙을 안내하는 게시물을 배치했다.

LF는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감염 예방 활동을 적극 권고하고 중국 및 동남아 해외출장, 단체교육, 행사. 회식 등을 금지했다. 아울러 전 사옥 사무구역에 살균 소독을 실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로비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입 직원의 체온을 체크하며 중국 등 중화권 출장은 당분간 금지하고 있다.

KT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감염병 조기 발견과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행동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중국 출장을 다녀온 직원은 2주간 재택근무 조치했다. 기업 특성상 고객 서비스와 관련하여 소비자 가정 방문 서비스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세척 후 작업하도록 조치했다.

손님과 직원의 접촉이 많은 오프라인 유통매장도 특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등 소비자들의 접촉이 많은 곳을 1시간 단위로 소독하고 영업 종료 후에도 매장을 수시로 소독한다. 현대백화점측은 “보건 당국과 협의해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직원과 판매사원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와 여행이력을 확인하는 등 이상징후자 발생 여부도 매일 점검한다.

이마트는 매장 근무 직원에게 1일 1매 마스크를 지급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감염증 예방수칙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고객들이 자주 만지는 카트 등도 수시로 소독한다. 아울러 이마트는 아래와 같이 위기대응 5단계 매뉴얼을 수립해 활용중이다

 1단계 : 질병관리본부 사이트 및 언론보도 수시 모니터링
 2단계 : 확진자 방문 확인 시 빠른 영업 종료 및 고객 안내 실시
 3단계 : 역학조사 및 방역실시, 확진자 동선 파악 후 접촉자 격리
 4단계 : 임시 휴점 실시,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
 5단계 : 관계기관 및 지자체와 정상영업 진행 여부 협의 후 영업 재개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 및 종합상황반을 운영하고 비상대응 인력운용계획을 수립했다. 중국지역 행사 참가를 자제하고 특히 중국주재직원과 가족 감염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중이다.

NH투자증권은 대면 보고 및 단체활동 자체를 지양하는 추세다. 아울러 발열 및 의심요소가 있는 직원은 즉시 귀가 조치한다. 각부서장과 센터장에게도 직원에게 의심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휴가를 명령하고 선시행 후보고하도록 전달했다. 본사 로비 1층에도 열화상 카메라를 운영해 발열 직원은 체온을 재측정해 발열이 확실시되면 즉시 귀가조치한다. 다만 현재까지 위 내용으로 귀가 조치 받은 직원은 없다고 NH투자증권은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장 대응체계를 직접 점검하고 정부의 총력 대응태세를 강조했다.(사진 청와대)/그린포스트코리아
각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방역·경제 대책은 정부의 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장 대응체계를 직접 점검하고 정부의 총력 대응태세를 강조하던 모습. (청와대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 제조업 등 대책마련 분주, 첨단산업 공장 멈추면 큰 피해 예상

제조업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최근 확진자가 쏟아져나온 영남지역에 생산시설이 있는 기업들은 관련 이슈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휴업 기간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지를 다녀온 직원들을 대상으로 출근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정문과 각 출입문에는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해 직원과 납품차량 운전자들의 발열 상태를 체크한다. 확진자가 방문한 대구경북지역 병원 등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직원은 자가격리 조치할 방침이다. 다만 아직까지 방문 이력이 확인된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31번 확진자가 식사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 퀸벨호텔을 같은 날 방문한 직원 1명을 재택근무 조치했다. 해당 직원은 호텔 내 다른 층 예식장을 방문했고 방문 시간과 동선도 겹치지 않으며 특별한 자각증상도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회사에 방문 사실을 알렸고 재택 근무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사내 식당과 엘리베이터 등을 수시로 방역하고 있다.

복잡하고 긴 생산라인을 가진 공장 등은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생산라인에 이상이 생길 경우 적잖은 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반도체 공장은 웨이퍼가 투입돼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보통 2~3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600여 개의 공정을 거치는데, 소재나 장비 등에 차질이 생겨 생산라인이 멈추면 재료를 폐기하고 설비 자체를 재점검한다. 만일 하루 이상 라인이 멈춘 후 재가동하려면 2개월 이상 걸린다. 지난 2018년 대만 파운트리 업체 생산 장비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라인이 멈췄을 당시 약 3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해 28분간 정전이 이어졌는데 당시에도 약 500억원 규모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기 화성 일대에서는 1~2분간 정전이 발생해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 라인 일부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정전에 대비하는 장치가 바로 작동해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는데도 수십억원 규모의 손해에 생산라인 완전 복구까지 2~3일이 소요된 바 있다.

◇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은 결국 정부의 숙제

문제는 기업들이 감염증 관련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는 데 있다. 저마다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직원들의 개인 위생 관리를 독려·지원하고 작업장이나 사무실 등을 소독하면서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전부다. 대대적인 확산을 막으려면 각자의 노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각 기업이 마련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부에서 홍보하고 권고하는 위생 관련 수칙들을 회사와 직원들이 꼼꼼하게 잘 지키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특별하거나 남다른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정부에 관련 대책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6대 주요기업 고위경영진은 지난 13일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관련 지원사항을 이미 건의한 바 있다. 당시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중국 공장 근로자 12만명을 위한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했고, 최태원 SK회장은 확진자 발생시에도 공장 부분 가동이 가능하도록 중국과 협의해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는 19일 긴급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경기대책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현 경제상황을 '비상경제 시국'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비상시국이라는 인식으로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경제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추경 편성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가 기업의 생산활동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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