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하는 가장 쉬운(?) 습관, 쓰레기 줄이기 실천기
평범한 직장인,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주말 보낼 수 있을까?
마트에서 (잠재적) 쓰레기 55개 구입...당신 장바구니는 어떤가요

중국이 플라스틱과 비닐봉투 쓰레기 발생량 감축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2020.1.22/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은 어떻게 해야 쓰레기를 덜 버릴 수 있을까? 아니, 정말로 쓰레기를 덜 버릴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평범한 일반인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가장 나쁜 영향이 뭘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쓰레기를 많이, 아무렇게나 버리는 행위’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해야 쓰레기를 덜 버릴 수 있을까? 이 기사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버텨보는 ‘셀프 미션’ 체험기다. ‘나는 평소 쓰레기를 얼마나 버리고, 그걸 줄이려면 구체적으로 뭐가 필요할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매일 쓰레기를 버린다. 밖에 내다 버릴 수도 있고, 집안에 쌓아뒀다가 나중에 버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쓰레기는 누구에게나, 항상 나온다. 일회용품을 마구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비닐이나 플라스틱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도 있지만, 누가 되었든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 인류는 세상에 없다.

쓰레기를 줄이는 건 중요하고 급한 문제다. 분리 수거를 잘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덜 버려야 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지난 1월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는 폐기물 정책이 대전환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하면서 "새 폐기물 정책에서는 쓰레기 감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이 뭘까. 기자가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쓰레기 안 버리고 버티는 주말’을 계획해봤다.

◇ 기자는 계획이 다 있었다...

목표는 간단했다. 주말 내내 쓰레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는 것. 물론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알았다. 우선 계획은 이랬다. 일회용품을 구입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것, 면마스크 빨아서 쓸 것, 장 보면서 쓰레기 안 버릴 방법을 고안해볼 것, 배달음식 먹고 싶으면 개인그릇 가지고 매장을 직접 방문해 포장해올 것, 그러니까, 영화 ‘기생충’ 속 기택네 가족처럼 기자도 다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결론은 하나였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것’

도전 기간은 지난주 토요일(15일)과 일요일 이틀. 쓰레기를 안 버린답시고 하루 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이불 속에 누워만 있으면 의미가 없으므로 일상적인 생활을 평소와 똑같이 하기로 했다.

기자의 주말 스케줄은 이랬다.
1.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쑥 인절미 선물세트를 사서 부모님댁을 방문함
2. 돌아오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 다음주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함
3. 일요일에는 커피 2잔 마시고, 배달음식, 외식, 집밥 가리지 않고 세끼 다 챙겨먹기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일반 직장인의 주말 계획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하루에 쓰레기를 없애려면 어마나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할까. 마음을 굳게 먹고 도전해봤다.

사람은 얼마나 쓰레기를 버릴까. 사진작가 Gregg Segal은 2014년 '7 Days of Garbage (7일간의 쓰레기)' 프로젝트를 통해 이에 대한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 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은 얼마나 쓰레기를 버릴까. 사진작가 Gregg Segal은 2014년 '7 Days of Garbage (7일간의 쓰레기)' 프로젝트를 통해 이에 대한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 그린포스트코리아

◇ 불편 감수하려는 각오와 용기, 현실에 밀려 힘 잃다

토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이 닦고 세수를 했다. 기자는 보통 3주에 한번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 집에 가면 상다리가 부러져라 밥을 차려주시기에 아침은 보통 굶고 간다. 아침을 챙겨 먹으면 그 과정에서 쓰레기가 나올 확률이 높은데, 식사를 거르므로 일단 순조로운 출발.

별 생각없이 세수를 하다 문득 ‘생활하수 역시 쓰레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물을 쓰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빨도 안 닦고 외출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짐대로 면 마스크 챙겨 쓰고 외출했다. 집 근처 상가에 가서 30개들이 떡 선물세트를 구입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위기가 왔다. 떡은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있었다. 떡은 3중 포장되어 있었다. 금색 보자기로 플라스틱 박스를 싸고 그걸 다시 큼직한 비닐 봉투에 담아 판다.

선물상자 크기를 재보니 성인 남성인 기자 기준으로 가로 두뼘반, 세로 한뼘반 정도였다. 거대한 플라스틱 상자를 보자마자 맥이 탁 풀렸다. ‘오늘 당장 버리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하는 마음과. ‘일회용품 구매 자체가 문제잖아’ 하는 마음이 치열하게 싸웠다.

