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제품 다시는 안 쓰겠다는데 한샘 포인트로 환불 제안"

한샘 불매운동・집단소송 계획

한샘소비자피해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20.1.29/그린포스트코리아
한샘소비자피해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20.1.2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우리는 한샘을 규탄한다. 한샘은 반성하라.”

일본 야마나시현 오이즈미에서 일본인 남편과 함께 레스토랑 ‘돈구리’를 운영하는 강은자 씨는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하늘높이 주먹을 치켜들며 큰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강은자 씨의 남편은 한샘을 비판하는 팻말을 목에 걸고 부인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29일 강은자 씨처럼 한샘에 인테리어 시공을 맡겼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인 ‘한샘소비자피해단체’ 회원 7명은 서울 상암 한샘 사옥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한샘제품 사지 맙시다! 소비자 우롱하는 한샘을 규탄한다”고 적혀 있었다. 한샘소비자피해단체에서는 현재 한샘에 공사를 맡겼다가 다양한 종류의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사람들 9명이 활동하는 중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말한 피해 유형도 제각각이다. 부산에서 살 집 인테리어를 한샘에 맡겼던 강은자 씨는 테이블 측면 칠 벗겨짐, 수납장 고정장치 고장, 타일 깨짐 등의 하자가 발견됐다며 본인이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강은자 씨는 “한샘 믿고 대리점 매개로 계약했는데 한샘 본사는 처음에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모르겠다고 했다”면서 “언론에 낱낱이 말하고 소송을 제기하겠다고하니까 처음으로 내용증명에 대한 답이 왔다”고 말했다. 강은자 씨는 이어 "한국에 돌아와서 살고 싶었는데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강은자 씨는 “한샘 제품을 그만 쓰고 싶은데 한샘 본사에서는 200만 한샘 포인트로 보상해주겠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국 한 번 오려면 300만원이 드는 데 한샘포인트로 어떻게 비행기를 타고 다니냐”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은자 씨의 남편은 “일본에선 이런 일은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한샘은 책임있는 행동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은자 씨는 한샘에 공사를 맡긴 집에서 여러 하자가 발견됐다며 사진을 제시했다. (김형수 기자) 2020.1.29/그린포스트코리아
강은자 씨는 한샘에 공사를 맡긴 집에서 여러 하자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제시했다. (김형수 기자) 2020.1.29/그린포스트코리아

남양주에 사는 신 씨는 한샘이 설치한 변기에서 배설물이 역류하는 봉변을 당한 뒤에야 계약서에서 ‘한샘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 씨는 “한샘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이고 계약서에 한샘 로고가 있어 이런 조항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계약을 체결할 당시 관련 설명도 못 들었다”고 했다.

신 씨가 배관공을 불러 막혔던 배관 안을 살펴보니 이물질이 껴 있었다. 신 씨는 “한샘은 자기들이 쓰지 않는 거라 보상해줄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확인 전화보다 보상불가통보를 먼저 했다”면서 “최소한의 사실확인은 하고 통보하는 게 맞지 않냐”고 지적했다. 신 씨는 “큰 회사에서 이런 태도 보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 값이 나가도 믿고 공사를 진행했다”며 “신뢰에 대한 배신 때문에 여기 나왔다”고 했다. 

이전 세입자를 내보낸 뒤 집을 새단장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려고 했던 또다른 피해자 박모씨는 한샘에 공사를 맡겼다가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수원 영통에 있는 집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는커녕, 공사도 끝나지 않아 집이 공사장을 방불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씨는 공사를 맡긴 해당 지역 대리점을 상대로 소송을 내서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한샘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다가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항소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한샘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시간을 끄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박씨는 “한샘이 브랜드를 믿는 소비자를 대놓고 우롱했다”며 “대기업이 할 게 이거밖에 없나 기가 찬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어떤 한샘 제품 쓰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머니는 한샘 브랜드만 봐도 치를 떤다”고 덧붙였다. 

한샘소비자피해단체는 이처럼 한샘과 공사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를 모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샘소비자피해단체를 결성한 목표도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한샘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은자 씨는 “불매운동을 해서 한샘이 각성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보유한 건물을 팔아서라도 불매운동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샘 관계자는 “피해자들과 한샘 본사 고위직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 테이블을 만들려고 하는 등 노력했으나 이렇게 집회를 강행해 아쉽다”고 말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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