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고용법원 “‘윤리적 비건’은 법의 보호받아야 할 신념”
英 고용법원 “‘윤리적 비건’은 법의 보호받아야 할 신념”
  • 김형수 기자
  • 승인 2020.01.08 16: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 고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조르디 카사밋자나 (조르디 카사밋자나 페이스북 캡처) 2020.1.8/그린포스트코리아
영국 고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조르디 카사밋자나 (조르디 카사밋자나 페이스북 캡처) 2020.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영국 고용법원(Employement Tribunal)에서 ‘윤리적 비건’은 법에 따라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정치적 신념이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가디언은 3일(현지 시간) 고용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조르디 카사밋자나(Jordi Casamitjana)라는 남성이 ’잔학 스포츠 반대 동맹(League Against Cruel Sports・이하 LACS)’라는 동물복지 자선단체에서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나온 판결이다. 

조르디 카사밋자나는 LACS 연금기금이 동물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하는 업체들에 투자한다는 우려를 제기한 이후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조르디 카사밋자나는 재판 결과에 대해 “매우 행복하다”면서 “판사가 ‘윤리적 비건’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적 비건’은 채식을 하는 것에 더해 어떠한 형태로든 동물을 착취해서 만들어진 제품도 멀리하려 노력하는 신념 또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양털이나 가죽을 소재로 사용한 옷을 입지 않거나, 동물 실험을 거쳐 생산된 제품들을 사용하지 않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로빈 포슬(Robin Postle) 판사는 ‘윤리적 비건’이 영국의 평등법(Equality Act 2010)에 따라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신념으로서 지녀야 하는 조건들을 충족시켰다고 판단했다. 2010년 제정된 평등법은 종교 및 신념, 성별, 나이,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어떤 신념이 평등법에 의해 보호받기 위해서는 △민주사회에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지 △인간이 갖는 존엄성과 양립할 수 있는지 △타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 등을 비롯한 일련의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또 조르디 카사밋자나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줬는데, 그들과 그들의 친구들도 ‘윤리적 비건’으로 지내며 차별을 겪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희망적이게도 나의 해고가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 ‘윤리적 비건’을 실천하는 다른 사람들은 더 나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르디 카사밋자나의 변호를 맡은 피터 달리(Peter Daly) 변호사는 “이는 두 부분으로 이뤄진 재판의 앞부분”이라면서 “판사가 ‘윤리적 비건’에 대한 판단을 내린 만큼 재판은 앞으로 조르디 카사밋나자가 LACS로부터 받은 처분이 적법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건 관련 단체에서는 긍정적 입장이 나왔다. 비건소사이어티의 법률 전문가 자넬 로울리(Jeanette Rowley)는 “동물들에게도, 또 병원이나 학교 등에서 더 많은 제도적 뒷받침을 받았어야 할 비건들에게도 환상적인 날”이라면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합리적 결정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alias@greenpost.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