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실적부진 책임져라” 요구
회사측 "정상적인 경영 활동"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18일 홈플러스 본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형수 기자) 2020.2.18/그린포스트코리아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18일 홈플러스 본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형수 기자) 2020.2.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뿔났다. 경영진이 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책임을 본인들은 지지 않고 인력을 돌려막기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이라는 입장을 냈다. 

18일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이하 홈플러스 지부)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 강제 전배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를 규탄했다. 홈플러스가 17일 이렇다 할 협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해당 노동자 2명이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으로 강제 발령했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동대문점과 시화점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을 익스프레스 매장으로 보냈다. 

2006년 5월부터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일했다고 본인을 소개한 이순옥 씨는 “점장은 우리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익스프레스 전환 배치를 몇 명에게만 강요했고 공정한 전환 배치를 해달라는 작은 요구조차 뿌리쳤다”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진행된 강제발령을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순옥 씨는 이어 “머릿속에 인원감축, 쉬운 매각밖에 없지 않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홈플러스 지부는 실적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데 이같은 인사 조치의 배경이 있다고 본다. 성과가 목표에 미치지 못한 스페셜 매장, 물거품이 된 리츠 설립 등 연이은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홈플러스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에만 혈안됐다는 시각이다. 홈플러스 지부 관계자는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정상적인 매장 운영이 힘들어지자 강제 전환배치를 통해 인력을 돌려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지부에 따르면,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40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감축됐다. 홈플러스 지부는 홈플러스가 부족한 인력을 메꾸기 위해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통합부서 운영을 강행하고 있으며,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된 MBK와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에만 올인하는 경영진이 홈플러스 몰락의 주범이라고 했다.  

황옥미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대책, 대안 없이 고유 권한이라며 인사이동을 자행하고 통합부서를 운영해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지켜보니 구조조정이었으며, 이는 임일순 사장이 자행한 것으로 MBK는 구조조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연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 부서 운영을 시작해 점차 적용 점포를 확대에 나가는 중이다. 신선식품 담당 직원은 상품 회전이 빨라 일이 몰렸는데, 완구 매대 관리 직원은 한가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세분화됐던 카테고리를 식품과 비식품 등으로 크게 나눠서 업무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려는 조치란 설명이다. 홈플러스 지부는 통합부서 운영이 시작된 이후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 “실적 부진의 책임은 누가 지냐”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재현 위원장은 이어 “인력감축, 통합 운영은 누가 좋으라고 하나. 경영진들은 무슨 책임을 지고 뭘 감당했나”고 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전환배치 발령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회사도 발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야 하므로 기존 대형마트 인력을 온라인 관련 업무 및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당한 경영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정상적 인사를 단행했다”며 “인사 대상자와 3회에 걸쳐 면담을 진행하는 등 노조와 합의한 절차를 적극 따랐음에도 ‘강제전배’라는 주장을 펼쳐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2월16일자 인사 대상자는 총 150여명이며, 이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전환배치 대상자는 총 52명”이라면서 “노동조합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2명을 제외한 50명은 모두 동일한 인사절차에 따라 면담을 진행했고 인사발령에 따라 해당 점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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