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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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지금까지 여러 비건 식품을 먹어보며 [비건한입] 시리즈를 쓰고 있다. 먹어본 비건 식품은 모두 9개. 이 가운데 소고기나 닭고기 등 진짜 고기를 모방한 대체육 상품은 1회 비욘드미트 버거 패티를 시작으로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와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너겟, 언리미트 등 4가지다. 7회에 다뤘던 언리미트 만두도 포함하면 5가지다. 아이템 절반 정도는 대체육으로 채운 셈이다. 

대체육을 다뤘던 기사에서 쓰지 않은 후기를 여기에 남겨보려 한다. 몇몇 대체육 제품을 먹어본 경험은 대체육이 환경친화적 먹거리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비건한입] 시리즈를 쓰면서 시식한 뒤 남은 대체육이 들어간 모든 제품은 음식물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포장 하나의 양이 많지 않아 만두 서너알을 버리는 데 그친 언리미트 만두를 제외하면 먹은 양 보다 버린 양이 훨씬 많다. 비욘드미트 버거패티는 패티 한 장의 1/3도 채 먹지 못했고, 엔네이처 제로미트 시리즈 두 개 상품은 해당 기사에 실린 사진에 나온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버렸다. 

언리미트는 정성껏 고추와 양파를 채치고 굴소스와 간장 등을 넣어 요리를 했음에도 200g을 먹는 것조차 힘들었다. 몇 번 접시와 입 사이를 오간 젓가락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지는 않았지만 한 팩에 1㎏이 담긴 언리미트 가운데 적어도 900g은 버린 것 같다.  

이유는 딱 한가지다.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콩, 곡물, 견과류 등 이용해 만든 비건 대체육 제품들의 맛은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콩이 주재료인 두부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걸 먹을 바엔 차라리 두부를 사 먹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든 게 한두번이 아니다.

반면 우유나 달걀 등 고기가 아닌 동물성 식품을  대체하기 위해 식물성 식품으로 만든 비건 먹거리는 대체로 맛이 좋았다. 4회에서 다룬 ‘스웨디시글래이스 스무스 바닐라’는 마지막 하나까지 남김없이 해치웠다. 지난주에는 롯데마트 PB ‘해빗 건강마요’로 만든 참치샐러드를 먹었다. 요즘 저녁을 먹은 뒤에는 디저트로 쇼코 아틀리에 초콜릿을 한두 조각씩 챙겨먹고 있다. 

대체육을 생산하는 식품회사들은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신 대체육을 먹으면 소나 돼지를 키워서 진짜 고기를 얻을 때보다 물도 덜 쓸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 진짜 고기 대신 대체육을 먹는 게 친환경이란 논리다. 업체들은 생산 과정에서 지구를 덜 아프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환경친화적으로 만든 대체육 대부분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더라도 비건 식품이 친환경 먹거리가 맞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비욘드미트 버거 패티는 오히려 진짜 고기가 먹고 싶다는 욕구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기껏 구입한 대체육은 대부분 내다버리고, 또 고기를 샀으니 쓸데없이 이중 지출을 한 셈이기도하다. 남은 비욘드미트 버거 패티를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작은 금액이나 또 돈을 내야 했다.  

지금 이 상황을 놓고 금이 아닌 것으로 금을 만들려고 했던 연금술사들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예를 들면  섣부를 수 있다. 현대 과학기술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고기가 아닌 것으로 진짜 같은 가짜 고기를 개발하려는 식품업체들이 마주할 미래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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