방법은 있었다. 상자 포장은 빼고 떡 서른개를 일일이 따로 담아 가는 방법이다. 그런데 포장을 열고 모두 꺼내 가져가려면 물건을 담아주는 직원분이 너무 불편해보였다. 기자야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단단히 마음 먹었지만 아직 다른 사람에게 그 불편을 권할 자신은 없었다. 게다가 기자 뒤에도 떡을 사려는 사람이 두명 기다리고 있었다. 호기롭게 세웠던 각오와 실천 용기는 결국 현실에 밀려 힘을 잃었다.

아쉬운대로 보자기와 비닐봉투 없이 그냥 박스에 담긴 채로만 받아왔다. 쓰레기를 직접 버리지는 않았으나 아침부터 커다란 플라스틱을 구매한 셈이어서 괜히 찝찝했다. 그런데도 손잡이가 없으니 불편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더 많이 들었다.

게다가 상자만 덜렁 가져가려니 왠지 성의가 없어보이는 문제도 있었다. 부모님께 드릴 떡이니까 그나마 괜찮았지만, 조금 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들고가는 선물이라면 보자기에 쌓인 채 깔끔한 전용 봉투에 담기는 게 보기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감정은 지금 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니까 그냥 잊기로 했다.

포장을 열어보고 또 좌절했다. 떡 30개, 찍어먹을 수 있도록 따로 담긴 콩가루가 모두 비닐로 각각 포장되어 있었다. 손바닥 두 개를 합친 정도의 제법 큰 비닐 31개가 손에 들어왔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비닐과 플라스틱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한국인이 1년에 사용하는 비닐봉지는 한반도를 70%가량 덮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기자는 거기에 숟가락을 얹기만 한 채 이대로 도전을 실패한 것인가?

비닐봉투, 보자기, 플라스틱 상자안에 담긴 떡이 비닐로 각각 개별포장되어 있었다. (이한 기자) 2020.2.15 / 그린포스트코리아
비닐봉투, 보자기, 플라스틱 상자안에 담긴 떡이 비닐로 각각 개별포장되어 있었다. (이한 기자) 2020.2.15 / 그린포스트코리아

◇ 구매한 물건 숫자만큼 ‘잠재적 쓰레기’가 따라왔다

부모님 댁에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물 쓰레기 남기지 않으려고 그릇을 싹싹 긁었다. 모처럼 먹는 ‘엄마 집밥’이어서 그건 어렵지 않았다. 식탁에 흘린 반찬도 평소 같으면 물티슈로 닦았겠지만 이날은 행주를 빨아 닦았다. 부모님이 ‘유난스럽게 갑자기 왜 그러냐’싶은 눈으로 보셨다. 점심 먹으면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은 것에 대한 기쁨, 왜 그런 도전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피식 웃으셨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모님 집을 방문하면 식단은 버라이어티하다. 메뉴는 동서양을 넘나들고 메인 요리와 반찬 구성도 ‘조화’보다 ‘개성’이 돋보인다 기자가 좋아하는 메뉴를 최대한 많이 차려두시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카레와 알탕을 먹고, 돈까스에 고등어구이를 곁들이는 식이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부모님이 식재료를 구매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적잖은 쓰레기가 나왔다는 얘기다. 다용도실에 나가봤더니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박스가 이미 꽉 차 있었다. 쓰레기더미 제일 위에 ‘새콤달콤 유부초밥’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비쳤다. 카레에도 찍어먹고 생선살을 얹어 잔뜩 먹은 조금 전 그 유부초밥 재료다. 함께 엉켜있는 쓰레기들은 안 봐도 뻔했다. 찌개 재료와 고등어를 감싸고 있던 포장재, 카레에 들어간 채소와 과일, 그리고 닭가슴살이 담겨있던 비닐들이었다.

기자는 ‘애초에 포장이 문제야’라고 궁시렁대며 부모님 댁을 나섰다. 장을 보러 갔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과대포장 사지말자’ ‘소량으로 여러개 포장된 것도 피하자’ ‘지름신에 굴하지 말자 파이팅’

헛된 다짐이었다. 떡국떡, 소시지, 만두, 다진마늘 등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음식과 식재료 8개만 구입했는데 커다란 플라스틱 또는 비닐이 구매한 물건 숫자와 정비례해서 쌓였다. 특별히 과대포장된 제품을 사지도 않았다. 그러나 포장 자체가 곧바로 일회용품 쓰레기와 연결됐다. 도시락용 김과 개별포장된 다진마늘은 제품 하나당 열 개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다진마늘을 예로 들어 보자. 플라스틱 포장을 구입하지 않으려면 육쪽마늘을 사서 일일이 까고 그걸 절구에 넣고 일일이 빻아야 한다. 엄두가 안 났다. 김도 개별포장된 것을 사지 않으면 커다란 김을 사서 일일이 구워 가위로 잘라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솔직히 말이 안 됐다 (정확히 표현하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느꼈다). 그래서, 포장재를 많이 쓴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이건 기자만 느낀 문제가 아니다. 지난 연말,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서 ‘제품 선택시 개인에게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선택권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대해 ‘선택권이 없다’고 답한 소비자가 53.3%였다.

