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서 대박 행진중... 계속 먹어치워도 되는 걸까 '크릴 오일'
홈쇼핑서 대박 행진중... 계속 먹어치워도 되는 걸까 '크릴 오일'
  • 김도담 기자
  • 승인 2020.02.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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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오일 시장규모 매년 13%씩 상승...2022년에는 7억달러 전망
크릴, 매년 CO2 2300만톤 흡수..."환경에 미치는 영향 적다"는 업계 설명 '궁색'
인간이 크릴새우 놓고 고래, 펭귄과 벌이는 경쟁 이젠 멈춰야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크릴오일(사진 'GS SHOP' 방송 영상 캡처)/뉴스펭귄
홈쇼핑에서 판매 중인 크릴오일(사진 'GS SHOP' 방송 영상 캡처)/뉴스펭귄

"청정해역 남극해에 서식하는 크릴에서 추출한 오일입니다. 믿고 구매하세요"

TV홈쇼핑의 피크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주말, 5개 홈쇼핑 방송사에서 남극산 크릴오일을 판매했다. 남극산 크릴오일은 남극해에 사는 크릴(krill) 새우에서 뽑은 기름을 뜻한다. 

크릴오일은 건강식품 시장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유익하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크릴오일 시장이 급성장 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3억 달러(약 3576억 원)에 그쳤던 크릴오일 시장 규모는 매년 12.9% 상승하고 있어 2022년에는 7억 달러(약 834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TV 홈쇼핑을 통해 크릴 오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8일 CJ오쇼핑에서 판매한 크릴오일은 방송 전부터 일부 상품이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사진 '홈쇼핑모아' 캡처)/뉴스펭귄

먹이사슬 최하단에 위치한 크릴은 고래, 펭귄, 물개, 오징어, 바닷새 등 남극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동물을 먹여 살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 대왕고래는 한꺼번에 50만 칼로리의 크릴을 삼킬 수 있다.

크릴오일 업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정도 속도라면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남극해에서 조업 중인 어선(사진'flickr')/뉴스펭귄

크릴은 인간이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로 방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에 심해로 내보내는 등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 남극 자연환경연구소(British Antarctic Survey)는 크릴이 매년 이산화탄소 2300만톤을 흡수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영국 전체 가정집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량과 맞먹는 규모다. 

(사진'')/뉴스펭귄
크릴 새우(사진'flickr')/뉴스펭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산업'이라는 말이 어긋나는 지점이다.

그린피스는 크릴 조업이 벌어지는 특정 지역과 고래들이 먹이를 사냥하는 지역이 겹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래들이 최첨단 어선들 사이에서 크릴을 섭취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펭귄들에게도 인간의 크릴 조업은 치명적이다. 크릴 새우를 찾아 점점 바다 멀리까지 나갔다가 긿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거나 천적인 바다표범 등에 의해 희생되기 때문이다. 펭귄에게는, 기후변화(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녹아내리는데다 먹이마저 빼앗기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가장 두려운 천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남극해 트리니티 섬 근처 해역에서 발견된 한국 크릴 어선 세종호(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남극해 트리니티 섬 근처 해역에서 발견된 한국 크릴 어선 세종호(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환경단체들은 남극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펭귄 등 남극 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남극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크릴 산업이 남극해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린피스는 2018년 3월 남극해에서 조업 중이던 크릴 어선 조업활동을 막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조이 레녹스(Zoe Buckley Lennox)는 "크릴은 남극해의 생명줄과 같다"며 "크릴 업계가 고래와 펭귄으로부터 그들의 주요 먹이를 빼앗아 가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크릴 어선 모르 소드루체스토호에 ’남극해 보호' 배너를 설치하고 있다(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2018년 3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크릴 어선 모르 소드루체스토호에 ’남극해 보호' 배너를 설치하고 있다(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선라이즈호에 승선해 있는 캠페이너 틸로 마아크(Thilo Maack)는 "크릴 어선은 남극 야생동물의 먹이 활동 구역 가까이서 조업해서는 안되며, 보호구역으로 제안된 지역에서 조업해서도 안 된다. 남극해양생물의 생존을 책임지는 크릴을 두고 더는 동물과 인간이 줄다리기를 벌여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박샘은 캠페이너는 "현재 한국은 남극해 크릴 조업 국가 순위 3위이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25개 회원국 중 하나로, 남극해에 매우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4개국과 유럽연합은 2018년 10월 호주 호바트에서 열린 제37회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총회에서 남극 웨델해 보호구역 지정을 논의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호주와 프랑스가 추진한 이 안은 웨들해에서 펭귄, 물개, 고래, 이빨고기(메로), 크릴새우 등의 생물 종을 보호하기 위해 어업을 금지하는 방안이다.

보호구역 지정을 위해서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회원인 24개국과 유럽연합(EU)이 모두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노르웨이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dodam210@newspengu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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