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농촌 의사가 도시 의사보다 소득이 더 많다?...합당한 이유가 있겠지요"

 

 

"양 선배 큰 딸이 고3 아니었나요, 어떻게 됐어요? 참,결례인가..."

"우찌우찌 생명공학을 하게 됐어. 줄기세폰지 뭔지 뭐 그런 것 있잖아"

"아! 나중에 의전원 갈라고 하는구나.좋겠수"

"의사는 전혀 자기 적성이 아니라는데"

"뭔 말도 안되는 소리요?. 그냥 하는 말이겠지"

"으음..."

2005년 연말인가 2006년 연초인가 신문사 후배와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십수년이 흐른 지금, 후배 말대로 큰 아이 동기생중 꽤 여럿이 의사가 됐습니다.

그러나, 실력도 실력이지만 개구리 한 마리 해부하며 벌벌 떠는 자기가 무슨 의사를 하냐는 큰 아이 말을 그 때도 지금도 존중합니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교 문과 우수생은 법대나 상대로, 이과 우수생은 의대로 진학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어떤 도식처럼 된 것은 꽤나 오래됐습니다.

의사의 경우 보람된 일을 하고, 존경받고, 안정된 직업이라는 것 외에 정년도 없고 비교적 양호한 수입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매력이겠지요. 

의사들의 평균 월수입이 1342만원이라는 통계가 발표돼 눈길을 끕니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로 평균이니까 더 버는 경우도, 덜 버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우량한 수준임은 분명합니다.

보건복지부가 18일 밝힌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로 치과의사는 1002만원, 한의사는 702만원 이었습니다.

특이한 현상은 일반적 예상과 달리 의사는 도시보다 농촌에 근무할 수록,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중소도시에 근무할수록 수입이 외려 높다는 점입니다.

농촌 근무 의사는 월평균 수입이 1404만원으로 대도시보다도 100만원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복지부는 농촌지역일수록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의료 기관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 정책 목표도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의료 복지 문화분야에서 도농간 격차가 없어지는 것이 진정한 선진사회로 가는 길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살다 보니 의사를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자신이나 가족이 어디가 아플지는 모르는 일 아닙니까?

 

 

O..."주52시간 근무제가 '주중2교시','가취관'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네요"

 

 

정부는 최근 2020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근로자수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52시간 근무제를 사실상 1년 늦추었습니다.

대기업과 다른 중소기업 특성상 인력 운용과 이에 따른 생산과 납품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는 의견을 수렴한 결과입니다. 

법대로 강행할 경우 선의의 범법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자리한 곳 바로 옆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옥이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복장 자율화 바람이 불었는지 이 회사의 썰물같은 퇴근 풍경을 보면 참 대단합니다.

우선 예전처럼 남녀사원 모두 정장을 입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금 멀리서 보면 대학생들이 수업 끝나고 우루루 강의실을 빠져 나가는 모습과 아주 비슷합니다.

그리고 대개 오후 5시반 전후부터 퇴근하는 듯 한데 지금은 동지 무렵이라 그렇지만 여름철 해가 길 때는 집에 가기는 너무 이른 시간이지요. 

직장인들이 주 52시간제로 주중 저녁에 여유가 생기면서 다양한 체험을 찾아 나서는 '마이크로 경험 여가 설계 시대'가 도래했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대형 광고회사 이노션이 19일 발표한 '대한민국 직장인 여가 트렌드'와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가 그것입니다.

이 회사는 올들어 10월까지 주요 블로그와 SNS 등에서 생산된 27만여건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직장인들은 여가와 관련해 주로 시간, 공간, 체험활동, 목적 등의 분야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우선 '시간'을 보면 주중 오후 6시부터 문화센터 수강생이 급증, 이른바 저녁 수업이 증가하는 추세가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주중2교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에로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 타깃도 '2030 직장인'과 남성 수강생 증가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공간'과 관련해서는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언급량이 9만여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 7만6000여건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입니다.

원데이 클래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소셜·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이노션은 "동호회나 모임처럼 자신의 취향을 기반으로 한 취향 공동체 중심의 인간관계를 최근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고 있다"면서 가벼운 취향 위주의 관계라는 뜻의 '가취관', 심리적 만족을 위해서라면 아끼지 않는 소비를 뜻하는 '나심비' 등의 신조어가 등장한 점을 꼽기도 했습니다.

'체험활동' 분야에서는 여가와 취미활동인 미술, 운동, 사진, 음악 등에서 더욱 구체화, 다양화하는 특징을 보였는데 미술의 경우를 보면  여행스케치나 채색화, 동양화, 민화, 인물화 등 세부적으로 언급됐습니다.

'목적'은 미래 투자형과 힐링 추구형으로 나뉘었습니다.

미래 투자형을 보면 취미의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직업 발굴과 창업까지 연결하려는 경향이 늘었고 힐링추구형은 퇴근 후 또 다른 삶을 즐기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패션에서는 비즈니스와 레저의 합성어인 '블레저룩'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결국 근로자 300인 이상 주 52시간제 기업에 들어가야 이 모든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이 되네요.

논리적으로 보면 "내가 이러니까 몇 년 걸리더라도 대기업을 가려는 겁니다"라고 젊은이들이 말하면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습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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