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5%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반도체 시장 규모 뛰어 넘을 것
장기화 되는 양사 맞소송,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나
전문가들, 대외 이미지 및 국익 훼손 가능

LG전자, SK이노베이션의 CI(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LG전자, SK이노베이션의 CI(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미래의 먹거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 이른바 ‘배터리 전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연평균 25%씩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5년 1,600억달러(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1,490억달러(약 169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경영금융보고서 역시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18년 대비 390% 증가한 2,213만대에 달하고 배터리 시장 역시 434% 증가한 1,190억원달러를 예상했다.

외국 시장 진출 역시 호재다.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가 아직 전기차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6년 만에 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일부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되는 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자료 하나경영금융보고서,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자료 하나경영금융보고서,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소송의 장기화…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번져 

향후 전기차를 비롯해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배터리 전쟁’의 서막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화학이 ‘이차전지 분리막’ 특허를 출원하면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2011년 12월 SK이노베이션이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권침해금지와 특허무효주장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지난 2014년 LG화학은 사실상 패소를 했고 같은 해 두 기업은 10년간 대상 특허와 관련해 국내외 소송 금지 합의라는 신사협정을 체결했다. 두 기업 간의 배터리 전쟁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배터리 전쟁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당시 소재 협력사에 불과했던 SK이노베이션의 급성장 때문이다. 초기 LG화학은 시장점유율이 32.6%에 달해 가장 많은 완성차 업체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단지 분리막 공급자로 배터리 시장에 입문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부터 중국과 일본의 새로운 경쟁자는 물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셀을 직접 생산하면서부터 LG화학의 위상은 추락했다.

하나경영금융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의 자동차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 2012년 31.6%에서 지난 2015년 7.7%로 급락했다. LG화학의 전지 부문 매출 비중이 지난 2017년 17.7%에서 올해 28.9%로 집계되는 등 배터리 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등장은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17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이직한 직원 5명을 전직 금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이어 올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이차전지 인력유출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과열 양상을 띠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부터 맞소송을 펼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채무부존재확인청구소송을 제기했고 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전자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국내 기업 간의 소송이 계열사부터 그룹 전체로 번지고 심지어 미국 법원으로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LG화학은 이번 배터리 전쟁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에 ‘LG화학이 밝히는 소송의 진실’이란 페이지를 마련해 소송 진행 과정은 물론 각종 자료를 올리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기업 간 문제라고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지 말라 하면 그 어떤 기업도 연구개발 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사의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업체들의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LG, SK 배터리 부문 매출 비중 변화(자료 하나경영금융보고서,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LG, SK 배터리 부문 매출 비중 변화(자료 하나경영금융보고서,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장기화 되는 소송…도리어 국익 훼손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송이 장기화 되는 게 기업의 대외 이미지는 물론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각 기업의 잘잘못을 떠나 리튬 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기업들이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모습을 창피하다고까지 꼬집었다.

오히려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기업 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으로 이런 양상이 지속되면 끝도 없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타 반사적 이익을 받을 중국이나 일본 기업이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공급 규모를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분야는 물론 배터리 역시 CATL 등 중국 기업들이 양적 팽창을 통해 무섭게 치고 오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 간의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별 기업이 가진 기술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업무협약(MOU)을 과감하게 체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양쪽 기업이 소송을 취하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로서 어떠한 모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리면 향후 몇 년이 지날지 모른다”며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두 기업 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승적 차원에서 그룹 총수들 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정부가 나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인력유출 등 일본과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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