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환경교육 위기 도래...교육계가 가장 큰 적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실효성 문제 극복이 관건

정부에 즉각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청소년 결석 시위. (사진 그린포스트 DB)/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에 즉각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청소년 결석 시위. (사진 그린포스트 DB)/그린포스트코리아

폭염이나 미세먼지, 그리고 기후변화가 촉발한 각종 자연재해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달라. 정부는 우리 미래를 위해 환경교육권을 보장하라.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이제 기후변화에 맞서 한국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스웨덴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기후행동 못지않은 한국 청소년들 기세가 무섭다.

청소년들은 기후 결석시위를 통해 어른들의 대책을 촉구하고, 심지어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아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기후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환경교육을 받을 권리도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하고는 있는데, 이 수업 역시 입시 위주 교육 시스템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은 폭염이나 미세먼지, 그리고 기후변화가 촉발한 각종 자연재해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교육의 국제적 흐름을 살펴보면, 19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최초로 세계 환경문제가 다뤄졌고 1975년 베오그라드에서 정부간 회의를 통해 환경교육에 관한 베오그라드 헌장이 발표됐다.

이어 1977년 구 소련 트빌리시는 환경교육진흥선언을 채택했고 환경교육이 세계 환경 보전 역량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는 환경을 좀 더 다각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지속가능발전(SD: Sustainable Development)을 발표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많이 뒤처졌지만 한국에서도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됐고 국민 기본권 중 하나로 환경권이 규정되면서 환경교육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1990년 8월 환경정책 핵심 법률인 ‘환경정책기본법’에 환경교육 추진 근거가 마련됐다. 

1992년 10월 교육부는 6차 교육과정 개편에서 환경과목을 독립 선택과목으로 채택했다. 이 시기에는 환경 관련 민간단체 등에서도 환경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일반시민과 학생들을 위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1993년에는 환경부에 환경교육과가 신설돼 운영됐지만 1999년 폐과된 이후 국가 환경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을 잃기도 했다.

그러다 2008년 ‘환경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환경교육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고 환경교육종합계획 수립 및 관련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환경교육 기반을 다지게 됐다. 또한 2018년에는 환경부에 환경교육 전담부서인 환경교육팀이 신설돼 국가환경교육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기후위기시대 환경교육 입법화’ 국회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시대 환경교육 입법화’ 국회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교육진흥법’ 제정, 환경교육 전환점
 
이제 한국에서 환경교육진흥법 제정을 빼고는 환경교육을 말할 수 없다. 환경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계기가 됐기 때문인데, 이를 기반으로 각 지역에서도 환경교육 관련 조례들이 제정될 수 있었다.

환경교육진흥법에 근거해 환경부에서는 ‘국가환경교육종합계획’을 수립·추진했고 각 지역에서도 조례에 근거해 ‘지역환경교육종합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각 지역에 환경교육센터를 지정해 지역 내 환경교육 구심점 역할도 했다. 

특히 환경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야 할 기준을 마련하고 질을 높이기 위해 환경교육 프로그램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고 사회환경교육지도사를 통해 일정한 역량을 갖춘 지도사가 환경교육을 실시토록 했다.

무엇보다 학교 환경교육 분야에서는 꿈꾸는 환경학교, 환경 동아리 지원 등을 통해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환경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고 사회 환경교육 분야에서는 민간단체들 사업을 지원하거나 네트워크 기회를 확대해 해당 분야 주체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이처럼 환경교육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교 환경교육이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순천대학교 환경교육과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순천대학교 ‘학사구조개편(시안)’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 순천대학교 환경교육과 학생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순천대학교 환경교육과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순천대학교 ‘학사구조개편(시안)’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 순천대학교 환경교육과 학생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학교 환경교육 이대로 괜찮나?

