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환경부가 1회용품을 일상에서 몰아내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와 손잡고 1회용 비닐봉투 제공을 제한하고, 카페 내에서의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커피전문점 등에서의 종이컵 사용을 오는 2021년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또 매장에서 마시다 남은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경우에는 소비자들에게 1회용컵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게 했다.

포장・배달 음식과 함께 제공하는 1회용 숟가락이나 젓가락도 2021년부터 사용할 수 없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유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호텔 등 숙박업소들은 오는 2024년부터 샴푸, 린스, 칫솔 등 1회용 위생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 1회용품을 쓰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태도다.

‘1회용품 사용 제한’은 추구해야 할 방향이 맞지만, 그 방식에는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사회적으로 원치 않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은 자칫 ‘돈을 내면 그 행동을 해도 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이같은 현상은 실제로 일어난다.

유리 그리지(Uri Gneezy) UC 샌디에이고 라디 경영대학원 교수가 2000년 발표한 논문에는 이스라엘에 있는 어린이집 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가 담겨 있다. 연구진은 어린이를 늦게 데려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한 뒤 부모들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벌금제가 도입되자 부모들이 지각하는 횟수는 줄어들기는커녕 곱절로 증가했다. 

벌금제가 도입되기 전 학부모들은 지각하는 만큼 선생님들이 기다리게 되므로 죄책감을 느꼈지만, 벌금이 부과되기 시작하자 벌금을 냈으니 자신에게 늦을 권리가 생겼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채찍 유인의 역효과’라고 부른다.

1회용 플라스틱컵이나 숟가락을 쓰려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돈은 소액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까짓 돈 얼마쯤 내면 1회용품 사용 권리를 획득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인식이 생기면 환경부의 정책은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이 비슷한 역효과를 일으키진 않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1회용품 무상제공 금지・불가피할 경우 유상제공’이라는 원칙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 차마 1회용품을 쓰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1회용  플라스틱컵이나 1회용 비닐쇼핑백에 커다랗게 “저는 지금 썩지도 않는 비닐 혹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적게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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