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4개월 연속 감소
시장요인 불구 LG화학 공격적 투자…투자·생산성 증대 계획
글로벌 생산능력·우수한 기술력·양극재 확보 3박자로 내실 강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지난해 말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는 그야말로 ‘매서운 한파’가 불어 닥쳤다. 지난해 8월부터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이 4개월 연속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전기차 유형별로는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배터리의 사용량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국내 1위이자 세계 3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은 외부적 시장요인에도 불구,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배터리 주재료인 양극재를 확보하는 등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생산능력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1회 충전 시 38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순수전기차 167만대나 생산할 수 있는 양인 100GWh 생산성을 확보, 내년에 추가로 20GWh를 증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시장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향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위를 달성하겠다는 LG화학의 굳은 의지가 주목되는 공격적 투자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된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GM·포드·크라이슬러(미국 공장),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포르쉐(폴란드 공장)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명실공히 세계를 주름잡는 자동차 회사들이다. 여기에 지리자동차(중국 공장)까지 포함해 13곳의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가 공급된다.

이러한 결실은 LG화학의 공격적 투자와 개별 시장에 대응하는 생산 공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2016년 말 폴란드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으며 2018년 1분기 가동을 시작했다. ‘오창(韓)-홀랜드(美)-남경(中)-브로츠와프(歐)’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연간 117만대이상(70GWh, 2019년 말 기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해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6월에는 중국 로컬 1위 브랜드 지리자동차와도 합작법인 설립해 10GWh 생산 능력을 내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이로써 기존 4각 생산체제에서 총 7개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확보해 양적인 성장을 이뤘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만의 강점은 단순히 생산능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질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LG화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전기차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우수성 때문이다.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정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안전성강화분리막(SRS)’ 특허와 내부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최고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Lamination&Stacking’ 제조기술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4대 구성요소 중 하나로 ‘총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양극재의 안정적 확보 역시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극재는 음극재와 전해질,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 4대 구성요소로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리튬산화물로 구성된다. 양극재는 배터리 제조 단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배터리의 성능과 용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재료다.

LG화학은 현재 양극재 20~25% 자체 생산 중이며 최근 벨기에의 유미코아(Umicore)社, 한국의 포스코케미칼과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벨기에 유미코아와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결과, 총 12만5000톤의 양극재를 공급받게 된다. 해당 양극재는 고성능 전기차(EV, 380km이상 주행 가능) 기준 100만대 이상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LG화학은 새로운 글로벌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50%대의 급성장세를 보였다. LG화학도 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럽 시장 전기차 수요는 올해와 내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럽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요 OEM 업체들의 친환경차 판매가 확대될 예정이므로 올해는 전년 대비 2.5배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비해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생산 능력을 기존 2018년 말 기준 15GWh에서 올해까지 4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내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유미코아와의 긴밀한 협력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 증대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목표 또한 남다르다.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0조원의 매출을 거둔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다. 절대우위의 R&D 역량을 바탕으로 신규수주확대와 함께 가장 작고 오래가면서도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선제적인 연구개발(R&D)로 가격과 성능,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지속 확보해 3세대 전기차(500km 이상) 대형 프로젝트수주에서도 확실한 1위를 수성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앞으로도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를 지속 생산해 대외 환경과 관계없이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는 업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LG화학의 투자와 공격적 행보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럽의 CO₂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을 대비해 투자를 강화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전기차는 이미 세계적인 대세이므로 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은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차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어 향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수출하는 경우 물류비 등을 이유로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의 폴란드 공장과 같이 관세는 물론 저렴한 인건비와 어느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동유럽을 전초기로 삼아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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