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기상예보의 정확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른다.

장마가 지면 예보의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사람들은 햇빛이 쨍쨍한 날에도 가방에 우산을 넣고 다니기 일쑤다.

기상청은 체면을 이만저만 구기는 게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기상청이 천리안기상위성을 발사하고 1천억원의 슈퍼컴퓨터 3호를 구입해 세계적 수준의 기상예보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어김없이 빗나가버리는 기상예보는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말 정확한 기상예보는 불가능한 것일까?

NOAA(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전 경제수석인 로드니 바이허는 "기상정보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상정보의 가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상정보의 경제적 가치를 알면 기상청 예산확보나 기상 컨텐츠의 가격책정 등 경영정책에 반영돼, 결과적으로 기상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말이다.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NOAA 전 경제수석인 로드니 바이허

로드니 바이허는 “한국은 기상서비스의 가치를 매기는 초기단계에 있으며, 구체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기상예보의 가치를 추산하고 기상예보 서비스 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예보의 가치를 통계낸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구했는지, 전력 생산을 위한 비용이 얼마나 절감됐는지 등 가치를 매기는 객관적 데이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상정보의 가치를 매겨본 결과 가정에서 이용하는 일기예보의 총 가치는 연간 110억달러며, 산업분야의 경우 기상정보를 통해 연간 1억66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바이허는 사람들에게 직접 예보가치를 평가, 의뢰하는 설문방법을 권한다.

'일기예보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직접적 설문에서부터, ‘기상예보가 돈을 절약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습니까’ 와 같이 날씨의 영향을 가치로 매기는 설문디자인을 추천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교수는 기상정보와 같은 비시장성 컨텐츠의 경제적 가치는 인간의 복지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정확한 통계데이터가 없고,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기준이 없어, 기상정보의 가치평가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영숙 환경부장관은 “기상정보는 이제 생명의 영역을 넘어 산업능력을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내일의 날씨를 예보하는 것이 아닌, 기상이 곧 화폐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3일 대한민국 기상정보 대상을 수상한 삼성 에버랜드의 친환경 잔디관리 예보시스템“의 경우, 케이웨더(주)와의 MOU를 통해 잔디에 특화된 예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잔디관리에 가장 중요한 건조, 병해, 잡초 등에 대한 예보를 3~4 단계로 나눠 제공함으로써, 관리자가 비료와 농약, 물의 투입시기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상정보와 산업이 만나 환경보호와 비용절감이라는 최대효율을 끌어낸 사례다.


▶ 대한민국 기상정보대상을 수상한 에버랜드의 골프장 전용 기상관측 장비 모델

기상정보는 이제 경제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확한 기상정보 제공을 위한 기상가치를 정립하고, 예보의 수준을 한단계 넘어선 기상산업 컨텐츠 개발의 화두를 이끌어 낼 때가 왔다.

정순영 기자 binia@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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