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산타 코끼리’인가
[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산타 코끼리’인가
  • 남주원 기자
  • 승인 2019.12.24 15: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출처 NDTV)
(사진 출처 NDTV)

내 어린 날의 기억서랍 속에는 ‘기다림’만으로도 행복에 뒤척여 잠들지 못한 밤들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 내겐 그랬다. 산타할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도 실망은커녕 행복하기만 했다. 나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나에게는 산타의 존재가 우리 부모님이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그 존재가 코끼리일 수도 있는 걸까.

23일(현지시간) 인도의 방송매체인 뉴델리티비(NDTV)에 따르면 태국 방콕의 북쪽에 위치한 지역인 아유타야(Ayutthaya)의 지라자르트(Jirasartwitthaya) 학교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코끼리가 학생들에게 성탄절 선물을 나눠줬다.

이 크리스마스 행사는 15년 동안 이어져온 학교의 전통으로, 해마다 ‘산타 코끼리’는 어린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선물을 전달한다. 올해는 4마리의 코끼리가 학교를 방문했고 약 2000명의 학생들에게 풍선, 간식, 반짝이 등을 선물했다.

뿐만 아니라 코끼리들은 춤을 추고 묘기와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한 학생은 “코끼리들이 추는 춤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타 코끼리’ 소식을 접한 마음이 왠지 착잡하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원되는 동물의 모습에 일종의 연민과 함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딱 세 달 전이었던 지난 9월 24일, 70년 평생을 인간의 즐거움만을 위해 살다가 세상을 떠난 코끼리 ‘티키리’가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유희거리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크고 작은 동물들을 ‘학대’하면서 즐거움을 얻는데 익숙하다. ‘돌고래쇼’도 그중 하나였고, 산타 코끼리도 그중 하나다. 앙코르와트의 대표 관광 상품이었던 ‘코끼리 관광’이 19년 만에 중단이 된지도 어느덧 한 달이 조금 지났다.

태국의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이제 이런 ‘잔인한 웃음’은 거둘 때가 됐다. 태국의 어린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성탄의 기쁨이 전해져야 진정 예수의 탄생을 다함께 기뻐할 수 있지 않을까.

산타의 분장을 한 코끼리들이 내 눈엔 ‘조커’의 분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조커처럼 속으로 하염없이 울고 있었을 터이다.

serennam@greenpost.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