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 협의회 “연초박 퇴비 원료에서 즉각 삭제할 것” 촉구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에 연구 의뢰한 상황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는 농촌진흥청의 유해성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는 농촌진흥청의 유해성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허용하기 전에 발암물질 배출 여부 등 유해성 조사를 충분히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린 이유는 담배 제조 부산물 연초박 때문임을 부정하기 힘들어졌다.
 
비료 공장 (유)금강농산이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가열 건조공정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TSNAs(담배특이니트로사민)가 배출돼 주민들이 집단으로 건강피해를 당한 것.

이와 별개로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농진청의 유해성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비료관리법 제4조 1항에 따라 농진청은 고시로 보통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부산물비료 지정을 하고 있고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에는 △비료 종류 △함유해야 할 주성분 최소량 △함유할 수 있는 유해성분 최대량 △비료 원료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농진청 고시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을 보면 담배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식물성 잔재물인 연초박에 대해 퇴비 원료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함유할 수 있는 유해 성분 최대량에 대해 지정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또한 “부산물을 원료로 해 유기질 비료나 퇴비를 생산하는 경우 사전에 성분 함량과 유해성분 조사가 돼야 한다”며 “농진청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허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유해성분이 어느 정도 배출됐는지 실험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장점마을 역학조사 보고서에서 제시한 외국 연구 논문을 보면, 담뱃잎 내 TSNAs는 보관(저장) 장소 온도가 높을수록, 담배 안에 질산염 농도가 증가할수록 생성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돼 있다.

이것은 담뱃잎 찌꺼기 연초박을 가열 건조공정뿐만 아니라 여러 유기성 폐기물, 특히 가축 분뇨를 혼합해 발효시키는 퇴비 공정에서도 TSNAs가 증가돼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의회에 따르면, 농진청이 중요한 조사·실험 과정 없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면 비료관리법에 명시한 비료 공정규격을 잘못 관리한 것으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협의회 관계자는 “농진청은 연초박에 대한 사전 유해성분 조사 결과가 있다면 공개해야 할 것이고 유해 성분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장점마을 집단 암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농진청은 제2의 장점마을 사태를 막기 위해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 고시를 개정해 담배 제조 부산물 연초박을 퇴비 원료에서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초박. (사진 그린포스트 DB)
연초박. (사진 그린포스트 DB)

◇ 농진청 “연초박 자체 문제 아닌 제조과정 문제”

협의회의 이번 성명서에 대한 농진청 입장은 큰 차이가 있었다. 농진청 입장은 우선, 퇴비와 유기질 비료는 엄연히 다르고 이번 장점마을 사태도 금강농산이 불법으로 연초박을 고열로 제조했고 사용할 수 없는 원료를 제조과정에 섞었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배출됐다는 것.

김봉섭 농진청 농자재산업과장은 “장점마을 상황은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불법으로 사용해 발생한 것이고 연초박 자체가 주범인 것처럼 여겨서는 국민의 과도한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연초박을 일반 퇴비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데, 이미 일본 등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1997년 퇴비원료로 지정이 된 이후 일반 퇴비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20년 이상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다만 협의회 주장은 담뱃잎을 저장공간에 보관할 때 온도가 60도 이상 올라가면 담뱃잎 발암물질 함유농도가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논문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퇴비 제조과정에 연초박이 섞여서 60~8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발암물질 농도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하는 것일 뿐 여전히 과학적 실험 데이터는 없고 20년 이상 연초박을 일반 퇴비에서 사용하면서 인체 유해 사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퇴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외부로 배출되는 발암물질이 있지만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실험 데이터는 아직 없다는 것. 또한 해외 연구논문도 연초박 담뱃잎 보관과정에서 담뱃잎 안에 함유돼 있는 발암물질 농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퇴비 안 발암물질이 높아진다고 추정은 할 수 있지만 인체에 해로운 유해성은 또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그럼에도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국립농업과학원에 연구를 의뢰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장점마을 주민들은 발암물질로 고통받다 환경부 역학조사를 통해 18년만에 인과관계를 인정받았다. 따라서 20년 이상 일반 퇴비원료로 연초박을 사용하면서 인체 유해 사례가 없었다는 농진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애당초 제조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면 판매 및 제조업체에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 졌어야 할 것이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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