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후변화 대응, 금융계가 ‘포청천’ 역할해야
[데스크칼럼] 기후변화 대응, 금융계가 ‘포청천’ 역할해야
  • 박광신 편집국장
  • 승인 2020.02.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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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테니스 선수인 로저 페더러는 1998년 프로에 입문한 이래 단 한 번도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없다. 그는 실력뿐 아니라 2003년 '로저 페더러 재단'을 설립해 소외지역 아동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치는 등 선행 역시 최고다. 2011년에는 10년 동안 말라위 어린이 5만여 명의 교육을 위한 지원금 330만 달러 기부를 약속해, 현재까지 매년 말라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그가 얼마 전 생애 첫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의 스폰서가 석탄발전에 투자를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인 페더러가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과 스폰서 계약을 맺자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활동가들의 비판이 고조됐다.

툰베리는 리트윗을 통해 “2016년 이래 크레디트 스위스는 새로운 화석 연료 매장층을 찾는 회사들에 570억 달러를 제공했다. 이는 기후행동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 로저 당신은 이를 지지하는 것인가? 정신차려라”라고 말했다.

이후 페더러는 성명을 통해 “난 청년들의 기후변화 운동을 대단히 존중하고 존경한다”며 젊은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우리 행동을 점검하고 혁신적 해결책을 위해 행동하도록 촉구하는데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후원사인 크레디트 스위스는 “파리협정의 목표에 따라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후 전략의 맥락에서 더 이상 새로운 석탄발전소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일단락됐다.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이전 협약과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첫 합의로서 신(新)기후변화 체제를 마련했다는 데서 그 의의가 있다.

파리협약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 강화(2도 이내에서 1.5도 이내 노력)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선진국·개도국·극빈국 등 모든 국가로 확대 △5년마다 상향된 감축목표 제출 및 이행 여부 검증 △2025년 이후 개도국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등이다.

하지만 파리협약은 국제적 구속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 여기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2017년 6월 미국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파리협약의 가치가 퇴색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녹색금융을 바탕으로 금융권이 기후변화 선제적 대응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파리협약의 공신력 또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 전 세계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을 통해 주요 투자은행과 보험사, 연기금 등이 석탄발전과 관련한 투자에서 손을 떼고 있다. 파슬 프리 캠페인에는 현제 1,14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도 무려 6조 2400억 달러에 이른다.

금융권의 탈석탄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네덜란드 최대 금융그룹인 ING 그룹은 은행 최초로 2018년 대출심사 시 기업의 탄소 배출량 절감 노력 수준을 이자율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으며, 2019년 말에는 美 대형은행 중 최초로 골드만 삭스가 기후 변화 및 환경 파괴 사업에 대한 금융 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이 얼마 전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투자 결정을 내리기로 하면서 지속가능기후금융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탈석탄’ 바람이 불고 있으며, 녹색채권 발행 등 다각도로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산업의 고속 성장이 가져온 급속한 기후변화는 결국 산업발전의 혜택을 누려야하는 ‘인간’에게 폐해가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해선 산업과 환경의 균형이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금융권은 자금을 융통하고 기업은 그 융통된 자금으로 사업을 한다. 따라서 기업의 발전은 금융의 발전과 함께 해왔으며, 그 투자와 회수를 반복해온 금융계도 환경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불어온 금융권의 탈석탄 움직임은 기후변화에 둔감한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계가 기업에 투자하기 전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선별하고 평가하여 기후변화 대응에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의 ‘포청천’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jakep@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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