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겨울왕국’의 후속작 ‘겨울왕국 2’가 히트를 쳤다. 14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아바타’에 이어 국내 개봉 외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엘사, 안나, 올라프를 활용해 제작한 관련 굿즈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겨울왕국2’는 ‘NO 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노래를 따라부르고, 소리를 지르는 어린이 관객들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성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어린이가 주요 타깃인 애니메이션임에도 어린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 관’을 만들어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무슨 심정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을 극장에서 볼 때였다. 디셉티콘과 홀로 맞서 싸우던 옵티머스 프라임이 위기에 처한 순간 극장은 “안 돼”, “죽지마” 등을 외치는 어린이들의 절규로 가득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대사는 들리지 않았고, 자녀를 달래가며 황급히 밖으로 나가는 부모들의 행렬에 스크린도 가렸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영화 관람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누군가 극장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면 ‘NO 아줌마 존’ 설치도 촉구한다. 나란히 앉아 ‘명량’을 보던 중년 여성 대여섯명은 서로 줄거리 진행상황을 묻고,  악역을 향해 욕도 했다. 그들의 앞줄 가운데 앉은 탓에 생생한 대화는 서라운드로 들렸다. 최근 ‘82년생 김지영’을 보러 극장에 갔을 때는 옆자리 아주머니가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자 대성통곡을 했다. 훌쩍이며 코를 먹는 소리가 다 들렸다. 영화에 집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언젠가는 볼썽사나운 애정행각을 이어가는 커플 탓에 기분을 망치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호텔이나 모텔 방을 빌리러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커플이었다. ‘NO 커플존’도 필요하겠다. 

기자도 예외로 두기는 힘들겠다. 극장 안에서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결국 불이 꺼진 영화관 안에서 조심스레 휴대전화를 꺼내곤 한다. 보도자료를 보냈다는 알림 메시지가 태반이지만 가끔 데스크나 동료 기자들이 연락을 하기도 때문이다. ‘NO 기자존’도 있어야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모든 이들의 접근을 제한한 영화관에 누가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꼬투리를 잡아 누군가를 배제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차별하는 길 끝에는 외톨이가 된 자신이 서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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