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DLF 처분 수위 결정
경영진 중징계 놓고 업계와 피해자대책위 의견 온도차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문책경고, 장고 끝 초강수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 30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통해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처분 수위를 결정지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과 22일에 이어 세 번째 제재심을 개최하고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과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밖에도 하나은행 지성규 행장에게 주의적경고 처분을 내리는 등 관련 임직원에 대해 정직 3개월에서 주의 등의 징계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은행에 대한 제재도 이뤄졌다. 사모펀드 판매 중지 6개월과 과태료 약 200억원 부과 등이다.

다만, 해당 제재는 금융위원회의 정례회의 의결이 필요하므로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에 발목 잡혀 중징계, 업계는 당혹
 

이번 중징계 원인으로는 ‘불완전판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초고위험상품임에도 치매를 가진 고령층에게도 판매되는 등의 행위가 포착된 만큼 초강력 제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사전 통지와 같은 이번 제재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두 은행은 은행에 대한 제재뿐만 아니라 두 경영진의 처분 수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향후 그룹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줄 키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이번 중징계 반영시 관련 규정에 따라 금융사에 3년간 취업할 수 없게 된다.

금융사 임원의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 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이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어 추후 금융권 취업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연임 노린 손태승 회장, 마의 DLF 벽 못 넘나?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우리금융’이다.

회장 임기가 올해 3월까지로 코앞인데다, 손 회장이 현재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통해 단독 추천된 차기 회장 후보이기 때문이다. 또, 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 행장 겸직체제를 끝내겠다고 선언, 현재 차기 우리은행장 선발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혼선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지난해 12월 차기 회장 후보로 손 회장을 단독 추천했을 당시에도 ‘DLF사태’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당시 장동우 임추위원장은 “DLF 사태에 대한 고객배상과 제재심이 남아 있어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장 위원장은 “손태승 후보가 성공적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검증된 경영능력과 안정적인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두루 갖춘 점을 높게 평가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시현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DLF사태 이슈에도 불구하고 당시 손태승 회장은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후보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실제로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 이후 안정적 체제 정착에 기여하고, 2019년 3분기 경상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손 회장은 이러한 임추위의 부응, 일관성 있는 경영으로 지주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 번 더 '회장직'을 수행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총 3번 열린 제재심에 모두 참석해 적극 소명에 나선 것 역시 ‘중징계’를 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재로 손회장의 연임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3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제재가 확정된다면 우리은행장으로서 오는 12월까지인 임기만 채울 수 있다.

다만 아직 연임은 ‘미생’이다. 금융당국 등을 대상으로 이의신청,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받아들여지거나 주주총회 전까지 금융위원회의 정례회의 의결이 나지 않는다면 ‘연임’이 가능할 수도 있다.

손태승 회장 처럼 급박하지는 않지만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 역시 이번 ‘경징계 처분’은 쓰다. 내년 3월이 임기 만료로 아직 1년여가 남기는 했지만 차기 회장 주자로 꼽히는 만큼 차후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회장으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 해임 요구했는데…

반면 이번 제재에 대해 더 강력한 징계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어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줬다.

‘금융정의연대’는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함께 지난 16일 금감원 앞에서 ‘은행 경영진 해임 요청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금융정의연대는 문책경고에 대해 ‘고객의 피해규모와 공신력의 훼손을 고려했을 때 낮은 징계에 해당한다’며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8조에 따라 △고의로 중대한 위법·부당행위를 함으로서 금융질서를 크게 문란시키거나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한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저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의 경영을 심히 위태롭게 하거나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 등에게 중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한 경우 등 해임권고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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