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단기간의 경제 발전을 이뤄낸 우리나라는 대기, 수질, 토양환경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가가 된지 오래다. 단기간의 산업 발전은 환경규제 완화정책 속에서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변하지 않은 기업들의 비(非) 윤리의식은 해가 거듭될수록 환경오염이라는 산업발전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1년 3월 경상북도 구미시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으로 통하는 파이프 파손으로 30여 톤의 페놀원액이 취수장으로 흘러들어 수돗물을 오염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두산전자는 조업정치 처분을 받았으나 단순과실로 판단한 관계당국의 허술한 관리 속에 조업을 재개하게 됐다. 하지만 이로부터 약 5일 뒤 페놀탱크 송출 파이프의 이음새부분이 파열되어 페놀원액 2톤이 다시 낙동강에 유입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항의 시위로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당국의 장차관이 경질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후 환경보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증대 속에 환경범죄에 따른 특별조치법까지 시행됐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질환경오염 사건으로 남아있다.

최근에 발생한 장점마을의 집단 암발병 사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의 장점마을에 있는 한 비료공장에서 비료관리법에 의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 생산 공정인 건조공정에 사용했다. 이로 인해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33명이 암에 걸리고 17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환경을 무시한 기업의 사익편취가 사회에 얼마나 심각하게 적용되는 지 보여주는 사례다.

1차적인 책임은 금강농산에 있겠지만 이곳에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연초박을 판매한 KT&G와 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담배잎 찌꺼기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 결과조차 하나 없는 관계당국의 안일한 처사가 함께한 결과다.

이밖에도 남원 내기마을, 인천 사월마을, 청주 북이면 등 ‘사람 죽어가는 마을’들은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환경에 관한 윤리의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환경에 대한 규제는 더 이상 완화해서는 안 된다. 환경문제는 국민들의 생활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환경규제완화를 외치지만 이미 오랜 기간 이어온 환경규제완화 정책은 여태까지 반복돼온 환경피해를 답습할 뿐이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과 미세먼지에 신음하고 있는 요즘 편리함에 기댄 환경규제완화에 더 이상의 타협은 있어서는 안 된다.

소위 말하던 ‘못살던 시절’ 우리는 삶의 가치를 ‘부자가 되는 것’에서 찾았으며 굶지 않고 먹는 것에 대한 행복함,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어떤 환경 속에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산업’의 발전은 올바른 환경 규제 속에 이뤄져야만 ‘환경‘과 ’산업’의 상생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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