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재계 총수에 대한 우려 현실화
국내외 동종 업계와 소송 등 공격적 행보에 대한 역풍 우려
건조기 구매 고객에게 10만원 보상도 미지수
LG디스플레이 몰락과 구조조정
임원승진 단행, 돌파구 될지 주목

LG그룹 본사(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LG그룹 본사(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재계 최연소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의 경영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회장 취임 당시 마흔의 나이로 재계 서열 4위의 그룹을 이끄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됐다. ‘정도경영’과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경영철학과 달리 국내외 동종 업계 회사들 간의 소송, 자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 대한 보상 문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경영실적 부진으로 리더십 문제까지 거론되는 형편이다.

주력 계열사들의 영업이익 감소는 물론 연쇄적인 구조조정 여파에 LG그룹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동종 업계와 다수 소송…역풍 우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15조 6990억원, 영업이익 7811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4.3%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LG전자가 가진 리스크는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수치가 아닌 ‘잠재적 변수’다.

LG전자는 최근 자사의 특허와 관련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삼성전자와 OLED 명칭 사용 광고가 허위·과장이라며 국제가전전시회(IFA)를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는 ‘8K TV’ 화질 문제는 물론 ‘OLED 번인(Burn-in) 이슈’로 확대되면서 두 업체 간의 광고를 통한 진흙탕 싸움이 계속 중이다.

LG전자는 양문형 냉장고 ‘도어 제빙’의 특허와 관련 유럽 주요 가전 기업들인 아르첼릭과 베코 등에도 지난 9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이 주목된다. 한 때 재계 순위로 LG 뒤였던 SK가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LG를 4위로 밀어낸 상황에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에서 영업비밀침해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앞으로 피소 회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과 같이 맞소송을 하게 되면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LG에게는 소송비용과 그동안 ‘인화’를 강조한 기업 이미지에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을 위한 가치 존중…10만원 보상?

지난 7월 LG건조기의 콘덴서가 자동세척 되지 않자 소비자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이후 4개월이 지나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구매 고객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지난 4일 조정권고안이 소비자 측에 등기로 전달됐지만 향후 LG가 위자료 지급할지는 미지수다. 문서를 송달 받은 당사자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조정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양측이 조정안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하지만 현재로서는 LG는 물론 소비자들도 거부할 가능성이 큰 상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결함에 따른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고 있고 분조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LG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

분조위의 결정을 LG가 받아 들여도 문제다. 실제 분조위를 신청한 소비자는 247명이지만 지난 2016년부터 판매한 제품이 145만대에 달하기 때문에 위자료로 1450억이라는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LG가 소비자들에게 소송으로 맞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설명한다.

◇LG디스플레이의 몰락…계열사로 도미노 효과

과거 LG의 알짜 계열사였던 LG디스플레이는 중국 LCD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나 끝없이 추락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매출 5조 8217억원 올린 반면 영업이익은 4367억원의 손실을 냈다. 3분기 연속 적자, 누적 적자가 1조원이다. 결국 지난 10월 전체 임원·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에 생산직에 이어 사무직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구조조정은 다른 계열사로 연쇄적으로 퍼져나갔다. LCD TV에는 백라이트(BLU)가 필요한데 그 소재가 발광다이오드(LED)다. LG디스플레이의 액정(LCD)사업 구조조정은 바로 LG이노텍의 LED사업부 축소로 이어졌다. 또한 LG화학은 LCD 감광재 생산량 중 80%를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해 왔는데 최근 LCD 감광재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발 저가 공세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LG디스플레이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CD패널 가격이 내년 2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구조조정에 따른 공급과잉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임원승진 단행, 돌파구 될까

한편 LG그룹은 지난달 28일 사장 승진자 1명, 부사장 및 전무 승진자 58명 등 전체 165명의 임원승진을 실시했다. 지난해 185명보다 20명 감소한 이번 임원승진은 불확실성이 높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 발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상무 승진의 경우 평균 나이 48세이며 14명의 외부인재를 새로 영입했다. 최연소 상무는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으로 발탁된 심미진 상무로 34세다.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연말 인사와 별도로 부족한 LG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외부인재 영입도 이어졌다. LG생활건강 뉴에비븐 법인장으로 이창엽 한국코카콜라 대표와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으로 김은생 한국 델이엠씨 컨설팅서비스 총괄을 영입했다.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롭게 꾸려지는 ‘구광모號’가 LG그룹 내 산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취재팀은 임원 인사를 통한 새로운 LG의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듣고자 수 십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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