환경교육의 가장 큰 적은 교육계다. 교육계에서 환경교육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환경과목 교사 발령 교과를 변경(2020년 3월 1일자)해 과원 교사를 해소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는 사실상 학교 환경과목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환경교사들 입장이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2020년 교원소요 파악 결과 학생선택 등의 요인에 의해 환경과목 교사 3명의 TO감(정원감축)이 발생했기 때문에 과원교과 교사 중 복수(부)전공 자격 소지자를 대상으로 국어, 수학, 과학 등으로 발령교과 변경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발령교과 변경 희망자가 없을 경우 ‘TO감 내신자’, ‘타교 복직자’, ‘정년 잔여기간이 많은 자’ 순으로 선정한다는 것.

환경교육 관계자는 이 발표에 대해 “TO감이 발생했을 때 환경교사 과목을 바꿀 것이 아니라 그동안 환경과목을 선택했지만 교원을 요청하지 않았던 학교에 환경교사를 배치하는 것이 맞다”며 “학교가 정상적인 환경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당 교육청이 환경교사를 배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기도 50개 정도 학교가 환경 과목을 선택했고 전국적으로는 400개 정도 학교가 환경 과목을 선택했다”며 “그 학교들이 정상적인 환경교육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환경과목에 전문적인 환경교사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환경과목을 선택하는 학교는 많다. 문제는 그 과목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환경교사를 요청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는 것. 해당 교육청도 관리감독 등의 강제수단이 없기 때문에 학교 자율권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면 향후 환경교육을 전공하는 교사들이 양성되지 않을 수 있고, 결국 국가적으로 학교 환경교육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환경교육 현장 목소리다.

특히 환경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교에서도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순천대학교는 ‘학사구조개편(시안) 공청회’에서 “환경교육과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되는 교원 임용 TO가 없을시 2022년 학과 개편과 교수 재배치를 추진할 것”이라는 시안을 발표했다.

이에 순천대 환경교육과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이번 시안 내용은 사실상 학과 폐지를 의미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기에 환경교육과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를 위한 일이 아니고 무엇보다 교육 목적은 절대 돈으로만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명호 환경부 환경교육팀장이 ‘환경교육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진명호 환경부 환경교육팀장이 ‘환경교육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결국 지난해 환경교육진흥법 개정

환경교육진흥법이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바뀌는 등 사회전반에 걸쳐 환경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크게 개정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5일 국무회의에서 환경교육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의결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다양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 

물론 환경과목 채택률 감소 등 위기를 맞고 있는 학교 환경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반영했다. 모든 학습의 기초가 형성되는 유아기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가치관과 습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환경교육 범위 및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진명호 환경부 환경교육팀장은 “현재 환경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원 교습능력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연수기회 제공, 연구 지원 등이 가능한 규정을 마련했다”며 “정규 교과과정에 환경교육을 편성하거나 창의적 환경교육과정 운영 등 환경교육을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를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지정하고, 이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대영 환경부 정책기획관은 “환경교육은 환경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환경교육이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환경교육진흥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학교 환경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특히 환경교육을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를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지정하고, 이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것이 과연 학교 등 교육계 입장에서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구조적 환경재난을 초래하는 교과의 벽을 넘어서는 ‘교과통합적 모델’을 구현해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3년간 6단위 이상 환경교육을 의무화하고 모든 초등학교 학급에서 연간 30시간(1단위) 이상 지역 환경생태학습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모든 교원 양성과정(사범대학, 교육대학)에서의 환경교육도 의무화하고 모든 교원(교장, 교감 승진 연수 포함)에 대한 환경 연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또한 “이제 헌법에 환경학습권을 포함하고 국가 책무로 규정해야 하며 시민 기본권으로서 환경권 세부영역으로 환경학습권을 규정해야 한다”며 “기존 환경교육은 자연생태체험과 생활환경교육을 두 축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미세먼지, 폭염 등 환경재난 영역을 신설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재난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와 교육부 역할분담 및 협력체계가 더욱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환경교육 내실화를 위한 안정적인 예산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song@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