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시작해 결국 국가적인 환경문제로 부각
여전히 사전예방보다 사후처리에 급급한 정책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올해 환경 이슈를 돌아보면, 인간 건강과 자연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많았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그로인해 훨씬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제 2019년이 하루도 안 남았다. 내일이면 2020년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5대 환경뉴스는 무엇이 있을지 정리해 봤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붉게 변해버린 필터.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붉게 변해버린 필터.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붉은 수돗물 사태...노후 상수도 교체 계기

지난 5월 30일 처음 발생했던 인천광역시 ‘붉은 수돗물’ 사태가 2달 이상 이어지면서 시민들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피부질환과 위장염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결국 박남춘 인천시장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사과를 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서울 문래동을 비롯해 경기도 광주, 충북 청주 등 전국적으로 붉은 수돗물 문제가 연속적으로 터지면서 2019년은 수돗물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한해로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붉은 수돗물은 노후 상수도관 문제였다. 이에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 노후 상수도관 교체 행보가 본격화 됐다. 먼저 올해 환경부 예산안은 전년도 6조3906억원 대비 2765억원(4.3%) 증액된 6조6671억원, 기금안은 4대강 수계기금 9031억원(△1.0%), 석면피해구제기금 175억원(13.7%) 등 전년도 대비 68억원(△0.7%) 감액된 9206억원으로 편성됐다.

서울시도 지난 6월 20일 발생한 문래동 수질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영등포구청역~도림교간 노후 상수도관을 녹이 슬지 않는 2세대 관(덕타일주철관)으로 교체 완료했다.

서울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노후관 138㎞ 정비를 위해 727억원을 긴급 추경예산으로 편성 후 당초 정비 목표인 2022년 보다 앞당겨 연내 착수, 107㎞는 정비 완료했다. 나머지 31㎞도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 완료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서울의 하늘.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서울의 하늘.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미세먼지 피로도 한계치까지 상승...정책 풍년

국민들의 미세먼지 피로도가 한계치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3월초 수도권에 미세먼지 고농도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시행됐음에도 일평균 농도가 최고치(135㎍/㎥)를 기록하는 등 사후조치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미세먼지 시즌제’를 마련하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잦은 겨울철부터 이른 봄철까지 평상시보다 한층 강력한 저감대책을 상시 가동해 미세먼지를 집중 관리하는 사전 예방적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이미 높아진 후 사후적으로 취해지는 ‘비상저감조치’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것.

5등급 노후경유차를 제한하고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것부터 대기오염물질 다량 배출기업과 석탄발전소를 제한하거나 중지하는 것까지 보다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중 환경장관 연례회의’를 통해 해외 유입 미세먼지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도 손을 잡았다. 연례회의에서 양국 환경장관은 대기분야 협력 큰 틀인 ‘청천(晴天, 맑은 하늘)계획’ 이행방안에 서명했다.

청천계획은 ‘4개 구체적 실행목표’인 △대기오염방지관리 정책교류 강화 △한중 대기오염 형성원리 및 발생원에 대한 과학적 인식 제고 △대기오염방지기술의 양방향 산업화 협력모델 실현 △양국 대기질 개선 목표 실현을 위한 토대 제공 및 동북아 대기질 개선에 기여를 기반으로 설정하고, 3개 부문 이행방안인 △정책 및 기술 교류 △공동 연구 △기술산업화 협력을 담고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사진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사진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물관리 패러다임 변화...2020년이 대전환 기회

‘지속가능한 국가 물관리’를 위해서는 수질오염 극복, 물절약 시스템 구축, 물산업 증진 등 다양한 시각으로 물관리 체계에 접근한 후, 현황과 잠재력을 분석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정부도 시대에 적합한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통령 직속인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제1기 위원 위촉식’과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출범한 이 위원회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물 관련 중요 정책‧현안’을 심의·의결하고 물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국가 물관리’ 논의는 현 시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관리하고 공급 중심보다는 수요 기반 안전한 상수도 관리, 재이용까지 고려하는 하수도 관리, 그리고 수생태 건강성 회복을 위한 유역기반 하천관리 등은 앞으로 우리 모두가 관심 가져야 할 국가와 유역 차원의 정책이다.

