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차남 이어 장남 운항 인턴
직원들 “코로나로 무급휴일 가는데” 분노
회사 측 “정상적 선발절차 거쳐...문제없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뉴스핌 자료사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뉴스핌 자료사진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자구안을 내놓은 가운데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아들 2명이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에서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항공업계와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 따르면 한 사장의 첫째 아들은 지난주 아시아나항공 운항부문 직원(면장운항인턴)으로 입사했다.
 
이에 앞서 한 사장의 둘째 아들은 2017년 일반관리직으로 이미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사장은 이번에 HDC현대산업개발에 함께 통매각된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아시아나IDT 대표이사(부사장)로 재임 중이었다.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 "월급 사장인데 둘째 아들 일반직 취업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카드회사 다니던 첫째 아들까지 운항 인턴으로 급하게 일정 당겨가며 채용시켰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아들에 대한 임원면접에 사장이 직접 들어가서 채용했다", "아버지가 사장인 회사에 지원했을 때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이 그걸 모르겠느냐. 일반직원도 다 아는데 특혜가 없겠느냐. 지원과 동시에 합격인 셈"이라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백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운항 승무원이 실력과 능력 없이 오로지 부모 '빽'으로 입사 가능하다는 사실은 자칫 외부인에게 조직에 대한 큰 신뢰 훼손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직원은 "오너 집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한 사장은) 오너 일가도 아니고 월급쟁이 사장인데 아들 두명 다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 후다닥 꽂아 넣은 대단한 분"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창립기념일인 전날 아시아나항공 노사가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은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블라인드 등에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기준 작년 영업손실은 42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작년 매출액은 7조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837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에서 "지금 우리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할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사적 차원의 대책 수립과 시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한 사장을 포함한 전 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기로 한 데 이어 임원진의 직책에 따라 급여를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 또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0일간의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안에도 한 사장 아들의 채용 특혜 논란과 추가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며 아시아나항공 내부 직원들의 자괴감은 더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에는 "아들이 카드사 다닐 때 카드 신규가입하라고 각 팀에 신청서 뿌리고 걷어갔다"며 "더한 건 임기 중 아들 결혼시키려고 앞당겨서 얼마 전 결혼까지 시켰고, 온갖 작은 여행사, 관련업계 다 세일즈 시켜서 청첩장 뿌렸다"는 글이 올라오며 직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한 사장의 둘째 아들은 사장 재임 전인 2017년 그룹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며 "이번에 입사한 직원(한 사장의 첫째 아들)도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쳤으며, 입사 지원자격에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 사장의 장남이 응시해 합격한 면장운항인턴의 경우 조종사 면허증을 소지하고 비행시간이 300시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요건을 다 충족했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어 "한 사장은 부임 이래 운항승무원 신입사원 채용 임원 면접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번 채용도 정상적인 스케줄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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