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좌)’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우)’ (김형수 기자) 2020.2.1/그린포스트코리아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좌)’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우)’ (김형수 기자) 2020.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초콜릿과 함께 마음을 전하는 발렌타인데이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초콜릿을 주고 싶은 사람이 비건이라면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다. 초콜릿에는 동물성 재료인 우유나 분유가 들어가는 경우가 흔한 데다 유제품이 함유되지 않은 초콜릿은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대학교의 기술지주 자회사 밥스누(BOBSNU)는 이런 고민을 덜 수 있는 비건 초콜릿을 내놨다. 우유나 분말같은 동물성 원료는 쓰지 않고 약콩(쥐눈이콩) 분말을 사용했다. 지난달 29일 밥스누가 밀크초콜릿의 맛을 재현했다고 소개한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과 카카오 본연의 맛을 살렸다고 소개한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을 먹어봤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 상자를 열어보니 판형 초콜릿이 으레 그렇듯 딱딱하고 네모난 초콜릿은 은색 호일로 포장돼 있었다. 다른 판형 초콜릿은 호일 포장재가 초콜릿에 찰싹 붙어있어 떼내는 데 어려운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 호일 포장재는 조금 헐렁해 초콜릿을 꺼내기가 한결 수월했다. 

조각난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위)’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아래)’ (김형수 기자) 2020.2.1/그린포스트코리아
조각난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위)’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아래)’ (김형수 기자) 2020.2.1/그린포스트코리아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을 호일 포장에서 꺼냈다. 포장재를 벗겨 초콜릿의 전체 모양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배송 과정에서 충격을 받았는지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은 네 조각이 나있었고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은 두 동강이 난 상태였다. 잠시 퍼즐맞추기를 한 끝에야 초콜릿 위에 새겨진 카카오 열매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의 색깔은 예상보다 훨씬 짙은 갈색이었다. 호일 포장재를 벗기고 나서 종이 상자 위에 올려놓지 않았더라면 어느 게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이고 어느 게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인지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비교를 위해 이마트24에서 구입한 아임이(I'm e) 밀크초콜릿과 다크초콜릿을 꺼내니 더 뚜렷한 색의 대조를 볼 수 있었다.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은 밀크초콜릿을 재현한 제품임에도 아임이(I'm e) 밀크초콜릿은 물론, 다크초콜릿보다도 색이 어두웠다. 

밀크초콜릿 맛이 날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인지  밀크초콜릿 특유의 부드럽고 풍부한 맛은 느끼기 힘들었지만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분유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아임이 밀크초콜릿이 ‘초딩 입맛’에 가까웠다면,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은 좀 더 깔끔하고 카카오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어른 입맛’ 초콜릿이었다.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은 입에 넣고서도 한동안 무슨 맛을 느끼기 힘들었다. 시간이 흘러 혀 위에 올려놨던 초콜릿 조각이 반쯤 녹은 뒤에야 카카오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낸 카카오의 맛은 묵직했다. 남아있던 초콜릿 조각마저 녹아서 사라지자 신맛이 여운을 남겼다. 카카오를 먹는다는 느낌 하나는 확실했다.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은 아임이 다크초콜릿보다 머릿속에 있는 다크초콜릿의 맛에 더 가까웠다.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과 아임이(I'm e) 밀크초콜릿과 다크초콜릿(왼쪽부터) (김형수 기자) 2020.2.1/그린포스트코리아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과 아임이(I'm e) 밀크초콜릿과 다크초콜릿(왼쪽부터) (김형수 기자) 2020.2.1/그린포스트코리아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을 먹으며 아쉬웠던 점이 하나도 없던 것은 아니다. 입안에 들어간 초콜릿 조각은 사르르 부드럽게 녹지 않았다. 다소 미끌미끌한 질감도 느껴졌다. 보통 초콜릿을 먹을 때는 느끼기 힘들었던 이질적 감촉이다. 밀크초콜릿을 재현했다는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은 대여섯 조각을 먹고 나니 콩가루에서 나는 냄새가 올라와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도 줬다.

‘가성비’도 보통 초콜릿보다 떨어졌다. 하나에 40g인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의 가격은 개당 3500원이다. 아임이(I'm e) 초콜릿은 하나에 100g으로 쇼코아틀리에가 판매하는 비건초콜릿보다 중량은 2.5배가 더 나가지만 가격은 1500원으로 43%에 불과하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허쉬 밀크초콜릿(100g)을 239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래도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은 ‘비건 식품은 맛이 없을 것’이란 편견을 깰 수 있을 정도로 카카오 맛이 제대로 났다. 괜찮은 초콜릿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쇼코아틀리에 비건초콜릿’과 ‘쇼코아틀리에 비건다크초콜릿’ 둘 다 입에 남는 불쾌함이 없고 뒷맛이 깔끔해 디저트로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먹어보라며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집에 찾아온 손님이 “혹시 초콜릿 없어요”라고 묻는다면 거리낌없이 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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