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산업 꾸준한 투자, 아카데미 캠페인 100억 투입
“한국 영화 관람하는 관람객 감사해, 봉 감독의 모든 것 좋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그미 작품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말하는 이미경CJ그룹 부회장 (TV조선 뉴스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말하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TV조선 뉴스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영화 ‘기생충’ 오스카 4관왕 숨은 주역으로 CJ그룹과 이미경 부회장 이름이 오르내린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문화산업에 꾸준히 투자해 온 CJ는 아카데미를 시상식을 위해 약 1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 시상식 마지막 무대에서 수상소감을 전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기생충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이 부회장은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손녀로 이재현 현 CJ그룹 회장 누나다. 이건희 회장 조카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이 부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오랫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었다. CJ는 케이블TV와 영화투자 분야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 남매의 문화 산업에 대한 관심이 원동력이라고 본다. 이들은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영화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 문화·영화 산업 향한 꾸준한 투자

내수 식품기업이던 CJ는 1990년대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뒤 문화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문화 없이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던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문화보국'을 기업철학으로 내세웠다.

국내 영화산업에서 CJ의 영향력은 컸다. 미국 영화사 ‘드림웍스’ 아시아 배급권을 가져왔고 멀티플렉스극장 CGV를 세웠으며 영화 배급·투자사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충무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 CJ는 봉준호 감독의 기존 작품인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투자배급을 맡았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아가씨 등에도 관여한 바 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영화 매체 기자로 일했던 한 중견 언론인은 “90년대 중후반 이후 국내 영화 산업이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는데 당시 CJ의 적극적인 투자가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도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기생충을 소개하면서 “이 부회장이 영화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을 후원해왔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 등으로 정권과의 관계가 불편하다는 시선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건강 관리 등을 이유로 해외에 체류하면서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일부 호사가들은 당시 정치권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해 칸영화제와 올해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가했으나 무대에 직접 오른 것은 어제(10일)가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본다.

CJ는 평소 영화 산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사진은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하는 CJ ENM 홈페이지 메인 화면 (그룹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CJ는 평소 영화 산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사진은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하는 CJ ENM 홈페이지 메인 화면 (그룹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한국 영화 관람하는 관객께 감사, 봉 감독의 모든 것 좋아한다”

아카데미시상식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투표로 결정된다. 수상을 위해서는 작품성이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영화계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홍보와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헐리우드 대형 영화사들은 아카데미 캠페인 전담팀을 상설로 꾸린다.

CJ그룹은 시상식 사전 홍보 작업인 ‘아카데미 캠페인’에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각국 영화제에 기생충을 출품하고 헐리우드 외신 기자협회 공식 상영, 영화예술아카데미 회원 대상 시사회 등을 진행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의 미디어 인터뷰나 토크쇼 출연 등도 기획했다.

결국 기생충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 받았다. 시상식 당일 기준 기생충은 북미 박스오피스 3547만 달러(약 4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역대 비영어 영화 흥행 6위다. 전 세계적으로는 1억 6536만 달러(약 1962억 원)를 기록했다. 여기에 작품상 수상 소식이 더해지면서 흥행 기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한국영화를 봐주시는 분들게 감사하다.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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