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뜨레봄 채식카레 카레가루는 익숙한 노란색이었다. (김형수 기자) 2020.2.15/그린포스트코리아
뜨레봄 채식카레 카레가루는 익숙한 노란색이었다. (김형수 기자) 2020.2.1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학창시절 학교 급식으로 자주 먹었던 익숙한 일본식 카레에 꼭 들어가는 재료 네 가지 있다. 양파, 당근, 감자, 고기다. 카레의 주요 재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고기를 넣지 않은 비건 카레는 어떤 맛일까. 

이달 9일 뜨레봄에서 선보인 ‘채식카레’로 카레를 만들어 먹어봤다. 뜨레봄 채식카레는 유기농 밀가루와 국내산 토마토분말, 고구마분말, 마늘분말, 양파분말, 고춧가루 등을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분말 형태로 만들어진 카레에 많이 사용되는 우유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식품이기도 하다.   

뜨레봄 채식카레 패키지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 재료를 준비했다. 감자는 한알(170g), 당근은 반개(100g), 양파는 한 알(230g)이 필요했다. 냉장고 야채칸에서 야채를 꺼내와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니 감자는 223g, 당근은 103g, 양파는 171g으로 레시피와 다소가 차이가 있었다. 레시피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 토막을 내면 남은 자투리는 처치곤란일 수도 있을 것같아 꺼내온 재료는 모두 쓰기로 했다. 

감자, 양파, 당근을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달아오른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았다. 양파의 색이 투명해지고 단단한 당근이 조금 흐물흐물해질 때쯤 미리 끓여둔 물을 붓고 바글바글 끓이기 시작했다. 야채가 끓는 물 속에서 완전히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뜨레봄 채식카레 패키지를 열어봤다.

재료로는 뜨레봄 채식카레와 당근, 양파, 감자를 준비했다. (김형수 기자) 2020.2.15/그린포스트코리아
재료로는 뜨레봄 채식카레와 당근, 양파, 감자를 준비했다. (김형수 기자) 2020.2.15/그린포스트코리아

가위로 입구를 쭉 잘라 열어보니 친숙한 노란색 가루가 들어있었다. 잠시 후 느껴진 냄새는 예측을 빗겨나갔다. 가루의 노란 색깔을 보며 일본 카레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패키지 안에서 올라온 냄새는 인도 커리에 더 가까웠다. 익숙한 일본 카레 색인데 냄새는 인도 커리. 완성된 카레의 맛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팔팔 끓고 있는 물속에서 당근을 하나 꺼내보니 잘 익어 있었다. 미리 찬물에 풀어든 뜨레봄 채식카레 가루를 후라이팬에 붓고 커다란 조리용 나무숟가락으로 몇 번 휘휘 젓자 후라이팬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은 금세 걸쭉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 익숙한 형태의 카레가 완성됐다.

접시에 밥을 담고 국자로 방금 만든 카레를 떠서 그 위에 얹었다. 고기가 없는 걸 제외하면 단체 급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카레와 겉모습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지만, 약간의 매콤함이 섞인 냄새는 여전히 인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맛은 다시 한 번 반전을 선사했다. 뜨레봄 채식카레는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났는데 전분기가 많아 꽤나 끈적끈적거렸다. 녹말을 풀어서 찐득찐득한 일본 카레보다 묽은 인도 커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카레 소스의 끈적한 식감은 입안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남아 깔끔한 카레의 뒷맛이 주는 산뜻함을 상쇄시켰다.

완성된 카레의 겉모습은 친숙했다. (김형수 기자) 2020.2.15/그린포스트코리아
완성된 카레의 겉모습은 친숙했다. (김형수 기자) 2020.2.15/그린포스트코리아

카레를 먹으면 먹을수록 깔끔한 맛과 끈적거리는 식감이 주는 언밸런스가 아쉬워졌다. 사람들이 깔끔한 카레의 맛을 즐기길 바란다면 전분기를 줄여서 식감도 가볍게 만들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맛도 더 묵직해져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몇 숟가락 먹으니 인도나 동남아시아 커리보다 부족한 풍미도 도드라졌다. 우유를 넣지 않더라도 들어가는 물의 양을 줄이고 동남아나 서남아시아 국가에서 커리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코코넛밀크를 넣으면 비건 카레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더 풍부한 맛을 내는 카레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인애플이나 단호박처럼 카레에 맛을 더해주는 식물성 재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레시피를 바꾸는 방법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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