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판결 앞둔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전 향방은?
거래선 확보 총력, 소송전에 이은 치열한 글로벌 수주 경쟁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 속, 주요 배터리기업 경쟁 치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연구원들[사진제공=LG화학]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를 둘러싼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연구원들 (LG화학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송으로 맞붙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완성차 업체들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잇달아 구축하는 가운데, 또 다른 강자인 삼성 SDI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근 국내 산업은 크고작은 위기와 마주했다. 일본발 수출규제 이슈에 반도체 시장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산업이 긴장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공장들이 멈춰서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업종의 생산·물류망에 영향을 끼쳤다.

이 가운데 배터리 업종, 특히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 현지 공장 건설 등 그 규모도 크고 넓다. 이른바 ‘배터리전쟁 2라운드’다.

◇ 예비판결 앞둔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전 향방은?

배터리전쟁의 첫 총성은 지난해 울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인력과 기술 유출 논란, 특허침해 혐의 등을 각각 제기하며 맞소송을 벌였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고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인력을 유출시키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이 외에도 양사는 ‘채무부존재 확인’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맞붙었다.

두 기업은 소송 과정에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양사의 특허 개수를 공개하며 직접적으로 비교하거나, ‘상대기업의 저의가 의심된다’며 직설적인 어조로 비판하는 등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최근 ITC는 재판부에 SK이노베이션이 요청한 건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LG화학에게 유리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이 의견은 재판부에서 참고할 뿐, 소송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오는 6월 예비판결, 10월 최종판결이 예정되어 있다.

향후 재판이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19일 ‘왜 세계 자동차 산업이 한국의 분쟁을 우려하나’ 컬럼에서 “ITC 조사국은 LG화학 편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면서도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늘리고 싶어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론이 나기를 원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22년 초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SK이노베이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22년 초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SK이노베이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거래선을 확보하라’ 소송전에 이은 치열한 글로벌 수주 경쟁

소송전에 이은 2차전은 수주 전쟁이다.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과 확대를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연말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미국에 배터리 생산시설 합작법인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제네럴모터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이고 테슬라는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볼보자동차그룹과 배터리 장기계약을 체결했고 중국의 지리자동차와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도 발표했다.

LG화학은 지난해 ESS화재 이슈 관련 비용 증가와 석유화학 부문 업황 악화 가운데서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 선전을 통해 실적을 견인한 바 있다. 올해는 배터리 사업 매출 목표액 15조원 중 10조원을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올리는 게 목표다.

장승세 LG화학 전무는 지난 3일 실적 발표 당시 “올해 1분기에는 배터리 부문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분기가 지날수록 안정화됨에 따라 연간 한 자릿수 중반 정도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당시 LG화학측은 전기차 배터리와 ESS를 제조하는 전지사업본부 분사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자사 전기차에 적용할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에 2024년까지 10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포드사 첫 전기 픽업트럭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채택될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들은 미국에 제2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강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3091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이는 신규 수주 물량에 따른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 투자 등의 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적자폭은 2018년과 비교하면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주 물량 증가에 맞춰 작년 말 중국과 헝가리에 공장을 완공했고 미국과 헝가리에도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는 등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윤형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실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상반기 헝가리와 중국 창저우 공장의 상업가동 시작으로 연 2조원 내외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삼성SDI 역시 BMW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헝가리 공장 부지에 2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하는 중견업체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는 등 2차전지 사업확대를 통해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합작법인 설립은 이달 중 완료되며, 연내 경북 포항에 양극재 생산라인이 착공될 예정이다.

주요 기업이 소송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거래선을 확대하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료출처 SNE리서치) / 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료출처 SNE리서치) / 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 속, 주요 배터리기업 경쟁 치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속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입지도 확장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16.7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이 와중에 국내 배터리3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각각 점유율 3위와 6위, 10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생산 규모는 지난해 320만대에서 매년 30%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도 지난해 24조6,000억원 규모에서 2023년에는 9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장정훈 연구원은 “2020년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이 의미있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은 전방 산업의 지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ESS화재와 일본 수출규제 이슈 등과 맞물리면서 지난 한해 할인을 받아왔는데, 2020년은 이에 대한 정상화 단계”라고 내다보았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최근 ESS(에너지저장장치) 관련 이슈 등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임에 따라 향후 시장 흐름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주목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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