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시즌 앞두고 국민연금VS재계VS시민단체 입장 차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추진 시작해
재계, 경영 간섭으로 기업 위축될 것
시민단체, 주주제안 놓쳐, 이제라도 주주활동 논의 시작해야

국민연금관리공단(그린포스트코리아 DB)/그린포스트코리아
국민연금관리공단(그린포스트코리아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 56개 사의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 활동을 앞두고 ‘기업과 주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국민연금 측의 도입 취지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재계는 경영간섭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출하고, 시민단체는 주주제안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같은 상황을 두고, 국민연금과 재계, 시민단체 간의 동상이몽은 주총 시즌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 국민연금, ‘일반투자’ 그 화려한 선언을 하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초석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이다. 이후 2019년 2월 일부 기업에 대한 적극적 주주활동을 추진했고, 같은 해 12월 제9차회의를 개최해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며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여기에 올해 주주권 행사를 어렵게 만들었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뒤따르면서 탄력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발표한 ‘투자전략 Not:5% 룰 개정과 국민연금’을 통해 “이번 변화의 가장 큰 수혜는 국민연금이 누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연기금들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행보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월 1일 개정 시행 전에는 투자사는 ‘5%룰’에 의거, 보유목적에 따라 제약이 있었다.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보고(주주제안 등 영향력 행사 가능)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으로 보고(의결권, 신주인수주권 등 단독주주권 행사) 중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 대량보유 보고제도가 개선되면서 보유목적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이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나눠졌다. ‘일반투자’는 배당,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관련 주주활동 등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국민연금은 ‘일반투자’를 적용, △중점관리사안(공개 중점관리 기업 중 개선이 없거나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비공개대화 선정 기업 중 개선이 없는 기업) 등을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기업으로 선정했다.

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 일반투자 공시 56곳 ‘나, 떨고 있니?’

국민연금 측은 지난 7일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13곳의 상장사 중 56곳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이다.

재계는 반발했다. ‘공동성명’을 내는 등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활용하여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여러 번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 도입 전, 후 그리고 시행령 개정 이후 각각 발표문을 통해서다.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이 늘면 신산업 지출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제의 활력도 잃게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모두발언을 통해 밝힌 “기업 경영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며, 기업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여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는 국민연금 측의 취지와는 사뭇 다르다.

‘기업 경영 자율성 저해 우려’를 두고 재계와 국민연금 측의 팽팽한 입장 차이다.

◇ 이게 주주가치 제고 맞아?

그 사이 ‘일반투자 공시 기업에 원칙’에 대한 의문이 붉어졌다. 당초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운데 반해, 과소 배당으로 지적받던 기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기업 선정에 올바른 절차가 수행됐음을 항변했다. 또 배당 관련 사안만이 그 보유목적 변경 사유가 아님을 전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측은 그 기준을 밝히기도 했는데 ‘기업 배당정책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배당 성향 수준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으며, 기업이 배당정책을 수립·공개하고 있는지 여부와 내·외부 요인을 감안하여 배당을 결정하였는지, 공개한 배당정책에 맞는 배당을 실행하였는지 등을 기반으로 선정’이 그 내용이었다.

논란은 또 있다.

주주제안을 실행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에 대한 지적이다. ‘상법’ 상 주총 6주 이전에 주주제안을 행사해야 했는데 이를 놓쳤다는 것이다.

6개 시민단체는 지난 16일 ‘3월 주총 대비한 주주활동에 나서라’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이다.

이들 단체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를 대상으로 주주제안을 실행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 기금위와 그 책임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금위가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국민의 노후자금이 투자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한 재벌 총수 등 이사에게 책임을 묻고, 이사회 등 지배구조를 개선할 골든타임을 날려버렸다”고 전했다.

또, 주주활동을 위한 논의를 속히 시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이 배당 확대 부를까?

국민연금에게 있어 다가올 3월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신 주주권’ 행사의 원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주총회 당시 ‘정관 변경’을 요구하지 못했다. 1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보유목적을 ‘경영권 참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네이버,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시가총액 상위기업을 ‘일반투자’로 변경, ‘주주권 확대’에 초석을 닦았다. 이러한 추세는 배당 성향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위원은 동 보고서를 통해 “직접적인 경영권 참여는 제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치지에 맞게 주주권 행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배당 요구가 일반투자로 변경되면서 배당 확대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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