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2015년 5월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한 달 후인 6월 17일 격리자 수는 672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총 186명의 환자 발생, 이 중 39명이 사망한 메르스로 당시 사람들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엔 기침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점은 정부의 안일한 조처였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발병 초기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이나 오해를 막는다며 관련 정보를 의료진에게만 공개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결과 온갖 유언비어가 퍼지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정부가 내놓은 조처는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글 작성자 및 유포자를 엄벌하겠다는 어이없는 코미디였다. 결국 메르스 발병국 세계 2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정권이 바뀌고 메르스 사태 5년 뒤 또다시 시작된 바이러스의 공포. 일명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을 보면 과거 메르스 상황이 엿보이는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확진자는 12명으로 2차 감염을 넘어 3차 감염 가능성까지 내다보게 됐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0여일 만의 일이다. 확진자 발생 초기,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과거 메르스와 같이 이제부터 시작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뇌피셜’, 아니 ‘감’으로도 손쉽게 감염자 증가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3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가운데 그동안의 정부 대응을 보면 5년 전 메르스의 악몽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감염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사상 최초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촛불을 무기로 그 어떤 나라보다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정권을 바꿨지만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부분 투성이기 때문이다.

민족 대명절 연휴의 시작이었던 지난달 24일. 당시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자 수는 900명, 사망자 수는 26명이었다. 전일 대비 각각 34%, 44% 증가했으며 한국 내 확진자는 2명이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김포국제공항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중국인 속에서 자국민은 그대로 방치됐다. 공항엔 고열 환자를 판독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는 물론 방역 관련 매트 등을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공항엔 국민 개개인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을 하는 사람을 피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연출됐다. 

연휴 마지막인 지난달 27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여행을 마친 국민들이 지연된 항공기 때문에 공항 탑승구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정부의 방역활동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제적 대응, 초기 조처가 중요한 감염병에 정부는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세연 보건복지위원장은 5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먹통이던 콜센터는 여전히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인원은 고작 19명. 이후 1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지만 과거 메르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의지가 있었다면 초기 발생 시 임시 인력을 투입하는 선제적 대응을 보였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그대로 정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1%까지 하락했다. 리서치기관은 그 주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상과는 달리 확진자가 증가할 수도, 아니면 빠른 시간에 사태가 종식될 수 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신뢰감이다. 아직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권 초기 촛불로 하나 된 국민들의 염원을 되새겨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만들지 않도록 더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는 정부의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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