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민의 안전 위한 원전 폐쇄ⵈ정부의 '무대책'엔 입맛이 쓰다
[기자수첩] 시민의 안전 위한 원전 폐쇄ⵈ정부의 '무대책'엔 입맛이 쓰다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0.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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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놓고 한국 사회가 진통을 앓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환영 의사를 표했지만 학계와 재계 등 이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원전 폐쇄의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에 오류가 있다는 논란으로까지 비화하며 갈등이 점점 증폭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례에서도 알 수 있 듯,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방향을 '탈핵에너지 전환'으로 설정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에너지 수급 등 뚜렷한 대책도 없이 먼저 원전부터 폐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정부의 '무대뽀' 행보에 뒷맛이 쓴 것도 사실이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 안건(폐쇄)을 출석 위원 7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로써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영구폐쇄의 수순을 밟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고 지난해 2월 원안위에 영구 정지 신청을 했다.

월성 1호기는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1983년 처음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이 원전은 당초 정해진 설계수명이 30년으로 2012년까지만 운영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2015년 이 원전을 2022년 11월까지 10년 더 운영하기로 결정했던 바 있다.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환경단체들은 즉각적인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현 정부의 공약 사항 중 하나였던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하나의 시발점이라는 거다. 

실제 월성 원전이 위치하고 있는 경상북도 경주는 2016년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리히터 기준 5.8로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의 지진이었다. 이 지진의 여파로 전국이 들썩거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진과 원전,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곳이 있다. 바로 후쿠시마다. 2011년 후쿠시마를 강타했던 지진과 쓰나미로 원전으로의 전원 공급이 중단되며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대규모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돼 이 곳을 연고지로 삼았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현재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3호기 원자로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사고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원전 내부는 시간당 방사선량이 최고 150밀리시버트(m㏜)까지 올라가며 연간 피폭 허용치의 150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월성에도 이런 불의의 사고가 없으리란 법이 없다. 시민단체인 '탈핵시민행동'에 의하면 월성 1호기의 내진 설계(지진이 일어났을 때 건축물이 진동을 견디도록 내구성을 강화하는 설계)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최신 안전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문제 등이 이미 드러났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탈핵 에너지 전환 정책은 환영할 만하다. 후쿠시마의 사례를 보면 더욱 자명하다.

다만 아쉬움이 크다. 대체 에네지 개발 등 에너지 공급 공백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탈원전 정책의 기조가 이어져 월성 1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곧 수명이 종료되는 다른 원전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당장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겪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한국이 화력발전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풍력, 태양광 등만으로는 원전 폐쇄로 생기는 에너지 공백을 메우기 어려워,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쉽게말해, 대체 에너지가(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성급한 원전 폐쇄에 대한 지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정부는 월성 1호기의 연장 운영을 결정하면서 7000억원을 들여 원전을 보수, 운전을 재개했던 바 있다. 

문제는 월성 1호기의 해체 작업에 75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1기 해체 비용을 2018년 말 기준 81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7000억원 투입해 원전을 고쳐놓고 8000억여원 이상을 또 투입해 원전을 폐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수원 측은 원전 1기당 7500억원씩 적립해둔 해체 충당금을 원전 해체에 사용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해체 충당금은 한수원이 원전 해체 예상 금액에 맞춰 매년 발전 수익의 일부를 적립한 액수라는 게 한수원 측의 얘기다. 

한수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애초 해체 충당금도 그 재원이 사실상 국민의 '혈세'(血稅)라는 점에서 역시 입맛이 씁쓸하다. 

한수원의 지난해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의 모든 주식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가지고 있다. 

역시 한전의 지난해 3분기보고서를 보면 한전의 최대주주는 32.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이다. 지분 18.2%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정부가 그 다음 대주주다.

이런 가운데 한수원이 월성 원전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한수원은 현재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앞서 국회는 이러한 의혹을 제기, 감사 요구안을 의결했고 이에 따라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한수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사안이 복잡하고 추가 조사해야 할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한수원에 대한 감사 기간을 올해 2월까지 연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으로 정부가 성급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통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임기의 반을 돌아 조금 더 왔다. 탈핵 에너지 전환은 문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될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 그 이후 정부에도 그 역할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이 지향하는 바는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원전 폐쇄로 인한 에너지 공백은 어디에서 충당할 것인가. 정부는 성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대책을 먼저 수립해 탈 원전 정책을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jh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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