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롯데마트가 선보인 PB 상품 ‘해빗(Hav’eat) 건강한 마요'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마트가 선보인 PB 상품 ‘해빗(Hav’eat) 건강한 마요'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채식을 하는 비건들이 식단을 꾸리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단지 고기를 멀리한다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채소와 곡식에 맛을 더해주는 양념과 소스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가 무엇인지도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제조 과정에 계란이 들어가는 마요네즈가 대표적이다. 

지난 8일 롯데마트가 지난주에 출시한 비건 마요네즈를 먹어봤다. 롯데마트는 이달 2일 보통 마요네즈를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식물성 재료로 만든 ‘해빗(Hav’eat) 건강한 마요(이하 해빗 마요)’를 선보였다. 달걀에 식초, 식용유 등을 사용해서 제조하는 보통 마요네즈와 달리 해빗 마요는 대두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뚜겅을 열고 종지를 향해 포장팩을 기울인 후 몸통을 꾹 누르니 주둥이에서 다소 묽은 질감의 흰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겉모습은 마요네즈라기보다는 숟가락으로 떠먹는 플레인 요구르트에 가까웠다. 비교를 위해 종지에 덜어낸 청정원 마요네즈가 미색이 섞인 누런 빛이 살짝 돌았다면, 해빗 마요는 아무도 밟지 않은 채 쌓인 첫눈처럼 새하얀 색이었다. 

롯데마트 ‘해빗 건강한 마요'와 청정원 '유기농 마요네즈'를 비교해봤다.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마트 ‘해빗 건강한 마요'와 청정원 '유기농 마요네즈'를 비교해봤다.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두 마요네즈는 질감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해빗 마요네즈는 종지에 따른 지 얼마되지 않아 종지 안에 고르게 퍼져 그 표면이 매우 평평했지만, 다른 마요네즈가 으레 그렇듯이 별모양 입구를 거쳐 나온 청정원 마요네즈는 몇 분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짜여져 나온 형태를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일부러 젓가락으로 휘저은 뒤에도 해빗 마요네즈는 금새 표면이 평평해진 반면, 청정원 마요네즈에서는 젓가락으로 장난친 티가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해빗 마요네즈가 담긴 종지를 코 가까이 가져와 냄새를 맡아봤다. 식초의 시큼한 향이 올라왔다. 현미식초가 들어간 청정원 마요네즈가 풍기는 식초의 향도 비슷했지만 향이 지닌 강도는 더 묵직했다. 

종지에 담긴 해빗 마요네즈를 젓가락에 콕하고 찍어 빨아먹으니 생각보다 센 짠맛이 혀를 강타했다. 강한 소금기에 살짝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였다. 얼마되지 않는 마요네즈가 넘어간 뒤에도 짠맛은 입안에서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짠맛에는 밀렸지만 새콤한 맛도 느껴졌다. 고소한 맛이 여운을 남기는 청정원 마요네즈와 달리 해빗 마요네즈는 뒤에서 새콤함이 탁하고 혀를 쳤다. 고소한 뒷맛은 느끼기 어려웠다. 계란이라는 동물성 단백질이 업기 때문인지 맛이 풍부하고 진한 청정원 마요네즈와 달리 해빗 마요네즈의 맛은 산뜻하고 가벼웠다. 

두 마요네즈에 오이를 찍어 먹었다.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두 마요네즈에 오이를 찍어 먹었다.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오이를 날 것 그래도 잘라 찍어먹어보니 해빗 마요네즈의 맛은 더 좋아졌다. 오이에서 나온 수분 때문인지 짠맛은 줄어들고 기분좋은 새콤함이 더 도드라지며 맛의 균형이 더 잘 잡힌 것 같았다. 고소한 맛이 인상을 남겼던 청정원 마요네즈는 오이가 넘어가기도 전에 존재감을 잃어버린 반면, 해빗 마요네즈는 상대적으로 더 오랜 기간 동안 존재감을 나타내며 ‘아, 내가 오이를 마요네즈에 찍어 먹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게 해줬다. 

마지막으로 채썬 양배추에 마요네즈와 케찹을 섞어서 버무려 먹는 추억의 간단 샐러드를 해봤다. 색깔도, 향도, 맛도 기억 속에 있던 친숙하기 그지없는 그 샐러드였다. 온 신경을 집중해 맛을 느끼려 노력했음에도 해빗 마요네즈를 사용한 양배추 샐러드와 청정원 마요네즈가 들어간 양배추의 차이를 찾아내기는 몹시 힘들었다. 몇 젓가락을 번갈아가며 먹어보니 해빗 마요네즈를 쓴 샐러드 쪽이 조금 더 새콤해서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차이는 각자가 어떤 맛의 마요네즈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문제지, 어느 게 좋고 어느 게 나쁘다고 순위를 매길 성격의 다름이 아니었다. 간혹 주말 아침이면 해먹는 샐러드에 달걀이 들어간 보통 마요네즈 대신 해빗 마요네즈를 넣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빗 마요네즈가 지닌 맛은 뛰어났다. 

채썬 양배추에 두 마요네즈와 케찹을 버무렸다.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채썬 양배추에 두 마요네즈와 케찹을 버무렸다. (김형수 기자) 2020.1.1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비건한입④]에서 다뤘던 ‘스웨디시글래이스 스무스 바닐라’와 ‘나뚜라 바닐라&아몬드바’가 보여줬던 차이와 비슷했다. 셔벗과 아이스크림처럼 두 아이스크림은 시원하고 달콤한 디저트라는 점에서는 일치했지만 각각을 고른 사람들이 지닌 니즈가 다르고, 따라서 셔벗과 아이스크림이 만족시켜주는 부분도 다른 것 처럼 말이다. 

다만 ‘해빗 마요네즈’가 비건 제품인 데다가 상품 이름에 “건강한”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보통 마요네즈보다 건강에 덜 해롭겠지하는 생각은 거두는 편이 좋아보인다. 청정원 마요네즈에 영양성분표가 없어 롯데마트의 PB 제품 ‘온리프라이스(Only Price) 마요네즈’와 비교한 결과 몇몇 수치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00g당 열량은 해빗 마요네즈가 575㎉로 온리프라이스 마요네즈(630㎉)보다 다소 낮았지만, 나트륨 함유량은 740㎎으로 온리 프라이스 마요네즈(570㎎)에 비해 높았다. 해빗 마요네즈에 들어있는 당은 3g으로 온리프라이스 마요네즈(1g)의 3배에 달했다. 또 해빗 마요네즈의 지방 함유량은 60g으로 온리프라이스 마요네즈(65g)보다 적었지만, 포화지방 함유량은 9.5g으로 온리프라이스 마요네즈(9g)보다 조금 많았다. “건강한”이라는 표현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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