현재 한국 물관리를 위한 R&D 투자는 전반적으로 선진국 대비 미흡하고, 특히 미국 최고 기술 수준 대비 약 6년 이상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환경 분야 R&D 전체 투입 예산에서 물관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3.8%로 매우 낮다.

물산업계 전문가들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물산업 도약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물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면 된다고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구축에 2900억원이 투입되는 등 정부와 물산업계는 물산업 5대 강국, 물산업 관련 제조업 육성, 혁신기업 지정 및 지원, 기술개발 지원, 해외진출 지원 등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ASF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 (사진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ASF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 (사진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멧돼지 ASF 전국 54건...종식선언, 결국 해 넘기나?

연말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30일 밝힌 것.

이로써 연천군 야생멧돼지 ASF 확진은 18건이 됐고 전국적으로는 54건이 됐다. 이 기사를 쓰는 동안에도 어느 지역에서 ASF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물론 일반 돼지 ASF 발생은 조기에 멈췄다. ASF 방역 성과라고 볼 수 있고 실제로 멧돼지 ASF도 파주와 연천 등 경기 북부에서 통제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결국 올해 안에 ASF 종식선언을 하지 못했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ASF 총괄대응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멧돼지는 정주성(定住性)이 있어 행동권(보통 반경 1.3㎞, 5㎢ 내외)이 넓지 않다. 문제는 멧돼지가 사냥개 추적, 화약 냄새에 반응했을 때 앞으로만 돌진(최대 50㎞ 이동)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것.

체코에서 2017년 발생한 멧돼지 ASF는 지난해 종식선언까지 총 228일이나 걸려 마무리 됐다. 체코 정부는 폐사체 수색강화로 우심지역을 찾은 후 신속한 차단조치와 멧돼지 고립·자연감소를 기다려 외곽지역부터 순차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체코 정부는 멧돼지 사냥은 ASF를 제거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ASF 발생시 모든 사냥을 중지하고 지역을 안정화 시킨 후 멧돼지 사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감염된 멧돼지가 이동하지 않게 상당히 안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벨기에와 프랑스 사례를 봐도 철저한 농가방역, 폐사체 수색, 차단조치를 전제로 구획 후 단계적·전략적 포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정부도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면서 내년 ASF 대응에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던 장점마을은 안타깝게도 집단 암 발생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던 장점마을은 안타깝게도 집단 암 발생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기업 환경피해도 참 많았던 2019년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효자산업이라고 한다면 ‘철강’과 ‘석유화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최초 고로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1973년 6월 9일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면서 조강생산 세계 5위의 철강강국으로 부상했다.

석유화학산업도 마찬가지다. 주로 ‘브릿지 산업’으로 불리며 주요 기간산업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나노,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소재산업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세계 4위의 입지를 지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자동차, 석유에 이어 3위의 생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포기할 수 없는 철강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수년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효자산업’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국내외 수많은 규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온실가스 다량 배출업종 1위에 ‘제1차 금속산업'(37.3%), 2위에 ‘화학산업'(19.0), 3위에 ‘정유산업'(11.8%)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올해 충남·전남·경북 등 환경단체는 각 지자체에 철강사(포스코, 현대제철)들이 운영하고 있는 고로의 블리더에서 대기환경오염물질이 나온다며 업체를 고발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지자체가 ‘고로 조업정지(약 10일)’라는 최고 높은 강도의 행정처분 조치를 내리는 등 2019년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군 사건이었다.

또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로 지역주민 600여명이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던 사건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기업 환경피해다.

이밖에 장기적인 기업 환경피해도 여전하다. 장점마을, 사월마을 등 주변 기업의 환경오염으로 너무 오랜 기간 피해를 받고 있는 마을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그나마 최근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와 관련 최종 결론이 나왔다. 환경부가 지역에 대한 환경오염노출평가와 주민건강영향평가 결과를 종합 분석해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 암 발생간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

이렇게 장점마을 주민들이 수년 동안 암 발생 등 환경오염으로 고통 받은 이유가 결국 비료제조업체인 금강농산 불법행위와 허가기관인 전라북도, 익산시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KT&G가 금강농산에 판매한 연초박도 올해 연말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 긴 세월동안 장점마을 주민 33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했고 16명이 투병 중에 있다.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하지 않은 주변 마을까지 합하면 암에 걸린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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