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탄 '사모펀드', 투자 활성화 불러
외형 성장과 달리 '불완전 판매' 등 질적 성장의 한계 부딪혀
규제 강화해야 목소리 나와... 금융당국도 규제 움직임 보여

DLF 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의 금감원 앞 기자회견 현장(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DLF 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의 금감원 앞 기자회견 현장(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한 달 벌어 한 달을 사는 평범한 직장인들도 이제는 대부분 ‘사모펀드’를 안다. 예금자보호법에 의거 보호받지 못하는 이 ‘억 소리 나는’ 투자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법무부 조국 전 장관에서 DLF 그리고 라임자산운용까지 달구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상품으로 이미 불특정 다수 대상으로 모집하는 ‘공모펀드’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는 규모에 역행, 대규모 손실에 앞서 ‘불완전판매 만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모펀드 언제부터 이렇게 쉬워졌나?

‘사모펀드’의 규제 완화가 이뤄진 것은 지난 2015년이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다양한 상품 출시 등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사모펀드는 일반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통합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묶어 ‘경영참여형(PEF)’과 두 종류로 단순화됐다.

해당 상품별 적격투자자에 대한 기준도 완화됐다. 당초 헤지펀드는 전문투자자(일부 제외), 5억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법인 등만 가능했지만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바뀌면서 △모든 전문투자자 △레버리지 200% 이상 1억원 이상 투자자 △레버리지 200% 초과 3억원 이상 투자자가 됐다.

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영사를 등록제로 전환했다. 집합투자업자를 인가 대신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등록 요건 역시 낮췄다. 자기자본을 20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전문인력 역시 ‘금융회사에서 3년 이상 근무하고 협회 운용 관련 교육을 이수한 자’로 개선했다. 금융투자상품 운용 경력 등의 요건을 폐지한 것이다.

이후 2018년에는 이원화 된 사모펀드 운용규제를 일원화 해 10% 지분보유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또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 적용 규제 중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며 자율성을 부여했다.

◇규제 완화를 먹고 쑥쑥 자란 '사모펀드 독배', 이제는 '취급주의'?

이러한 요건 완화라는 제도의 뒷받침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은 성장했다. 은행에서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DLF를 판매했다. 증권사 역시 DLS를 팔았다. 그렇게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경우 2019년 기준 416.4조원으로 늘었다. 2015년 199.8조원에서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결국 투자가 뭔지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 DLF, 라임 펀드로 큰 손해를 봤다.

금융당국 역시 다시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DLF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서는 은행에서의 고난도 사모펀드의 판매를 제한했다. 투자자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는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도입 일반투자자에게 숙려기간 등을 부여했고, 일반투자자요건도 강화해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랐다. 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3억에서 5억이 됐다. 새로운 개인전문투자자 기준도 마련됐다.

올해 ‘라임 사태’ 이후에는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이 발표됐다.

모험자본 공급 등의 사모펀드 순기능을 위해 운용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시장규율 기능을 통해 위험 관리 기반을 마련이 그 기본 방향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와 손해배상 역량 강화 △판매사의 펀드 운용 점검의무 부여 △수탁기관 및 PBS 증권사 관리·감사 책임 명확화 △투자자 정보제공 강화 등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3월 중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 역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종민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자본시장포커스 '국내 사모펀드의 리스크 점검 필요성 및 대응방향'을 통해 '현행 사모펀드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종민 선임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개방형 사모펀드의 운영리스크와 유동성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이와 관련된 사모펀드 운용사의 위험관리 조직 및 체계, 내부통제에 관한 요건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LF·라임 사태 규제가 만든 독주는 아니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완화된 규제를 최근 발생된 일련의 사고와 연결시키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 14일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통해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의 사모펀드 제도 개편이 지나친 규제 완화가 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모든 규제가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후에 발생한 사고로 제도 개선의 적정성 여부를 재단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라임 사태와 규제 완화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서도 ‘일부 사모펀드의 문제를 제도 개선 탓으로 연결,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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