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정부 추진 ‘수소경제’ 1년…명(明)과 암(暗)③
[기획특집] 정부 추진 ‘수소경제’ 1년…명(明)과 암(暗)③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0.01.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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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라는 ‘유령’ 되살아나다
전국 지자체 ‘수소 앓이’ 중…정책 연속성 유지될지 미지수

정부는 지난해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초의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수소법)’ 제정과 규제샌드박스 제1호 승인을 통해 국회에 수소충전소를 준공했다며 1년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평은 그야말로 ‘자화자찬’이었다. 정부는 지난해를 수소경제 원년(元年)으로 삼고 성과를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각계각층의 우려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정부 차원에서 주도한 수소경제 정책이 ‘장밋빛 미래’일지에 대해 3회에 걸쳐 집어본다. [편집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국에 수소경제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2005년 9월 노무현 정부가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통해 최초 제시된 수소경제는 2019년에 되살아났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05년을 수소경제의 원년(元年)으로 선포하고 대대적인 지원책을 펼칠 계획이었다. 지금의 정부 정책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15년이 지난 2020년 우리 사회는 똑같은 상황 속에서 똑같은 정부의 정책 패턴을 보고 있다. 당시와 달리 기술발전으로 수소의 제조‧저장‧운송이 용이해졌다고 해도 아직 수소경제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린수소’ 사회로 가기 위한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수소 저장‧운송에 대한 기술적 한계, 원천기술의 대일 의존도 등 각종 문제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소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과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지금의 수소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 수소경제라는 ‘유령’…현 정부서 되살아나다

연이은 ‘잿빛 하늘’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치고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등 환경문제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여기에 한국원자력연구원 일부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면서 탈(脫)원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와 국민의 관심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수소경제로 한층 더 쏠리게 됐다.

하지만 수소경제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시작된 정책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는 2005년 9월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수소경제 구축을 위한 단계별 개발‧보급 전략, 연료전지 산업화 방안, 인프라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친환경 수소경제 강국 건설을 위해 2040년까지 최종에너지 중 수소비중 15%를 목표로 설정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골자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소경제가 급부상한 이유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 및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당시 미국의 셰일가스로 전통적 화석연료인 석유 가격이 안정화됐고 국제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으며 관련 기술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 정책이 연속성을 가지지 못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 들어오면서 수소경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미세먼지 저감 등의 문제와 겹치면서 다시 정책적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당시와 마찬가지로 수소 경제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남아있다. 천연가스 개질과 부생수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수소경제가 과연 친환경적이냐는 문제부터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을 때의 경제성, 수소충전소가 들어서는 인근 주민들의 안전 우려 등 부작용이 산재해 있다.

당시 보고서는 “수소경제를 거창하게 정의하면 장밋빛 미래의 모습이 오히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고 현실적 접근을 어렵게 한다”며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이 아닌 균형된 시각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도래할 수소경제를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 이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15여년이 지난 지금 수소경제라는 유령이 정부의 ‘청사진’이란 무기를 손에 쥔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국 지자체 ‘수소경제 앓이’…정책 연속성 유지될지도 미지수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은 그야말로 ‘수소 앓이’ 중이다. 되살아난 수소경제의 유령이 이미 전국을 휩쓸어버린 지 오래다.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및 인프라 구축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지자체들의 행보는 잰걸음을 넘어 그야말로 100m 단거리 전력질주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수소시범도시 사업’에 경기 안산, 울산시, 전북 완주‧전주 등 3곳을, 수소 R&D 특화도시로 삼척을 선정했다. 

안산시는 조력발전과 연계한 그린 수소 생산을 통해 수도권의 친환경 도시 모델로, 울산시는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도심 내 건물과 충전소에 활용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배관망을 구축하고 수소 지게차, 선박용 수소충전 실증 등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할 방침이다.

완주군·전주시의 경우 완주군은 수소생산 공장 및 광역공급 기지로, 전주시는 수소 이용도시로 기초자치단체 간 상생협력 모델로 발전시켜 나간다. 삼척시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주거지 통합 에너지 관리체계를 개발하는 실증지로서 관련 국산기술개발의 선도역할을 담당한다.

수소시범도시에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지자체들의 수소에 대한 ‘열망’은 뜨겁다. 경기도와 평택시는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일원에 총 210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1일 5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수소생산시설을 건립한다. 나주시 역시 수소 관련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 종합시험장(테스트베드) 구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를 생산‧저장‧활용하는 친환경 그린수소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수소도시에 대해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지자체의 과열 양상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현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수소경제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밥벌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거품을 가리고 있는 상태와 같다”며 “수소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전해 방식이 나오려면 20년이 걸리는데 정부가 너무 올인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연속성을 못 가질 경우도 있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정책 관계자들 사이에도 전국 지자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수소도시를 만들기 위한 행보가 과열 양상이란 점에 일부분 동의했다. 지자체의 가시적 성과 달성과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받아 오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각 지자체에 각종 시설을 분산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 관련 기술개발보다 보급이 더 빨리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의 수소에 관한 열기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테스트베드 센터와 안전센터 등은 지자체별로 하지 않고 가령 가스안전공사처럼 전국을 관할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다만 지자체들의 관련 시설 설치를 정부에 요구할 때 지역 형평성 문제까지 나오는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정부의 수소경제 추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소차(승용차 외 차량 포함)의 경우 일본을 비롯해 중국까지 합치면 30여종이 넘고 수소충전소 역시 올해 관련 예산이 다 확보돼 공사 중이라고 한다. 다만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수소충전소 부지 선정이나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공사가 다소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충전소 단일 구축은 세계 최고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올해 81개소의 수소충전소가 지어질 계획이고 관련 예산은 모두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 수용성 문제가 가장 큰데 이는 홍보 TF팀이 매일 설명회를 하고 있다”며 “수소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산업계에서 수십 년 동안 사용한 한 것이 수소고 해외에서 폭발한 사례도 없는 등 이론적으로 안전하다고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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