◇ ‘위생적’인 것을 찾으려는 마음과 ‘친환경’키워드의 묘한 부조화

구매 과정에서 그걸 줄이는 다른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봤다. 결국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흰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비닐포장된 채소와 과일들이 있었다. 그 플라스틱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나머지 식재료는 전통시장에서 사기로 했다. 다행히 기자네 동네 근처에는 서울시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통시장이 있다.

부랴부랴 계산을 마치고 자율포장대에서 큰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으려다 포기했다. 종이 박스도 결국 쓰레기라는 생각에 불편해도 따로 가져가기로 했다. 미리 가져간 장바구니에 물건을 나눠 담고 부피가 큰 것은 그냥 차에 실었다.

그런데 잠깐, 당일 기자가 방문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는 스카치테이프와 포장용 끈이 마련되어 있었다. 환경보다 ‘편리함’과 ‘실용성’이 여전히 우선인 것 같아 기분이 찝찝했다. 자율포장대 근처의 사람들에게 ‘왜 정부의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느냐’ 묻고 싶었지만,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기자 역시 지키지 못하고 있었기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저녁을 앞둔 시간이어서 고객이 많았는데 테이프가 있던 자율포장대 앞에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주말 찾은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는 끈과 테이프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한 기자) 2020.2,15 / 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주말 찾은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는 끈과 테이프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한 기자) 2020.2,15 /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소와 과일을 사려고 시장에 갔다. 그런데 거기도 흰색 플라스틱 용기는 예외가 아니었다. 개별 포장된 제품들은 대부분 그랬다. 여러개의 상품이 한꺼번에 쌓인 곳에서 골라 담는 가게를 찾아보았다. 찾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면 기자 역시 개별포장되어 있어야 ‘위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깨끗한 것을 찾으려는 마음과,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서로 충돌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이상했다.

박스에 잔뜩 담긴 귤을 찾아 10개를 골라 샀다. 기분 탓일까. 잔뜩 쌓여있는 귤은 따로 포장되어 밝은 조명 아래 담겨있는 귤보다 왠지 덜 신선해 보였다. 사장님이 비닐봉지에 담아주려는 것을 급하게 말리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른 가게에서는 흙묻은 대파를 사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비닐봉투를 받지 않아 뿌듯했다. 그런데 잠시 후 집에 돌아와 대파를 씻으면서 ‘비닐이랑 흙탕물 중에서 뭐가 더 나쁠까’ 상상했다. 답은 기자도 잘 모른다.  

◇ 쓰레기 버리지 않았는데, 집 안에는 예비 쓰레기 계속 쌓여...

돌이켜보면 쓰레기를 참 많이 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조만간 쓰레기로 변할 물건을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져온 셈이지만, 어쨌든 그것들은 쓰레기가 될 터였다.

저녁을 해먹고 커피를 마셨다. 쓰레기 없이 커피 마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1년 전, 카페 가는 것을 줄여보려고 네스프레소 캡슐머신을 샀다. 이날도 그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마시고 남은 캡슐은 쓰레기다. 다행히 네스프레소에 부탁하면 캡슐을 수거해 간다. 네스프레소측은 수거한 캡슐은 알루미늄으로 재활용하고, 커피 찌꺼기는 비료나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도 쓰레기를 안 버리고 버티기로 작정했으니 텀블러 들고 카페 가서 아메리카노를 담아 왔다. 그리고 그 텀블러는 세제를 풀어 닦았다. ‘우리 집 하수도는 정말로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쓰레기를 줄였지만 세제 섞인 생활 하수는 늘렸으니까.

토요일 저녁 기준, 쓰레기통에 버린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 습관적으로 쓰던 물티슈나 휴지도 사용하지 않았고, 주방에서 물기 제거하는데 쓰던 페이퍼타올도 이날만큼은 행주로 대신했다. 그러나 커다란 플라스틱 덩어리 하나와 중간 크기의 플라스틱 8개, 비닐봉투와 비닐 포장지 수십개가 ‘쓰레기 대기상태’에 놓였다. 버려지지 않고 아직 집에 있으니 괜찮은걸까? 헷갈렸다.

