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지구인컴퍼니가 선보인 언리미트 (김형수 기자) 2020.2.9/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인컴퍼니가 선보인 언리미트 (김형수 기자) 2020.2.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비욘드미트, 임파서블 버거 등 대체육 시장에서는 미국 업체가 개발한 제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출시된 대체육 상품들도 그들의 문화에 맞춰 햄버거 패티, 소시지 등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는 지난해 10월 한국 식문화를 고려한 대체육 상품 ‘언리미트(Unlimeat)’를 내놨다. 직화로 구워먹거나, 불고기 같은 한식에 쓰기 좋게 개발한 상품이다. 지구인컴퍼니는 “바로 구워먹는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는 고온에서 노릇노릇 구웠을 때 가장 맛있어요!”라고 소개했다. 이달 5일 언리미트를 먹어봤다. 

지구인컴퍼니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언리미트는 꽁꽁 얼어있는 상태로 배송됐다. 반나절을 배란다에 내놓으니 적당히 녹아 포장팩을 열어봤다. 옅은 베이지색 포장팩 안에 들어있는 언리미트는 덜 익은 불고기가 떠오르는 옅은 회갈색을 띠고 있었다. 코를 가까이 가져가지 않았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언리미트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냄새를 맡자마자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비건한입➀]에서 다뤘던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에서 났던 불쾌한 화학약품 냄새와 매우 흡사한 냄새가 언리미트에서도 났기 때문이다.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가 그랬던 것처럼 언리미티가 지닌 냄새도 진짜 고기의 냄새는 느끼기 힘들었고 역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먼저 지구인컴퍼니가 온라인 쇼핑몰에 소개한 것처럼 언리미트를 별다른 양념없이 소금과 후추만 뿌려 구워서 먹어보기로 했다. 달군 후라이팬에 언리미트를 올리자마자 ‘치이익’하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소금과 후추를 조금 뿌리고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 언리미트를 뒤집으니 후라이팬에 닿았던 면은 짙은 갈색으로 색이 변해 있었다. 진짜 고기를 구우면 볼 수 있는 마이야르 반응(고기에 열을 가했을 때 고기향이 살아나고 갈색화되는 반응)을 보는 듯했다.

후라이팬에 구운 언리미트 (김형수 기자) 2020.2.9/그린포스트코리아
후라이팬에 구운 언리미트 (김형수 기자) 2020.2.9/그린포스트코리아

맛은 진짜 고기와는 커더란 차이가 있었다. 식감은 진짜 고기보다는 양꼬치를 파는 중국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건두부에 더 가까웠다. 구운 어묵과도 꽤나 비슷했다. 고기는 분명히 아니었다. 씹다보니 구운 고기의 고소함은 느껴지지 않았고 다소 불쾌한 신맛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지구인컴퍼니가 언리미트와 함께 보내준 레시피북 가운데 고추잡채를 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붉은 고추와 푸른 고추 각 2개와 양파 1/4개를 채치고 마늘 5개는 얇게 편으로 썰었다. 레시피를 따라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손질한 고추, 양파, 마늘과 언리미트를 넣고 볶다가 레시피 그대로 간장과 굴소스 등을 섞어서 만든 양념장을 뿌려 몇 번쯤 재료들을 뒤적인 뒤 접시에 담았다. 

다른 재료가 들어가고 양념을 더 본격적으로 했기 때문인지 겉모습은 친숙한 고추잡채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다. 확 풍기는 고추향과 간장향은 앞서 소금과 후추만 뿌려 구웠을 때와 달리 제대로 된 음식을 앞에 두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지구인컴퍼니가 제공한 레시피를 따라 언리미트를 사용해서 만든 고추잡채 (김형수 기자) 2020.2.9/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인컴퍼니가 제공한 레시피를 따라 언리미트를 사용해서 만든 고추잡채 (김형수 기자) 2020.2.9/그린포스트코리아

입에 넣자마자 어묵조림이 떠올랐다. 질 좋은 어묵에 비해 언리미트가 지닌 감칠맛은 떨어졌지만 간장과 굴소스로 만든 양념과 그럭저럭 잘 어울렸다. 언리미트보다는 양념이 맛있었다. 먹을수록 콩의 맛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언리미트 자체가 갖고 있는 맛이 부족해서인지 입안에서 양념이 존재감을 잃으면 더 먹고 싶은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건두부처럼 양념을 쫙 빨아들이지 못한 언리미트는 자꾸 마지막까지 입안에 남아 먹는 데 어려움을 더했다.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처럼 입안에 기분나쁜 뒷맛을 남기지는 않았다는 데 위안을 삼았다.

언리미트를 먹기에 앞서 포장팩에 적힌 원재료를 살펴보니 볶은 콩가루와 호두・아몬드・구운 캐슈넛 등 다양한 견과류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하길래 고소한 맛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언리미트는 콩을 주재료로 만드는 건두부보다 다양한 재료로 만든 먹거리인데 왜 맛은 건두부에 미치지 못할까.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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