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환경칼럼] 환경한다는 사람들은 '도파민형 인간'인가
[뉴스펭귄 환경칼럼] 환경한다는 사람들은 '도파민형 인간'인가
  • 김기정/발행인
  • 승인 2019.12.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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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아마존 열대우림. (사진 그린피스 빅터 모리야마)
불타는 아마존 열대우림. (사진 그린피스 빅터 모리야마)

 

진보주의자=도파민형 인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신·행동과학부 임상과 교수인 대니얼 Z 리버먼(Daniel Z. Lieberman)이 물리학자 마이클 E. 롱(Michael E. Long)과 함께 쓴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도파민형 인간’(최가영 역, 쌤앤파커스)에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성향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이 나온다. 이 분석은 ’미국 정치학저널’에 2002년과 2016년에 각각 발표됐던 두 편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똑같은 연구팀(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똑같은 주제(진보와 보수를 구분짓는 특징적인 성격유형)로 연구한 결과가 정반대로 나와 상당한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다고 한다.

첫번째 연구결과는 이랬다: 보수주의자는 대체로 충동적이면서 권위적인 반면 진보주의자는 사교적이고 너그러운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가 일반적인 선입견, 즉 상식(?)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연구팀은 14년 뒤에 이 첫번째 연구결과를 철회한 뒤 새로운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14년 전의 연구결과를 완벽하게 뒤집은 두번째 연구결과는 이렇다: 영리하고 정신력이 강하며 현실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진보주의자, 이타적이고 발이 넓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며 사회관습을 잘 따르는 성향의 사람들은 보수주의자.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연구결과를 도파민 시스템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수정된 두번째 결과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진보주의자를 규정하는 특징, ‘위험감수, 감각추구, 충동성, 권위주의’는 도파민 항진상태, 즉 도파민이 계속 뿜어져 나올 때의 특징과 같기 때문에, 두번째 연구결과가 마땅히 타당하다는 얘기다. ‘진보주의자=도파민형 인간’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도파민(Dopamine)은 쾌감을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가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가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 저자들의 정의에 따르면 ‘도파민형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도파민이 남들보다 더 잘 분비되는 사람들로, 더 많은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끊임 없이 매료되는 사람들이다.

환경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그들이 진짜 환경운동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보전을 위한 일이라면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때론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해도 바꾸고 개혁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장바구니, 에코백을 사용하는데 익숙하다. 어느 누구처럼 의식있는 사람인척 보이려 빈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나 하나라도 일회용 컵을 줄이겠다는 일념으로, 나 같은 사람이 늘어나야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질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귀찮고 번거로워도 텀블러를 끼고 다닌다.

이런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분히 진보적이며 국내외 많은 연구결과는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하물며 환경운동을 본업으로 하는 환경운동가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다분히 급진적인 성향이다. 정부의 환경정책에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설령 자신들과 코드가 일부 맞아 집권을 도왔더라도 끝내는 정부정책에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의 현실보다 훨씬 나은 세상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오직 그것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는 그래서 진보주의자들을 오직 앞만 보고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환경운동가들이 정권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의심되는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지난 7월 영국의 환경운동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2002년 이래 브라질에서 활동하다가 살해된 환경운동가가 무려 653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전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생명을 담보로 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비단 브라질 뿐만 아니라 필리핀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매년 수십명의 환경운동가들이 살해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이들 3개국에서 70여명이 살해됐다.

환경운동을 밥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켜선 곤란

감히 ‘환경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단연코 진보주의자여야 한다. 특정 정치색이 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진보주의로 표상되는 이상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상과 가치는 물론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겠다는 신념에 기초하는 것이다. ‘도파민형 인간’의 특징인 ‘더, 더, 더’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인가. 환경운동이 밥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모습을 쉽게 목도할 수 있는게 현실이다.

합목적을 지향하기는 고사하고, 자신들의 단체에 조금이라도 금전적으로 손해가 될 것 같으면 쌍수를 들고 반대하기 일쑤다. 환경운동의 이상과 가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밥벌이의 양푼냄비 만이 볼썽사납게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썩어서 사라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환경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커도, 당장 자신들의 단체가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예산의 파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가능성이 보이면 온갖 이유와 억지논리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상용화를 저지하려 몸을 던진다. 국내에서 세계적 특허 기술을 보유한 생분해 플라스틱의 개발, 보급이 몇년 이상 지체된 이유다.

일부 환경단체들의 ‘부르주아 지향’도 진보의 이상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단체의 창립기념식을 특급호텔에서 성대하게 개최하는 일은 다반사다. 7,8백만원짜리 강연프로그램(이른바 ‘최고위과정’)도 힘 있는 환경단체들의 필수 프로그램이다. 언필칭 환경운동을 한다면 창립기념식이나 후원의밤 행사 등은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주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 해 대중교통만을 이용해야 하는 장소를 행사장소로 정하면, ’미래를 위해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환경운동의 참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환경하는 사람들은 넘치는데 '반환경'도 커지는 모순

환경운동을 이상적인 가치의 고양으로 보고 있는 이런 시각이 지나치게 이상적인지도 모른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는 이미 그 답을 내놓았다. 진보주의자는 ‘영리하고 정신력이 강하며 현실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다' 라고. 따라서 국내 환경운동가들은 대부분 진보주의자들이 맞다. 그러나 그런 단체들을 이 책에서 정의한 ‘진보주의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진보주의가 표상하는 이상적인 관점에서 환경운동가라고 칭할 수는 없다. 단체의 규모, 전개하는 사업(?), 후원금 등에서 몸집을 키우는데 힘을 쏟는 일부 환경단체들을 천성산 도룡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한 지율스님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또 이런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IQ가 높다. 도파민이 잘 뿜어져 나오는 사람들은 자원확보의 고수 중의 고수다.’ 환경이 달라질 때 신속하게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도 진보주의자들이 뛰어나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환경한다’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반환경적인 모순 투성이다. 환경을 허울 삼아 뒤집어 쓰고서는 다른 일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환경을 사업의 방패막이 또는 지렛대로 휘두르는 사이비들이 횡행하는 한, ‘환경한다’는 말의 공허함은 지극히 헛헛하기만 할 것이다. 세상은 시끄러운 일부가 전체의 인상을 나쁘게 만드는 법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이치다. 블랙홀 같은 '환경표방' 단체들 때문에 제대로 환경하는 사람들이 뜻을 잘 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이야말로 도파민이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진짜 진보주의자들인데.

management@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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