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정부가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1급 발암물질 라돈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지난 20일 건축자재 라돈 영향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건축자재 라돈 저감·관리 지침서’를 공동으로 마련·발표한 것.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지침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간 공동주택 내 건축 마감재로 사용되는 석재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관리 필요성과 관리방안 등에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지만 대부분이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라돈기체 또는 라돈자손(폴로늄, 비스무스, 납 등 라돈이 방사성 붕괴를 해서 생성되는 물질들)이 미세입자에 달라붙어 호흡기로 들어간 후 방사선 붕괴를 계속하면 장기적으로 폐암을 유발할 수 있어 그 심각성을 외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능 농도 지수’를 활용해 기준치를 초과하는 건축자재 사용 제한을 권고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현장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건설사들이 시행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게다가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침 적용범위는 실내에 건축 마감재로 사용되는 석재의 라돈 방출 특성만 고려했다. 사용량을 봤을 때 콘크리트 등 건축물 자체를 구성하는 자재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실내 공간에 노출돼 직접적 영향이 예상되는 천연석 기반 건축 내장재에 대해 우선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지침서가 가장 불편한 것은 라돈으로 인해 전국 신축 아파트 단지 입주민과 시공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기본적인 정부역할이 민간분쟁 발생시 협의기준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국가적으로 갈등이 심화된 사안, 특히 국민건강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부는 “이번 지침서는 이행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내년 6월부터 적용되고, 이는 현재 국내에 4개 인증기관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분석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방사능 농도 분석기관 확대를 위한 유예기간 역할도 한다”며 “내년 6월은 신축 공동주택 실내 라돈 측정의무가 발생하는 시점과도 유사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번 지침서 적용시점으로 적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차원에서 거의 1년 가까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국민들은 라돈의 유해성을 판단하고 이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정부가 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허무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번 지침서는 당사자간 알아서 해결하길 바라는 말 그대로 ‘지침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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