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 핵발전소 폐쇄 전국운동본부 발족
“천년고도 경주 핵의 도시로 전락할까 두려워”

(이주선 기자) 2019.12.06/그린포스트코리아
왼쪽부터 용석록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신용화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 사무국장, 국순군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이주선 기자) 2019.12.0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주선 기자] 정부가 40년 넘게 대책 없이 쌓여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를 위해 올해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 공론화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탈핵 시민·환경단체들이 지역과 시민사회 등을 배제한 재검토위의 구성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두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탈핵시민행동,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핵없는사회대구시민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경남시민행동,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고준위핵쓰레기월성임시저장소 반대 울산북구주민대책위 등 탈핵 환경단체 여덟 곳은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 핵발전소 폐쇄 전국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전국 운동은 “정부는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의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핵발전소 맥스터 건설 자재를 계속 반입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대책 논의도 없이 검증되지 않은 맥스터 건설만 고집하는 재검토위에 기대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건설허가 심사부터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고준위 핵폐기물 포화상태에 이른 월성 핵발전소 폐쇄 운동에 돌입하는 이유”라고 전국 운동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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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화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주선 기자) 2019.12.06/그린포스트코리아

이상홍 탈핵경주시민 집행위원은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큰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핵발전소 안전기준을 진도 7.0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안전대책을 발표했다”면서 기존 핵발전소에는 내진 성능을 강화할 수 없다는 핵 산업계의 의견을 들어 “정부의 지진대책들은 월성 원전에는 무용지물이다. 보완보다 폐쇄가 사회적으로 이롭다”고 주장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월성 1~4호기는 타 핵발전소와 다른 중수로 형식으로, 도입 당시 박정희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면서 “처음 중수로 발전기를 만들었던 캐나다도 포기했는데 우리만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본부장은 또 “삼중수도도 문제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은 삼중수소를 우려하며 문제 삼고 있지만, 월성에서도 삼중수소가 다량 나오고 있다”면서 “일본에 정당한 요구를 하기 위해서라도 월성은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원전에 영향을 받는 다른 지역은 배제하고 경주만 실행기구를 만들어 주민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순근 녹색당 위원장은 “재검토위가 핵폐기물의 관리와 처분에 대한 장기정책이 아닌 맥스터 짓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조장한 산자부의 행태를 보면 핵 마피아의 몸통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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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폐쇄를 촉구하는 '경주 핵발전소 폐쇄 전국운동본부' 회원들 (이주선 기자) 2019.12.06/그린포스트코리아

월성 핵발전소 인근 나아리 거주민 대표로 기자회견에 나선 신용화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 사무국장은 “마을주민 모두 방사능에 피폭돼 살고 있다. 내 아이들도 검사에서 삼중수소가 나왔다.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안심시키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면서 “이런 비참한 상황 속에서 주민들은 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신 사무국장은 “정부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돈이 삼중수소를 없애주는 것도,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정부나 한수원 측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핵발전소는 멈춰달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용석록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월성 핵발전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울산지역을 배제한 채 경주만 지역실행기구 출범을 강행했다”면서 “이럴 거면 공론화는 왜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탈원전에 대한 정치적 논란만 가득하고 정작 중요한 안전문제는 챙기지 않고 있다”면서 “경주에 고준위 방폐장이나 다름없는 맥스터가 지어진다면 천 년의 문화도시가 아닌 핵의 도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우려했다. 

leesu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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