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발전소로 인해 대기‧수질오염 위험…인근 생태계 악화
청주시, 오창 소각장 반대에는 적극적…국회의원까지 가세
인근 주민들, 발전소‧소각장 모두 안돼

 
청주시청 전경(청주시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청주시청 전경(청주시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국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손꼽히는 청주시가 SK하이닉스 열병합발전소와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설치에 극명한 입장차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시설로 인한 환경오염의 경중은 다르나 전체 시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할 지자체가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어서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주시의 대기오염이 포화상태에도 불구하고 발전소 건설은 묵인하면서 소각장 건설만 반대하는 청주시의 입장에 대해 ‘대기업 봐주기식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원전급 열병합발전소…대기‧수질 등 오염 우려

SK하이닉스는 청주시 흥덕구 테크노폴리스 3차 개발부지 내 5만4860㎡에 달하는 스마트에너지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2022년까지 총 8000억원을 투입해 건설 예정인 스마트에너지센터는 585MW 규모의 열병합발전소로 이는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587MW)와 맞먹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발전소를 건립, 추가 에너지자원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발전소의 환경영향평가 범위인 10km(대기질)가 청주 시내 전체를 걸친다는 점이다. 열병합발전소는 청주 시내 북서쪽에 위치해있는데 겨울 북서풍을 타고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확산된다면 그 범위는 청주시내 전역, 즉 청주시민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 

실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진 대기질 예측지역에는 10여개의 아파트 단지와 15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예전부터 산업단지 내에 있는 사료 공장에 의한 악취 문제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여기에 발전소까지 더해지면 저감장치가 있다고 해도 환경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청주 시 주민들은 환경권과 생존권을 주장하며 발전소 건립 반대 촛불 집회를 벌이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SK하이닉스 열병합발전소 발전용수는 인근 석남천을 통해 배출될 예정이다. 석남천은 국가하천 미호천과 합쳐지는 곳으로 인근에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등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종들이 살고 있다. 특히 석남천은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 받고 있는 수달이 지난 4월 발견돼 고온의 발전용수가 배출될 경우 서식지가 파괴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열린 주민 공청회에서 SK하이닉스 측은 고온의 발전 용수 처리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 대책 자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배출되는 발전용수 온도가 25도 정도라고 했다가 이후 사회자의 제지로 말을 번복했다는 게 공청회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청주SK하이닉스 열병합발전소 인근 미호천‧석남천 서식 동물(자료 환경영향평가 초안 등,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청주SK하이닉스 열병합발전소 인근 미호천‧석남천 서식 동물(자료 환경영향평가 초안 등,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시민 건강권 강조하는 청주시…발전소는 모른 척, 소각장은 안 돼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이 발전소 건설에 반발하고 있으나 청주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발전소가 설치되는 인근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의 경우 청주시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 대조적인 상황이 연출 중이다.

한범덕 청주시장(더불어민주당)은 오창읍 후기리를 비롯해 모든 소각장 설치를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6일 한 시장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청주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에 우선하는 것은 그 무엇도 있을 수 없다”며 “수차례 밝혀왔듯이 소각장 신·증설을 불허한다는 방침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창 후기리 소각장 용량 축소와 관계없이 불허한다는 방침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소각장 신규 증설에 대해 청주시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해 시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강조했지만 발전소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소각장의 경우 현직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해 건설 반대에 명확한 입장을 내놨다. 변재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후기리 소각장 저지 좌담회를 공동 주최하는 등 발전소와는 달리 적극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같은 환경오염 배출시설에 대한 청주시의 극명한 입장 차이에 분노를 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LG화학과 함께 시의 법인 지방소득세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대기업인 SK하이닉스의 특혜를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개별 대기업의 투자유치 성과를 앞세워 85만명 시민의 생명권을 맞바꾸는 게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 의혹을 일축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도리어 발전소 반대로 SK하이닉스가 더 이상 청주에서 사업을 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하는 상황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전소와 소각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감에 휩쌓여 있다. 가뜩이나 미세먼지가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거환경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발전소 건립은 주민들의 거주환경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발전소 건설 예정 부지 인근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내년 총선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청주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청주시는 미세먼지 등으로 이미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소각장이든 발전소든 환경 피해를 줄 수 있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주민 역시 “쾌적한 환경 때문에 청주 시내가 아닌 오창으로 이사를 왔는데 한쪽에는 발전소, 다른 쪽은 소각장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창읍 소각장 반대 현수막(김동수 기자) 2019.12.20/그린포스트코리아
오창읍 소각장 반대 현수막(김동수 기자) 2019.12.20/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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