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풀무원, CJ푸드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왼) 풀무원, CJ푸드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기자] "제 메시지는 오롯이 하나입니다. AI. AI. AI"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에 청와대에서 한 말이다. 물론 손회장만 국가에 AI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하는 건 아니다.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대부분의 기업들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에 집중하고 있다.

◇ 외식업계 로봇 열풍...직원 업무량 '줄고', 소비자 서비스 '늘어'

특히 국내에서는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편리성과 효율성 강화 등의 목적으로 로봇을 운영하는 업체가 하나둘 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경제활성화 둔화, 최근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사회적 이슈 등으로 로봇 솔루션 도입에 너나할 것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는게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매장 내 로봇 도입은 직원이 해야 할 서빙을 대신하고 그 시간에 직원은 다른 질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어,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손님에게 자동 로봇 서빙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우리가 미래 매장을 선도한다’는 홍보 효과도 줄 수 있다.

이케아 일산 점 푸드코트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매장 운영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을 도입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로봇 도입이 된 이후 고객 몰림 현상이 줄어 들어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어 들었다. 또 언택트 소비경향이 강한 요즘에 맞아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제일제면소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서빙 로봇을 해당 매장에 도입했다. 이 전까지는 중국산 서빙 로봇을 시범 운영했다.

또 롯데GRS가 운영하는 지중해식 음식점 빌라드샬롯(잠실점)과 패밀리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스(부산 광복점), 풀무원푸드앤컬처의 한식 전문점 찬장(판교점), 치킨 프랜차이즈 BBQ(석촌점), 피자헛, 커피전문점 로봇카페, 달콤커피, 이케아 푸드코트 등 다양한 외식업계에서 서빙 로봇을 대여 및 운영 중이다.

서빙로봇을 도입한 매장/그린포스트코리아
서빙로봇을 도입한 매장/그린포스트코리아

◇ 업계 관계자, 서비스 아직 '불안해'...잦은 고장에 '손 많이가'

◇ 소비자, "재미로 한번 와볼 만해"

하지만 현장에서 서빙 로봇을 취급하는 매장 점주들은 "너무 불안하다"고 입모아 얘기한다. 그들은 "아직 서빙 로봇 운영 초기 단계라 불안하고 쏟기 일쑤"라며 "쏟기만 하면 그나마...중간에 멈추거나 말을 듣지 않아 매장으로 달려간게 한두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업체마다 "자율 로봇"이라고 강조하지만, 현장 직원 손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10일 점심 시간 이후 종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았다. 이 곳은 음료제조부터 보관, 픽업까지 커피 서비스 운영 전반을 자동화한 시스템을 갖춰 보다 나은 서비스와 거품없는 커피 가격을 강조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날 현장에서는 로봇이 커피를 제조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깔끔하게 커피를 제조하나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사방으로 에스프레소가 튀었다.

커피를 시키는 도중 로봇 주위를 닦고 있던 직원에게 "로봇이 현장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과 달라진 것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현장에 있던 신지원(34)씨는 "재미삼아 한번 와봤다. 맛은 잘 모르겠다. 다음에는 그냥 익숙한 곳에 갈 듯"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빙 로봇을 도입한 국수 전문점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을 찾았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로봇서빙에 관심이 많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로봇이 서빙을 진짜로 하냐"며 들어온 손님도 있었다.

한 손님이 음식을 주문했다. 매장 직원이 서빙 로봇에 음식을 올려 놓고 테이블 번호를 누르자 해당 테이블로 향했다. 로봇이 테이블 앞에 도착했고 직원이 다가와 로봇 선반에서 음식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업계 관계자는 서빙 로봇은 3~4개 선반이 달려 있어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나를 수 있어 기존에 3인 이상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직원 한 명이 여러 번 서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서빙 로봇이 테이블 앞으로 음식을 가져오면 손님이 직접 음식을 테이블에 올려놔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로봇이 테이블 앞에 도착할 때 직원이 와서 최종적으로 서빙을 하는 업체도 있다. 손님이 식사를 마친 후 빈 그릇을 주방으로 옮기는 것도 직원이 해야 한다. 결국 음식을 가져다 주는거 말고는 직원의 손이 가는 것.  

또 직원이 음식을 나르는 게 서빙 로봇을 사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편하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얘기다.

한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음식을 로봇 선반에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는 시간이 직접 서빙하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린다"며 "매장이 좁으면 로봇의 음식이 손님한테 잘 도착 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해서 로봇에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잦은 로봇의 잦은 고장도 단점으로 꼽았다.

위의 직원은 "좁은 매장의 경우 지나가다가 손님이 치고 지나가면 멈추기 일쑤"라며 "그럴때마다 결국 가서 전원을 껐다 키거나, 매니저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차라리 음식 트레이를 설거지 하는게 낫다. 로봇사이사이 먼지를 닦는 것도 큰 골치거리"라며 "물로 닦을 수도 없어서 얼마나 조심스럽게 닦는지 모르겠다. 요즘 또 소비자들은 예민해서 먼지 하나 있으면 안되는데....오히려 불편한게 더 많다"고 말했다.

위의 직원 점주는 "고장나면 매번 업체에 문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산상의 문제라면 고치는 사람들이 많아 금방 부를 수 있지만 로봇 같은 경우는 전문가가 오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린다. 인건비가 줄었다고 하지만 직원 수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로봇을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 아닐까 싶다"며 "아직 직원이 제대로된 서빙을 하는게 손님들의 불만을 안산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빙 로봇 대여 비용이 월 90만~110만원을 내야 해 그것도 큰 부담으로 온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외식 업계 사이에서 그야 말로 서빙로봇 열풍이었다. 인건비 상승과 점점 안좋아지는 경제 때문이다. 이에 쉽게 로봇을 도입한 외식업계 매장들이 현재 많은 리스크를 토로한다"며 "아직 국내로봇 기술은 전 세계적이지는 않다. 부담스러운 대여 비용과 잦은 고장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로봇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고, 테스트를 거쳐서 매장에 제공해야하는게 의무다. 현 국내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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