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지구인컴퍼니가 출시한 언리미트 갈비맛 만두와 김치맛 만두 (김형수 기자) 2020.1.25/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인컴퍼니가 출시한 언리미트 갈비맛 만두(아래)와 김치맛 만두(위) (김형수 기자) 2020.1.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전 세계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대체육 시장에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가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중순 대체육 ‘언리미트’ 시리즈를 내놨다. 햄버거 패티에 무게를 둔 해외 제품과 달리 한국인의 식생활에 맞게 만두와 직화구이용 제품을 출시했다. 

이달 21일 지구인컴퍼니가 선보인 언리미트 갈비맛・김치맛 만두를 먹어봤다. 두 만두에는 지구인컴퍼니가  현미, 귀리, 견과류 등을 재료를 활용해 단백질 성형 압출 기술로 만든 식물성 고기가 들어있다. 지구인컴퍼니는 “단짠단짠 갈비맛 만두와 매콤 칼칼한 김치만 만두”라고 두 제품을 소개했다. 

두 종류의 만두 가운데 먼저 갈비맛 만두 패키지를 열었다. 밀가루처럼 새하얀 만두 6알이 플라스틱 트레이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만두피가 두꺼워서인지 겉모습만 봐서는 이게 갈비맛아니면 김치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패키지에 적힌 레시피대로 만두가 담긴 트레이를 패키지 안에 넣은 채 전자레인지에 3분을 돌렸다. 

전자레인지가 ‘땡’ 소리를 내자마자 갈비맛 만두를 꺼내고 김치맛 만두를 넣은 뒤 다시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3분 만에 다시 마주한 갈비맛 만두의 모습은 3분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새하얗던 만두피는 투명하게 변했고, 그 속에서는 한데 뭉쳐진 속재료들이 익숙한 고기만두속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들어갔다 나온 갈비맛 만두는 만두라고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으면 만두인 줄 모를 겉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만두속을 만두피로 감쌀 때 생기기 마련인 만두피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접어서 붙인 흔적이나, 만두피를 한데 모으면서 잡힌 주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미스터리는 맛을 보기 위해 젓가락으로 갈비맛 만두 하나를 집어올려 플라스틱 트레이에 닿아있던 아랫면을 확인한 뒤에야 풀렸다. 갈비맛 만두 6개가 모두 플라스틱 트레이에 뒤집힌 채로 놓여있던 것이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언리미트 갈비맛 만두와 김치맛 만두 (김형수 기자) 2020.1.25/그린포스트코리아
전자레인지에 돌린 언리미트 갈비맛 만두(좌)와 김치맛 만두(우) (김형수 기자) 2020.1.25/그린포스트코리아

갈비맛 만두를 입안에 넣자마자 엄청나게 쫄깃한 만두피의 식감이 입안을 강타했다. 밀가루가 아니라 감자 전분 같은 가루로 만든 만두피처럼 아주 쫀득쫀득했다. 만두에 들어간 속재료들은 만두피의 압도적인 식감에 가려 존재감을 나타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달콤함과 후추향이 느껴졌을 뿐 속재료의 식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재료의 맛보다 향신료의 맛이 두드러지니 도대체 재료로 어떤 것들이 들어간 만두인가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였다. 지구인컴퍼니가 소개한 친숙한 ‘단짠단짠’ 갈비양념이 맛도 느끼기 힘들었다. 만두피를 떼어내고 속재료만 먹어봐도 후추 맛이 올라올 뿐이었다. 

그렇다고 거부감이 들거나 역하지는 않으니 배고프면 먹기야 하겠지만, 더 먹고 싶지는 않았던 갈비맛 만두를 뒤로하고 전자레인지 속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김치맛 만두를 가져왔다. 갈비맛 만두와 마찬가지로 전자레인지 속에서 3분의 시간을 보낸 김치맛 만두의 만두피는 매우 투명했고, 그 안에 들어있는 속재료들은 붉은 빛을 냈다. 

매우 쫀득쫀득한 만두피를 제외하면 별다른 식감을 느끼기 힘들었던 갈비맛 만두와 달리 김치맛 만두에서는 다진 김치가 떠오르는 아삭아삭한 식감도 느껴져 조금 더 씹는 맛이 있었다. 김치맛 만두 하나를 삼킨 후에도 얼얼할 정도로 매운 기운이 입안에 남았다. 

꽤나 익숙한 맛이었다. 김치만두보다는 김치부침개에 가까웠다.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김치부침개의 가장자리보다는 물컹물컹한 식감의 가운데 부분이 연상됐다. 만두피에서 속재료만 골라내 먹어보니 한층 더 김치부침개와 비슷한 맛이 느껴졌다. 

익숙한 식감에 아는 맛. 김치맛 만두는 갈비맛 만두와 달리 ‘아, 내가 지금 이 음식을 먹고 있구나’하며 안심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맛 자체도 김치맛 만두가 갈비맛 만두보다 뛰어났다. 배가 불러도 눈앞에 있으면 하나둘 정도는 집어먹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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