◇ 만 하루 넘기기 어려운 ‘N0-쓰레기’작전

도전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첫째날은 집에 ‘예비 쓰레기’를 많이 들여놨으니 오늘은 그것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미 가져온 재료와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릇을 닦을때도 불편을 일부러 감수했다. 프라이팬 2개는 평소 같으면 페이퍼타올로 기름기를 먼저 닦아내고 설거지를 시작했을텐데 이날은 따듯한 물에 불린 다음 기름기 가득한 물을 먼저 버리고 닦았다. 평소 같으면 휴지를 사용했을 개인위생, 또는 청결 관련 행위들도 이날만큼은 물로 대신했다.

기자가 생각하는 환경 오염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그리고 토양오염. 기름 둥둥 뜬 물을 버리면서 ‘내가 한강을 오염시켰어’라는 자괴감이 들었으나, ‘기름 잔뜩 묻은 페이퍼타올을 버리지 않음으로서 토양오염을 줄였다’고 애써 자위했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생길 대기오염을 줄인 것도 같았다. (실제 환경에 영향에 미치는 영향이 뭐가 더 적은지는 앞으로 전문가 조언 등을 통해 밝혀 볼 생각이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다. 냉동실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들이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그것도 참기로 했다. 포장을 뜯으면 또 쓰레기니까. 물론 이미 구매하기는 했으나, ‘이미 산건데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자제 없이 사용하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일요일 정오까지 쓰레기통을 쓰지 않으면서 평소보다 많은 물을 쓰며 지냈다.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도전은 결국 일요일 정오 즈음 끝났다. 점심식사 준비 과정에서 쓰레기가 나온걸까. 아니다, 물을 끓여먹으려고 보리차 티백을 꺼내 우리고 나서 실패했다. 27시간 만에 쓰레기봉투에 티백을 넣으면서 ‘쓰레기 안 버리고 살기’에 최종 실패했다. 개인 용기를 들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포장해오는 등의 시도는 아직 해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참고로 점심에는 볶음밥을 해먹었다. 며칠 전에 사둔 애호박 비닐 포장을 뜯었고 냉동실에서 오랫동안 굳어가던 맛살 한 개를 녹여 넣었다. 손바닥 만한 비닐조각과, 네모 반듯한 맛살 포장지가 쓰레기 목록에 추가됐다. 쓰레기 안 버리고 살기, 기자에게는 만 하루를 넘기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쓰레기를 크게 줄이지도 못했다. 만일 당신이라면 어땠을까?

떡국떡, 소시지, 만두, 다진마늘 등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음식과 식재료 8개만 구입했는데 커다란 플라스틱 또는 비닐이 구매한 물건 숫자와 정비례해서 쌓였다. 사진은 기자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물건으로, 사진 속 제품과 브랜드 등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다. (이한 기자) 2020.2.15 / 그린포스트코리아
떡국떡, 소시지, 만두, 다진마늘 등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음식과 식재료 8개만 구입했는데 커다란 플라스틱 또는 비닐이 구매한 물건 숫자와 정비례해서 쌓였다. 사진은 기자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물건으로, 사진 속 제품과 브랜드 등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다. (이한 기자) 2020.2.15 / 그린포스트코리아

◇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마이크 타이슨이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방 얻어맞기 전까지는…” 기자도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미처 자각하지 못한 현실이 너무 많았다.

2020년 2월 16일 오후 현재, 기자가 구입하거나 배출한 쓰레기 현황은 아래와 같다. ‘쓰레기를 구입했다’는 말은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가도, 자율 포장대에서 비닐테이프와 노끈을 사용하지 않아도 당신의 집에는 잠재적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으니까.

1. 오늘 버린 것 : 보리차 티백 + 호박 포장 비닐 + 맛살 포장지
2. 어제 구매해서 앞으로 버려질 것 : 플라스틱 36개 (떡, 김, 마늘, 꼬막비빔밥 등 포장용기) + 비닐 17개 (소세지, 우동 등 겉포장지와 속포장지) + 종이 2개 (새우, 마늘 포장지)
3. 이미 예전에 구매해서 곧 버려질 것 : 셀 수 없이 많음 (냉장고 속 식재료 포장재 등)

참고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월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폐기물 생산을 자제하거나 폐기물이 생산되더라도 생산자 책임 원칙을 바탕으로 수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자원 순환성을 고려한 포장재·제품 구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 패러다임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다회용기를 가지고 와서 제품을 담아가는 대형마트가 운영되기도 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적용될 얘기다. 혹자들은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우리 모두의 문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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