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배터리전쟁’ 그만 끝내라➁...팔짱 낀 정부 “뭐 했나?”
[기획시리즈] ‘배터리전쟁’ 그만 끝내라➁...팔짱 낀 정부 “뭐 했나?”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12.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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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차 배터리산업, 세계시장 주도할 몇 안 되는 분야...국익과 직결
정부, “내년 중순 ITC 판결 나오면 협의 본격화될 것”...소극적 입장 지속
"친환경차 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해결된다"는 목소리까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산업통상자원부)/그린포스트코리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에 벌어지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집안싸움’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사 모두 회사의 막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데다, 일종의 ‘자존심’ 대결로 불길이 번졌다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한게 현실이다. 전기차는 친환경자동차의 ‘현주소이자 미래’라는 점에서 특히 환경분야에서 느끼는 조바심과 피로감은 크다. 결국 양사 모두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는 배터리전쟁을 하루빨리 종결하고 글로벌시장의 리더로서 산업발전을 주도해야 함은 2019년말의 지상과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명지조(共命之鳥)의 심정으로 ’배터리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촉구하며 관련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세계 경제가 정체국면에 진입한 와중에도, 자동차산업은 고속성장의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맨 앞에서 선 선도차량은 전기·수소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자동차, 공유·연결경제의 아이콘인 자율주행차 등이다. 이들 미래자동차는 그 자체로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이기도 하다. 또한 내연기관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변화는 필연적이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로서는 생산차량의 친환경·고효율·고도화라는 3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 정부가 공들이는 배터리산업

이에 정부는 부품기업을 대상으로 내연기관 친환경화·고도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제주도, 경상북도,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26일 제주테크노파크에 국내 1호인 ‘제주도 배터리 산업화 센터’를 개소했다. 산업계는 이 센터가 전기차 배터리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상징적인 행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보경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은 “이번 여름 제주도에 센터가 개소하면서 국내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사업은 정부에서 다양한 배터리를 제공 받아 자동차 기업과 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것으로, 기업이 직접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향후 우수 사업모델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잘 나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 ‘배터리전쟁’. 배터리산업 자체가 전체 자동차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급부상한 모빌리티시장의 핵심이 배터리산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집안싸움'은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산업이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처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일본의 파나소닉이 37.1%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CATL(22.5%)이 2위를 차지했고 LG화학(10.7%)은 3위, 삼성SDI(3.8%)와 SK이노베이션(1.8%)은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국내기업들이 힘을 합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지는 못할망정 지루하게 ‘내부 총질’을 해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판결 나오면 이미 늦는다

양사의 싸움이 오히려 갈수록 격화되자,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갈등 중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 개입할 시기와 방법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입이든 중재든, 정부로서는 재판이 진행중인 민간기업간의 싸움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는게 현실이다. 자칫 잘못된 선례를 남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느 시점에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 중”이라며 “국가와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에 대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차가 워낙 크다 보니 정부가 개입해 입장을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현실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정부의 자세는 지나치게 몸사리는 모양새다. 다양한 방식과 방법을 동원해 기업들에게 '정책적 책임'을 떠넘기던 그동안의 정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장(자유한국당 의원)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에 대해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양측이 기어코 해외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정부는 더이상 강건너 불구경하듯 말고 확실히 매듭짓도록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도 “국내 기업간 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과 일본 등 배터리산업 경쟁국에만 유리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각계 지적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대기업들 입장이 각자 너무 완강하다보니 정부가 나서 조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중순 ITC 판단이 나오면 완강하던 균형이 깨지고 결국 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4분의 1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CATL)/그린포스트코리아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등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사진 CATL)/그린포스트코리아

◇ 합의 위한 '판' 깔아주는게 정부의 '중재자 역할'

업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볼때 소송전을 펼치는 기업들이 판결을 앞두고 결과를 예측하며 물밑에서 각종 협의를 진행하는 만큼 정부는 이 시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들도 ITC 판결 직전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정부 중재가 중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터리업계 전문가는 “정부는 두 회사의 배터리 소송을 꾸준히 주시하면서 물밑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정부 중재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닌 양사가 재판을 통하지 않고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그 판을 깔아 줘야 하는 것이고, 특히 이번 소송이 국내 2차배터리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어차피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최고경영자(CEO) 회동 등 다양한 방식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맞제소에 이어 여론전까지 심화돼 결국 국민들이 불안감을 표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정당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양사 소송전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양사 대표들 회동에도 갈등이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미래에셋대우, DB금융투자 등 증권계도 “양사 소송전이 길어질수록 경쟁사들이 이득을 보고, 이는 두 회사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양사 중 한쪽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진 업체는 더 이상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없어 그 물량이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차원에서 중재에 나설 의지가 미약하다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한다"면서 "대통령이 주요 행사 때 수소차를 타고 갈 정도로 미래차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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