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10월말부터 4개월여 조사 예정
'낙하산 관료 인사' 논란 방문규 회장, 시작부터 난감

한국수출입은행 전경(이재형 기자) 2019.12.20/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수출입은행 전경(이재형 기자) 2019.12.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현재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십조원대 외화표시채권 발행 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향응과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관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11월 임명을 즈음해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눈총을 받았던 방문규 행장에겐 취임 초부터 난감한 여러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수은) 올해 10월 30일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내년 2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를 올해 7월 감사원 지적 사항과 연결짓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감사원은 수은이 2014년부터 이후 5년간 17차례에 걸친 외화표시채권 발행 과정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거치지 않고 발행 주간사를 선정한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수은 측은 이후 연루된 직원을 징계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조치를 했지만 최근 경찰이 이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달 초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투자은행(IB) 2 곳을 압수수색했다. 

혐의는 수은이 미국 달러화, 유로화, 엔화로 된 외화표시채권 25조9374억원 상당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수은 담당자들이 노무라증권 등 증권사들로부터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만간 수사당국의 발길이 수은으로 향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간사로 선정된 증권사들은 채권 발행 금액의 약 0.3%에 해당하는 768억원을 받았다.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압수수색 사실을 인정하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수은과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현재로써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인정하는냐'는 질문에 그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말했다.

수은이 세무조사와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관료출신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속에서 새로 취임한 방문규 행장은 취임 시작부터 여러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방 행장이 취임한다는 소식에 수은 노동조합은 정부에서 예산을 주로 다루던 관료출신, 그리고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을 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준비하기도 했다.

수은 관계자는 "방 행장이 임명되고 출근하기 전 사측이 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하고 취임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방 행장이 내부적 마찰 없이 집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무조사와 관련해 수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는 5년마다 주기적으로 받는 정기세무조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간사 선정 담당자가 접대 및 향응을 받은 혐의 및 자원대출 결손 사안을 이번 세무조사와 연결짓는 내용의 보도가 있지만 이는 상호 무관하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편, 관계자가 말한 수은의 자원대출 대손 문제는 올해 10월 열린 국정감사를 통해 크게 이슈화됐다. 국회 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수은이 단 한 차례의 현지 시찰만으로 2700억여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내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의하면 이 대출은 담보 가치가 폭락하면서 전액 손실될 위기에 처했다. 

이 대출은 2015년 8월 미 유전 및 가스개발 업체인 '에이티넘에너지'에 나간 2억1700만달러(약 2700억원)으로 에이티넘에너지는 이 돈으로 미국 현지 광산에 투자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국감에서 김 의원은 "해당 광권의 가치는 불과 1년 만에 1/5 이하로 폭락했고, 결국 지난 9월 30일 연체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복구 불능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입은행이 대출을 결정했던 2015년 8월 당시 국제유가는 뚜렷한 하락국면이었고, 당시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던 시기였다"며 "수출입은행이 투자리스크 산정이 사실 상 불가능한 사업에 단 한 번의 미국 현지시찰을 통해 2700억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내준 것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정부 시절 대규모 손실 전력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의 석연치 않은 대출이 이뤄진 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에이티넘에너지의 수장인 이민주 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한 김 의원은 "이 회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 실패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력이 있다"면서 수은이 이 회장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jh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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