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이 말을 들으면 대학 시절 갓 유치원에 들어간 사촌동생의 질문이 생각나곤 한다. “형. 닭이 먼저야? 달걀이 먼저야?”라고 물은 꼬마 신사는 무언가 대단한 답이라도 얻을 것이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봤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려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돌고 도는 이 말장난을 10여년이 지난 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제도가 먼저냐 의식이 먼저냐?’라는 질문도 마치 위의 말에 꼭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정책이 생기면 언제나 붉어지는 문제다. 누구는 부족한 제도를 탓하고 다른 사람은 국민 의식 수준을 탓한다.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도 마찬가지다. 방치 자전거를 두고 지자체 일부 담당자들은 오히려 시민들의 의식 탓으로 돌린다. 수거는 제대로 하고 있지만 인근 시민들이 집이 비좁다는 이유로 자전거 거치대를 자기 집 주차장처럼 이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유자전거 ‘따릉이’ 정책의 확대로 개인 자전거 이용이 줄어 거치대 자체를 감소시키는 추세라며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한다. 차라리 인력이나 예산 문제라는 진부한 대답이 훨씬 듣기 좋은 형편이다. 결국 제도에 따라 잘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부족한 시민 의식을 탓하며 어쩔 수 없다고 반문한다.

반면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딱 봐도 녹이 슬고 자전거 바구니 안에 장기간 쌓인 쓰레기가 있는데 이런 것이 방치 자전거가 아니냐면 무엇이냐는 생각이다.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이런 방치 자전거 때문에 자전거로 지하철역까지 갈 엄두조차 못 낸다고 한다. 주차할 자리가 방치 자전거 때문에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과연 제도 변화가 먼저일까 의식 변화가 먼저일까. 나는 제도의 변화가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최근까지 버스 정류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단속 및 벌금을 부과했던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제도의 개선과 실행으로 버스 정류소 일정거리에서 흡연을 하면 안 된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부터 방치 자전거에 대한 문제점을 시민들에 의해 지적돼 왔다. 일부 시민들은 각종 소통 창구를 이용해 민원을 넣기도 했다. 언론 역시 도시 미관은 물론 환경오염까지 시킬 수 있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이 문제점을 몇 년에 걸쳐 꼬집었다. 시민의 의식을 탓하기 이전에 제도 개선에 진정 한 번 힘써보길 바란다.

kds0327@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