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플] “청색기술은 생물에서 영감 얻은 자연중심 기술이죠"
[그린피플] “청색기술은 생물에서 영감 얻은 자연중심 기술이죠"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12.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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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기술 메신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
청색기술개발 촉진법안 발의...“생태모방기술 아닌 청색기술”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생태모방기술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내 기술개발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신산업 동력으로 평가 받으면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청색경제(blue economy)와 이를 견인할 혁신기술로 생태모방기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1955년 스위스에서 식물 도꼬마리 가시를 모방해 작은 돌기를 가진 잠금장치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발명된 것이 생태모방기술의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번 기사, 아니 앞으로는 생태모방기술이 아닌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실제 국제적으로도 생물모방기술 또는 청색기술 등의 표현이 통용되고 있다. 주로 생체모방기술(biomimetics)로도 표현되지만, 의미 전달에 충실한 번역을 했을 때 생물모방기술이 적절해 보인다. 그리고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 2012년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청색기술이라는 표현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10월 2일 세종 정부컨벤션센터에서 국제 청색경제 포럼이 있었고 주관은 환경부였다”며 “지난해 1월 환경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색기술로 환경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고 환경부 사람들, 특히 국립생태원 사람들이 생태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기존에 통용되던 청색기술이 아닌 생태모방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청색경제는 자연세계의 창조성과 적응력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특히 이 청색경제라는 말은 벨기에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군터 파울리’가 2010년 펴낸 책 <청색경제>를 통해 제시한 개념이다.

파울리는 청색경제를 녹색경제와 대비해 ‘지속가능 경제’의 의미로 사용했다. 녹색경제는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 청색경제는 처음부터 환경오염물질이 나오지 않게 억제하는 것. 결국 청색경제는 녹색경제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개념이고, 이 소장은 이 청색경제 개념에서 청색기술이라는 표현과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창안해 냈다.

이 소장은 “청색기술은 생물에서 영감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는 ‘생물영감’, 생물을 본뜨는 기술인 ‘생물모방’ 등의 ‘자연중심 기술’을 폭넓게 지칭하는 용어”라며 “2010년 파울리 저서 <청색경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청색기술은 청색경제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핵심 패러다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환경부의 생태모방기술이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생물모방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했다”면서 “생물에서 영감을 얻어 생물을 모방한 것이 청색기술인데, 이 기술은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나면서 친자연적인 제품을 만드는 공학기술로, 생명체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기 때문에 당연히 친자연적”이라고 덧붙였다.

긴 지구 역사상 살아남은 생명은 분명히 환경에 제대로 적응한 것이고, 인류가 그것을 모방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 특히 이 청색기술이 2016~2030년 지구의 미래를 위한 행동강령인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에 부합하고 청색경제, 순환경제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순환경제와 기업 경쟁력’에 대해 “커피 원두는 농장을 떠난 순간부터 주전자에서 추출될 때까지 전체의 99.8%가 버려지고 겨우 0.2%만이 이용된다”며 “커피 쓰레기가 농장과 매립지에서 썩어가는 동안 수백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커피 쓰레기 주성분은 버섯이 먹고 자라는 섬유소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커피 쓰레기를 버섯 생산으로 순환해 식품 생산과 일자리 창출에 성과를 내고 있다”며 “파울리 역시 전 세계 45개국 2500만개 커피 농장에서 버섯 재배를 하면 500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자연에서 한 개체의 쓰레기가 다른 개체의 양분과 에너지가 되는 사례는 상당히 많다. 생태계의 이런 순환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순환경제가 이제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고, 그 순환경제가 주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청색기술이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 더 나아가 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에 의해 2012년부터 청색기술이라는 표현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에 의해 2012년부터 청색기술이라는 표현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청색기술, ‘풀뿌리 기술혁신’ 추구

이 소장은 2012년에 청색기술을 제안하고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실망감이 컸다고 말한다. 국가적으로도 청색경제, 지속가능발전, 순환경제가 주목받고 있었지만 아직 청색기술이라는 개념 인식이 미흡한 시기였다.

이 소장은 “청색기술은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인 수단이고 이 기술이 지구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참신한 접근방법”이라며 “청색기술 자체가 생물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려는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청색기술은 자연 전체가 연구 대상이 된다. 생물학, 생태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재료공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신경공학, 집단지능, 건축학, 스마트도시, 에너지 등 첨단과학기술 핵심 분야가 대부분 관련되는 융합기술이다.

미국 컨설팅 전문기관 FBEI(Fermanian Business & Economic Institute)도 2030년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청색기술이 적용되고 약 200만개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화학(15%), 소재(15%), 환경 및 오염처리(10%) 기술 분야 적용·발전이 전망된다. 또한 건축(약 55만개), 수송(약 28만개), 전자 및 데이터 플랫폼 분야(약 20만개) 일자리 창출도 예상된다.

이 소장은 “2015년에 경상북도, 특히 경산시가 처음으로 청색기술 산업화에 관심을 표명했고 2016년 초에는 전라남도가 청색기술 산업화를 추진했지만 당시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국무총리가 되는 바람에 잠시 사업진행이 어려웠다”며 “중앙정부는 무관심하지만 경북과 경산시가 청색기술 산업화에 전력투구하는 등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측면에서 청색기술은 ‘풀뿌리 기술혁신’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지난 10월 31일 ‘청색기술개발 촉진법안’을 발의한 상태”라며 “빠르면 내년 초, 늦어도 상반기 안에 이 법안이 본회의 심의를 거쳐 제정이 되면 청색기술개발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역임했고 대한민국 칼럼니스트 1호로 각종 주요 신문에 550편 이상의 고정 칼럼과 잡지에 170편 이상의 칼럼을 연재하면서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 <마음의 지도>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한 이 소장도 아직 간절한 소망이 남아있다.

그 소망 중 하나는 경산이나 광주에서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가 주최하는 진정한 ‘제1회 세계 청색기술 포럼’이 열리는 것, 그리고 관련 학자들이 학계에서 청색기술 학회를 만들고 흩어져 있는 청색기술 연구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미 각 지자체가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법이 제정되면 청색기술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이고, 다만 아쉬운 것은 대기업을 비롯해 기업들이 여전히 청색기술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고 소망들이 다 이뤄지면 우리나라가 청색기술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청색경제를 제시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군터 파울리가 청색기술이라는 용어를 창안한 이인식 소장의 책에 직접 서명을 했다. (사진 지식융합연구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청색경제를 제시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군터 파울리가 청색기술이라는 용어를 창안한 이인식 소장의 책에 직접 서명을 했다. (사진 지식융합연구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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