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도 뺑소니 당한다..." 해양교통수단 대책 마련 시급
"고래도 뺑소니 당한다..." 해양교통수단 대책 마련 시급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0.0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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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에 치인 고래 (사진 Kalli de meyer)/뉴스펭귄
상선에 치인 고래 (사진 Bonaire Marine Park)/뉴스펭귄

고래는 해양 폐기물, 남획 등 인간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생물 중 하나다. 고래가 죽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선박과의 충돌이다.

고래와 선박 충돌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공개됐다. 스페인 대학교 생물학자 마리나 아레기(Marina Arregui)는 고래에게 발병한 색전증 흔적을 분석해 얼마나 많은 고래가 선박과 충돌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 내용은 해외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지난 3월 게재됐다.

동물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나면 지방이 혈류에 유입돼 색전(혈관 내부에 덩어리가 생기는 것)이 발병한다.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폐에 색전 흔적이 남는다. 심장이 뛰어 피를 운반하는 시점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범죄 수사에서 사망 시점 전에 부상을 당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흔적을 살펴보기도 한다.

아레기는 이 방법을 고래의 폐 조직 분석에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선박과 충돌한 경험이 있는 16마리 고래 중 13마리 고래 폐에 색전증이 발발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포트마우스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 제임스 로빈스는 “고래가 상선에게 치여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얼마나 많은 고래들이 영향을 받았는지 증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래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래가 지나다니는 길을 인간이 피해 가거나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선박을 천천히 운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고래는 선박이 발산하는 음파를 감지할 수 있지만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떠오를 때나 먹이를 먹을 때, 잠을 잘 때에는 음파를 탐지하지 못한다. 또 선박에서 나오는 음파에 호기심을 가진 고래들이 접근하다 치이는 경우도 많다.

고래와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이 개발돼 왔다. 2015년, 미국 해양 대기청(NOAA)은 15년간 고래 추적 데이터와 바다 깊이, 바다 표면 수온, 엽록소 농도 등 여러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웨일워치(Whale Watch)' 서비스를 내놓았다. 고래와 선박의 항로가 겹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제공하는 웨일워치 서비스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뉴스펭귄
미국 해양 대기청이 제공하는 웨일워치 서비스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뉴스펭귄

2018년, 캐나다 교통국은 북대서양에서 500여 마리만 남은 참고래와 선박 간 충돌을 줄이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했다.

자율 드론 제조업체 플랭크(Planck) 측이 캐나다 교통국에 AI 기술을 통해 바다에서 참고래를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해 제공했다.

이 기술이 제공되기 전에는 참고래가 이동하는 시기에 헬기에 탑승한 생물학자들이 직접 항로에서 참고래를 식별해 선박에 경고하는 방식을 썼다.

플랭크 CTO 콜린스는 컴퓨팅 하드웨어 개발 회사 엔비디아와의 인터뷰에서 "고래와의 충돌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세계 여러 지역에 널리 이 시스템이 배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래는 선박에 치인다. 세계포경협회(IWC)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것만 해도 2007년과 2016년 사이에만 약 1200 건이다.

미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선원들에게 경고 방송을 하고 있으나 제도적 규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 3월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고래 이동경로 수집을 위해 장치를 부착하는 모습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뉴스펭귄
고래 이동경로 수집을 위해 장치를 부착하는 모습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뉴스펭귄

국내에도 2007년 4월 쾌속여객선이 고래와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2015년 4월에도 부산을 떠나던 여객선이 고래와 충돌해 표류했다. 그 외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이 고래와 충돌하는 사건이 빈번하다.

2016년 부산지방해안수산청은 수중물체 충돌사고 예방·피해 최소화 대책 이행 여부 등을 점검했다. 점검 내용은 고래 출몰 구역 감속운항 여부와 특별경계구역 설정, 전 구간 승객 안전벨트 착용 등이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는 2016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현재로서는 가장 큰 위험요소인 고래 충돌을 막을 방법이나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에는 충돌한 물체를 고래로 추정할 뿐 정확한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인간의 교통수단에 의해 죽거나 다치는 동물은 비단 고래뿐이 아니다. 조류가 비행기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에 빨려 들어가 항공사고를 일으키는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은 2018년 한 해 보고된 것만 1만 6000건이 넘는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통공사에 따르면 연간 2000마리 이상의 국내 야생동물이 로드킬에 희생된다. 지난 2018년 지리산에 방사된 지리산반달곰이 서식지를 떠나다 시속 100km/h로 달리던 버스에 치여 골절된 사건도 있었다.

당진시에서는 2018년 야생동물이 싫어하는 저주파와 초음파를 발생해 도로 접근을 막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 각 지자체가 로드킬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jenousvous@neswpengu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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